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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요량으로 안전보장 관련 법안을 지난 19일 0시 10분부터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서 표결해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그간 '세계 평화를 위하여'라는 궤변 같은 논리를 펴며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아예 '전쟁 가능한 나라'로 가는 안보 법안의 의회 표결까지 강행했다.

패전 후 70년간 그래도 전쟁범 국가로서의 체통을 유지하던 평화헌법을 버리고 소위 '전쟁헌법'을 만든 것이다. 미영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신들의 방위정책을 도와 줄 것이란 계산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중은 고운 눈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미 그들의 군국주의가 무엇인지 그들의 식민통치를 지난하게 겪으면서 통감했기 때문이다.

우리글을 빼앗기고 우리 이름조차도 쓸 수 없었다. 수탈과 민간인 학살, 일제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강제동원... 글의 초점이 이게 아니니 이만큼 하겠다. 이런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지금도 그들의 피맺힌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을 시작으로 이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회가 위안부 기념비 건립을 추진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조갑제, 천영우 "일본 안보법안 우리에게 득이 된다"

그런 과거를 오롯이 현재도 겪고 있는데, 세월이 흘러 '전쟁 가능 국가'가 된다는 걸 순진한 눈으로 보기에는 우리는 너무 일본에 당해왔다. 지금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공식화하고 있다. 아이들 역사책에서도 왜곡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안보법안이 우리에게 득이 된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사안마다 대치하는 여당과 야당마저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일본인들도 거리로 뛰쳐나와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다. 그는 '조갑제닷컴'에 19일 올린 글에서 천영우 전 청와대 안보수석이 2013년 행한 강연을 인용하며 "일본의 집단자위권은 우리에게 득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안보법안에 대하여 '군국주의 부활'이라면서 비판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동맹국을 가진 나라치고 '집단자위권'이 없는 국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동맹국을 도와 전투할 권리는 유엔헌장에도 보장된다며, "(일본이) 미국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못 박았다. 한반도 유사시 미 7함대의 모항(母港)인 요코스카이에서 한국을 방어하는 임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망상'이라며, 주변국(중국을 두고 하는 말인 듯)은 아무래도 사심이 개입하니 위험하고 "가장 확실한 보험(생존보험)을 들 수 있는 데가 미국"이라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천 이사장은 그간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 안 한 것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평화헌법에 안 맞다"고 해석했기 때문일 뿐 할 줄 몰라 안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주장에 의하면,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의 변경이나 보안법을 개정한 이유가 보통 국가가 된 것뿐이라는 뜻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남을 도우려는 것이기에 우방국이 도움을 안 받겠다고 하면 돕지 않는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한반도 유사시에도 "우리가 요청도 안했는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거는 우리가 전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우리한테 해로운 방법으로 행사될 일이 없다"고 말해, 마치 일본의 정부 당국자나 아베 총리의 대변인의 말처럼 들린다.

전작권과 독도문제를 간과하고 있어 문제 있다

이들의 주장이 그럴 듯하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전시작전권과 독도에 대한 사려 깊은 생각이 간과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관(미군이 사령관)에게 있다. 정부도 "우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아베 총리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어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한반도에 일본이 들어 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말이다.

일본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데도 전쟁 가능 나라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걸 미국이 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사시 우리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은 당연히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당사국의 동의'라는 말은 이론일 뿐이다.

지금의 미일동맹의 끈끈함으로 볼 때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이 미국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전작권이 미국에게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아니라도 미국의 요청을 우리나라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유사시에 말이다. 더 이상 '당사국 동의'라는 말을 무기인양 들먹일 게 아니다.

또한 일본은 방위백서를 통해 11년째 엄연한 우리 영토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일본의 보안법을 좋게 보는 이들에게 한 어떤 누리꾼의 지적처럼 "독도는 그냥 봐준다는 말인가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들은 '우방, 동맹' 등의 단어에 가려 일본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쇼군 정치, 사무라이 정치가 일본 정치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야 그 어느 나라도 침범하지 않은 걸 자랑하고 있지만, 일본은 다르다. 섬나라의 지정학적 조건으로도 육지로 세를 넓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간 70년 동안 참 잘 참아왔다.

아베 총리의 등극과 함께 일본의 우경화는 급속히 진행되어 왔고, 그 우경화의 끝이 한반도 침탈이 아니라고 보장할 수 없다. 한국 본토는 아닐 수 있다. 그럼 독도는 어쩔 건가. 지금처럼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 주는 한 미국이 한국의 절대적 우방이라고 광신하는 것은 좋은 대처법이 아니다.

지금도 수시로 일본의 순시선이 독도 주변을 침탈하고 있다. 어떤 누리꾼의 조롱처럼 "일본순시선이 그냥 관광 삼아 무비자로 독도에 관광 오는 것"은 아닐 터. 일본의 속내는 이미 방위백서와 일본 역사 교과서에 똑똑히 등장하고 있다. 그들에게 "독도는 일본 땅"인 게 현실이다.

지금은 일본에서의 한류는 옛말이고 혐한 감정이 거리로 몰려나온 데모 군중으로 표현되고 있지 않은가. 안일하게 우방이 어떻고, 맹방이 어떻고 하면서 미국과 함께 일본을 거루 잡아 옹호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함께 일본이 한국에 진출하는 게 유익하다는 말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을사늑약이나 한일합병 때 어디 우리나라를 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던가. 선진문물로 도움을 주러 왔다고 말하고,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수탈해 갔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알고 있는 한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거나, 유사시 일본이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과 싸워줄 것이니 유익하다는 책임 없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본토가 아니라도 당장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더 거세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순시선이 아니라 이젠 군함을 몰고 독도 유람(?)을 한다면 어쩔 것인가. 물론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단해 말하는 것은 그렇지만 우리는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되었다는 데 대한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 이득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조갑제#찬영우#일본 안보관련법#집단적 자위권#천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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