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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건설공사 반대투쟁에 나섰다가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은 활동가가 불복종을 선언하고 노역형을 선택했다.

16일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이날 이상옥(38, 대구)씨가 노역형을 선택해 대구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노역장에 수감되었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에 반대하다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이상옥 활동가가 불복종을 선언하며 16일 노역형을 선택해 수감되었다. 사진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5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모습.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에 반대하다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이상옥 활동가가 불복종을 선언하며 16일 노역형을 선택해 수감되었다. 사진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5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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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활동을 벌이다 벌금형을 선고받아 납부를 거부하고 노역형을 선택하기는 이씨가 네 번째다. 앞서 3명의 활동가가 노역형을 선택해 1주일가량 수감된 뒤 풀려났다.

이상옥 활동가는 지난 2013년 10월 3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헬기장 충돌 당시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는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 형이 확정되었다.

그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경북 청도 삼평리 송전탑 현장에 연대해오다 지난 2014년 아예 삼평리로 이주해 농사를 지으며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대책위는 "밀양송전탑 사건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가혹한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자발적인 불복종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며 "밀양 주민들은 안타깝고 고마운 마음으로 검찰로 출두하는 이상옥 활동가를 뜨겁게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상옥 활동가는 이날 "우리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는 제목의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우리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

저는 오늘 2015년 9월 16일부터 일주일간 부당한 권력에 불복종하는 의미로 노역형을 다녀오려 합니다. 지난 2013년 10월 3일 밀양 금곡헬기장 앞은 1일부터 재개된 송전탑 공사에 항의하는 밀양주민과 전국에서 찾아온 연대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과 함께 도착한 저는 현장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백여 명의 경찰병력이 공사장 안팎을 둘러싸고 있었고 헬기가 굉음을 내며 공사 자재를 실어나르고 있었습니다. 이에 항의하며 저는 "헬기를 멈춰라"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혼란의 와중에 공사장 펜스 한 장이 벗겨져 내렸습니다. 몇 사람이 그 안으로 들어갔는지 모르는 혼란의 와중에 저는 어느새 그 벗겨진 펜스 난간에 매달렸습니다.

마침 대구에서 연극공연을 준비하며 연습하던 기간 중이었기에 난간에 매달린 저는 잠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매달려 있던 저를 보고 경찰 지휘관의 "진압해"라는 말이 들린 후 펜스 바깥이 아닌 안쪽으로 잡아당겨 체포했습니다. 진압과정에서 저는 목숨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의 신체압박을 받았습니다. '아, 이거 더 저항하면 큰일나겠다' 싶을 정도로 저를 세게 누르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밀양에서 김해 중부경찰서로 옮겨가던 호송차 안에서 진압 당시 있었던 경찰관으로부터 "힘이 왜 그렇게 세냐, 옛날 같았으면 이런(멀쩡한) 모습으로 진압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더욱 분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47시간의 감금 후 풀려난 뒤 약 6개월이 지나서야 검찰조사를 받았고 또 몇 달이 지난 후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고 또 한 번 놀란 것은 무리한 진압과정에서 호송된 것이 아니라 제가 그 펜스를 직접 뜯어 벗겼다고 검찰에서 기소내용을 짜맞추어 덮어씌우는 것이었습니다. 밀양, 창원 지방법원 그리고 대법원까지 상고하였음에도 우리는 한전의 송전탑 공사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이 확정되었고 이에 부당함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이 글은 송전탑 공사의 부당함이나 불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얼마나 비민주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그 한 단편을 이야기하는 것일뿐입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하기 위해 밀양·청도 송전탑 반대 연대자 여러분의 노역형 결심과 발걸음이 있었습니다. 오늘 저도 여기에 한걸음 보태려 합니다.

2015년 9월 16일, 대구지검 출두에 앞서 이상옥 드림


태그:#밀양 송전탑, #노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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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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