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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따라 한 바퀴
뷔르츠부르크 성문으로 이어지는 갈겐거리
 뷔르츠부르크 성문으로 이어지는 갈겐거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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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광장으로 나온 아내와 나는 이제 교회광장을 지나 동북쪽 백탑(白塔: Weiβer Turm) 방향으로 걸어간다. 백탑까지 보행자 도로고, 그 밖으로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자동차 도로다. 백탑 동쪽이 갈겐 거리로, 성곽의 동북문인 뷔르츠부르크 성문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뷔르츠부르크 성문까지 가서는 성곽으로 올라간다. 로텐부르크시를 감싸고 있는 성곽은 2층을 따라 완전히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는 성곽의 동쪽을 돌아볼 생각으로 뷔르츠부르크 성문에서 남쪽 방향으로 걸어간다. 성곽 2층 안쪽으로는 목책이 처져 있고, 그 위로 지붕을 얹었다. 그러므로 경비병이 사시사철 근무 또는 순찰을 할 수 있다. 성벽 바깥쪽으로는 돌담을 쌓아 바깥에서는 안쪽 수비병을 전혀 볼 수가 없다. 벽의 중간 중간에 구멍이 나 있는데, 그것은 활과 총으로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었다.

성곽 복원 기부금 명판
 성곽 복원 기부금 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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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중간 중간 돌에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다. 예를 들면 Georg Genser Rothenburg 1m, Traudl u. Wilhelm Herlein Fischhof Colmberg 22. 1. 2008 등이다. 전자는 로텐부르크 출신의 게오르크 겐서가 성벽 1m의 복구비용을 냈다는 뜻이다. 후자는 콜름베르크 생선가게를 경영하는 헤를라인 부부가 2008년 1월 22일 성곽 복구비용을 냈다는 뜻이다. 일종의 기부금 명판으로 대만(Taiwan) 여행사의 이름도 보인다.

우리는 성곽의 동문인 뢰더문(Rödertor)까지 간다. 뢰더문은 14세기 만들어졌으며, 성문 안쪽으로 보루가 있고 세무서가 있어 성문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선지 성곽 밖 로텐부르크 신도시도 뢰더문 밖에 조성되어 있다. 기차역이 있고, 운동경기장이 있고, 공동묘지가 있다. 로텐부르크 성곽의 남서쪽으로는 타우버강이 흐르고 있다.

성곽 내부
 성곽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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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성문을 내려와 서쪽으로 가면 시장광장이 나오고, 동쪽으로 나가면 안스바흐(Ansbach)에 도착할 수 있다. 뢰더문에서 시내쪽을 보면 성 야곱교회의 첨탑 두 개가 보인다. 그리고 성문에 붙어있는 보루쪽으로 나가면 길게 이어진 성곽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아내와 나는 이제 뢰더문을 지나 조금 더 남쪽으로 걸어간 후 성 안쪽으로 내려간다.

유명한 대장장이 게어라흐 이야기

게어라흐 대장간
 게어라흐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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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유명한 게어라흐(Georg Gerlach) 대장간으로 간다. 이 집은 두 가지 점에서 유명하다. 하나는 이 대장간의 역사가 14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게어라흐 대장간은 로텐부르크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다른 하나는 집의 구조와 외관이 특이하다는 점이다. 3층의 목조 뼈대집으로 정면 2층에 문장을 달았다. 그리고 2층 창밖에는 제라늄 꽃을 아주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문장에는 왕관을 쓴 뱀이 가운데 있고, 몸통 사이로 망치와 집게가 꽂혀 있다. 아래 뱀의 꼬리 부분에는 나팔 같은 것이 걸려 있다. 그 의미를 알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가 없다. 또 쇠로 만든 간판에는 망치와 집게 그리고 말편자와 톱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 1469라는 금도금 글자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 집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것 같다. 1948년 재건되었기 때문이다.

1469 건립, 1948 재건을 알리는 간판
 1469 건립, 1948 재건을 알리는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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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대장간 창고에는 철제 마차가 세워져 있다. 이 대장간은 건물이 가진 역사와 특이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일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아내와 함께 서쪽으로 나 있는 벵거리(Wenggasse)를 따라간다. 이곳에서 나는 생각지도 않게 도자기 공방을 만날 수 있었다. 로텐부르크 도자기를 생산하는 프리츠 엘러(Fritz Ehler)공방이다. 

로텐부르크 도자기 이야기

이곳에서는 항아리, 식기, 다기 등 생활용품이 주로 생산된다. 쉬운 우리말로 하면 막사발이다. 이들을 종류별로 구분하면 대접, 접시, 사발, 단지, 찻잔, 벽장식용 접시, 꽃병, 촛대, 맥주잔, 물동이 등이다. 1층으로 들어가니 작업장이다. 세 사람 정도가 작업을 하고 있다. 물레를 통해 성형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전체 작업을 총괄하는 장인이 있다.

프리츠 엘러 도자기
 프리츠 엘러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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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찻잔, 접시 등에 관심을 보이자 도자기 장인인 프리츠 엘러가 말을 건다. 그래서 나는 도자기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하고 그에게 안내를 부탁한다. 그러자 그는 간단하게 엘러 공방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엘러 공방의 역사는 18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장인인 프리츠의 증조할아버지 발렌틴(Valentin)이 바인리히(Weinrich)가로부터 도자기 공방을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아들인 칼이 계승을 했고, 그 전통은 그의 두 아들인 콘라트와 한스에게 전승되었다. 그리고 한스의 아들이 프리츠 자신이라는 것이다. 1980년 현재의 자리로 공방을 이사했으며, 로텐부르크에서 전통방식으로 도자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공방이다. 그는 도자기를 더 보여주겠다며 나를 2층 전시장으로 안내한다. 그곳 선반과 장 위에는 종류별로 도자기가 전시되고 있었다.

로텐부르크 도자기 장인 프리츠 엘러
 로텐부르크 도자기 장인 프리츠 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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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부르크 도자기의 태토는 베스터발트(Westerwald)에서 가지고 온다고 한다. 이것을 물레질을 통해 성형을 한다. 성형된 제품을 말린 다음, 그림을 그리고 900℃의 불에 초벌구이를 한다. 여기에 유약을 바르고 1,100℃의 불에 재벌구이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자기가 완성되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가마는 1952년부터 전기 가마를 쓴다고 한다.

전시된 도자기를 살펴보니 색이 우리의 것처럼 맑고 밝지 않은 편이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재벌구이 온도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도자기 장인들은 1,250-1,300℃에서 재벌구이를 하는데, 여기선 온도가 그보다 낮은 편이다. 그 때문에 더 맑고 밝은 비색을 내지 못하고, 채도가 높은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는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서 그의 사진을 찍기로 한다.

그러자 예쁜 맥주잔을 하나 들고 포즈를 취해 준다. 기회가 된다면 국내 도자기 공방과 교류를 한번 추진하고 싶다. 문경 막사발축제에 외국의 도자기 장인을 초청하는데,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도자기는 역사적으로 동양이 훨씬 앞서기 때문에 서양에 전해줄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특히 상감이나 투각 기법 같은 것은 아직 그들이 잘 못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벼룩시장에서 건진 물건들

시청탑 중간에서 바라 본 시장광장
 시청탑 중간에서 바라 본 시장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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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공방을 나온 아내와 나는 이제 다시 모이기로 한 시장광장으로 간다. 그곳에 가 보니 일행들이 아직 안 왔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 시청 탑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그런데 중간쯤 올라가니 중간에서 제재를 한다. 점심시간이라 1시간 정도 탑으로 올라가는 것을 통제한다고 한다. 아쉽지만 우리는 그곳 전시관에 있는 몇 가지 유물과 전시물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계단에서 시장광장을 내려다본다.

특히 동쪽으로의 조망이 좋은 편이다. 대표적인 가게로 약국,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이 보인다. 탑을 내려온 우리는 이제 시청 아케이드에 있는 벼룩시장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고품을 구경한다. 도자기, 유리 제품, 인형, 장신구, 금속과 목제 제품, 그림, 오디오와 비디오 등이 눈에 띈다. 물품의 수준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다. 1-10유로 정도다.

벼룩시장의 물건들
 벼룩시장의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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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팔찌를 하나 사고, 나는 CD를 하나 산다. 팔찌는 파란색 유리에 은으로 장식해 고급스럽다. CD는 춤을 주제로 한 것으로 베버(Carl Maria von WEber)의 '무도회의 권유'로부터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장미의 기사'에 나오는 왈츠까지 실려 있다. 그런데 이 팔찌가 3유로밖에 안 하고,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나온 이 CD도 1유로밖에 안 한다. 이런 걸 횡재라고 한다. 시간 여유가 조금만 더 있어도 더 많은 물건을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이들을 구경하고 우리는 1시쯤 점심을 먹으러 간다. 북쪽 성곽 앞 곡물시장 광장(Schrannenplatz)에 있는 악첸테 호텔 식당으로, 그곳에서 우리는 여유 있게 프랑켄식 식사를 한다. 프랑켄(Franken)은 바이에른 북부 마인강 중·상류 지역으로, 뉘른베르크,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같은 역사도시를 품고 있다. 그리고 프랑켄 와인이 유명하다. 오후 2시쯤 메르겐트하임 거리로 버스가 오기로 했으니, 잠시 여유가 있다.

성곽 안쪽으로 다니는 마차
 성곽 안쪽으로 다니는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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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약탑(Pulverturm) 인근 성곽에 다시 올라 남쪽 방향으로 로텐부르크 시내를 살펴본다. 성곽 어디서나 성 야곱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이들 탑의 높이가 60m나 되니 사방에서 보이는 것이다. 시간이 되어 성곽을 내려온 우리는 성곽 북문인 클링엔문(Klingentor)까지 성 안쪽으로 난 길을 걸어서 간다. 클링엔문 옆에는 성 볼프강교회가 있다.

성 볼프강교회는 교회이면서 요새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의 한쪽이 암문 역할을 하고, 교회의 북쪽벽도 마치 성곽처럼 높기 때문이다. 그 벽에는 창문도 하나 없다. 교회를 빠져나오자 저만치서 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버스가 잠시 정차만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우리는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뮌헨이다. 우리는 안스바흐와 잉골슈타트를 거쳐 뮌헨 동쪽 박람회장 부근 메르쿠레 호텔까지 갈 것이다.


태그:#로텐부르크 성곽, #게어라흐 대장간, #로텐부르크 도자기 , #시청 아케이드 벼룩시장, #성 볼프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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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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