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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월세 매물판의 모습.
 지난 3월 2일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월세 매물판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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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집 샀어."

여동생이 집을 구한 건 두 번째다. 여동생은 두 번 다 떠밀려 집을 샀다. 첫 번째는 신혼 시절에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매매로 내놓은 집도 팔리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샀다. 보통 그런 스토리라면 '얼떨결에 산 집이 왕창 올랐더라'라는 스토리로 이어지지만, 동생이 산 지역의 집은 2006년 부동산이 폭등하던 시기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몇 년이 지나 여동생은 아이를 낳았다. 나처럼 워킹맘인 여동생은 출산 후 아이를 봐 줄 수 있는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전 집은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매매를 하고 전세살이를 했다.

여동생은 매년 말이 나오는 전세 대란에도 용케 집을 구하면서 2년마다 동네 근처로 이사를 다녔다. 물론 전세금을 왕창 올려주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전세자금 대출은 필수였다. 이사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좀 더 전세가 싼 곳으로 이사를 하려고 했으나 이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다른 동네로 이사를 마음 먹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두 번째 집을 샀다. 집을 사게 된 이유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집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주변 전세시세를 알아보니 2년 전보다 5천만 원 정도 올라있었고, 그마저도 전세물건이 없었다. 오전에 전세가 나왔다고 해서 방문 예약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이미 전세 계약이 끝났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여동생은 전세 대신 부동산 매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금리는 쌌고, 거기에 부동산 가격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인한 부채로 팍팍한 현실에서 자산 가격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덧붙여져 부동산 매매를 하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동산 가격은 현재 상승진행 중이다.

반월세를 내고 있는 불안한 현실

여동생도 전세대란에 집을 구하게 되었고, 하나 둘씩 주변 지인들이 집을 샀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내 마음도 불안해졌다. 전세대란에다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 보여서 동네 부동산에 매물을 알아보러 갔다.

"XX동 XXX호 거기가 좀 싸긴 한데, 세입자가 있어요. 반월세고, 내년 3월이 만기고."
"네? 거기가 월세라고요? 그럴리가요. 그 집 잘 아는데..."
"월세 맞아요. 내년 3월이 만기니까 급하지 않으면 이 집 잡는 것도 좋아요."

몇 개의 매물을 이야기 해주면서 이야기한 곳 중에 큰 아이 친구네가 있었다. 예전에 그 엄마랑 이야기 나누면서 비싼 전세금을 다 올려주면서 살아야 해서 힘들다고, 내년엔 얼마나 올릴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었다. 본의 아니게 부동산을 알아보다가 그 집이 전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월세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사실 나도 서울에서 반월세를 산 적이 있다. 보증금 1억에 월 50만 원이었는데 매달 50만 원의 월세가 얼마나 부담되던지... 월세와 대출금 이자는 매우 성격이 달랐다. 대출이자는 갚는 맛이라도 있지만 월세는 매달 보이지 않는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랄까.

맞벌이를 한다고는 해도 아이 양육비와 월세가 감당이 안 되어 결국은 용인에 사는 시댁과 합가를 했다. 덕분에 지금 당장의 전세대란을 피하고는 있지만, 내 집이 없는 현실은 늘 불안 하기만 하다.

하우스푸어는 사라지고, 전세대란은 남고

산책하다가 문득 바라본 아파트. 많은 아파트와 집이 있는데, 내 집 한칸 갖기는 힘든 현실.
▲ <아파트전경> 산책하다가 문득 바라본 아파트. 많은 아파트와 집이 있는데, 내 집 한칸 갖기는 힘든 현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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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네는 3년 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하면서 '하우스푸어'라고 푸념을 했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대출금을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당시 그 아파트는 그 지역에서 고분양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지금은 분양가를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한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하지만, 전세대란이라는 단어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사철마다 불쑥 고개를 내밀고 전세금을 한없이 올려놓는다.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니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 이 동네 아파트값도 이미 연초보다 5천만 원 올랐다. 전세금은 4천만 원 오르고, 매매가격은 5천만 원이 오른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도덕교과서 같은 이야기, 실수요자라면 부동산을 사라는 이야기도 보인다. 하지만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부동산 올라가는 속도는 부담스럽고, 전세금은 공포스럽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나무만큼이나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 숲이 보인다. 가끔 이곳에서 단 한 칸조차 내 것이 아니라는 게 서글퍼지기도 한다.

서울에서 살다 용인으로 이사를 결정했을 때 주변 지인들은 다시는 인서울(in Seoul)하기 힘들 거라고 그냥 버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현재를 버티기보다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다. 월세를 내면서 계속 버티다가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미래의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니까. 버티는 것보다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고, 거기에 아이들 양육이라는 변수도 있었다.

용인에 이사를 온 후로 왕복 4시간이라는 출퇴근 시간을 감내해야 하지만, 맑은 공기와 경제적으로, 아이들 양육에도 조금 숨통이 트였다. 바람이 있다면, 이곳에서 버티다가 밀려나기보다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 내 아이에게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으면 싶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세난, #반월세, #반전세, #부동산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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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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