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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카페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이하나씨(왼쪽)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카페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이하나씨(왼쪽)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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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증상으로 외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부조화된 환각, 망상, 환영, 환청 등을 경험하고 대인 관계에서 지나친 긴장감 혹은 타인의 시각에 대한 무관심,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일종의 만성 사고 장애인 '조현증'의 의학 용어 개념이다. 이 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그러나 부정적 편견을 없애고자 정신건강의학회에서 용어를 고쳤다. 병의 원인으로는 유전학적 동기 외에 주로 청소년기에 사회문화적 소외 현상이 주요 매개물이 된다.

올해 37살, 불혹을 바라보는 이하나씨는 아직도 수줍은 소녀의 얼굴과 감성을 지녔다. 말도 또박또박했다. 그는 카페 '빛솔'의 바리스타 생활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당당히 말했다. 분명 3개월 전보다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얼굴엔 웃음이 만연했다.

그러나 하나씨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가끔 환청도 들리고 정신분열 증세도 찾아와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때론 무서운 생각도 해봤다. 겨우 가족과 지인의 도움으로 정신보건센터의 치료를 마치고 카페에 입성했다.

오전 8시 20분, 출근이 벅차고 힘들었다. 하지만, 하나씨는 무엇보다 카페에 출근하는 게 정말 행복했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 눈치도 살피고, 소통도 버거웠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먼저 인사하고 미소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장애를 뛰어넘는 그만의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 덕분에 단골손님도 하나둘 늘어갔다.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 필기시험도 합격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실기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 2시 퇴근 후, 하나씨는 실기합격을 위해 열심히 연습한다. 앞서 하나씨 친구가 유명 대기업 카페에 바리스타 정직원으로 첫 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씨는 더욱 자극을 받아 일상을 열심히 보듬고 있다.

그의 목표는 멋진 바리스타가 되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사회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멋진 남자친구와 예쁜 가정을 만드는 게 작은 소망이다.

한 명의 인생을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

정신장애인, 빛과 소나무로... 카페는 인천시가 3년간 공간을 무상임대 해주었고,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인재개발원이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 정신장애인, 빛과 소나무로... 카페는 인천시가 3년간 공간을 무상임대 해주었고,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인재개발원이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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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24일 오전 10시, 서구 야트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인천시 인재개발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지난 3월 문을 연 정신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빛솔'이 6개월째 입소문을 내고 있었다. 하루 평균 150잔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카페는 소박했다. 20명 남짓 앉으면 꽉 차는 분위기다. 잔잔한 음악이 주위를 감쌌고 두 명의 바리스타가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손님을 응대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웃음)"

어느 매장처럼 활기찬 직원들의 인사소리가 먼저 반겼다. 카페 내에는 아기자기한 인형 소품에, 알만한 유명 서적까지 그럴싸한 인테리어까지 갖췄다. 이곳이 공무원 양성학교라 주 고객은 연수생들이 전부다. 손님들은 바리스타와 친근함을 이어왔다. 이런 서로의 공감 덕분인지 장애라는 편견은 없어진지 오래였고, 카페는 인재개발원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카페 개업 초기부터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박우진 인천시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보건전문요원은 기자가 오기 전부터 인건비를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카페가 직원들의 직업재활을 돕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철저히 직원들을 챙기는 모양새다.

 단골 고객들은 마일리지 도장을 찍어 이곳을 사랑방으로 여기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단골 고객들은 마일리지 도장을 찍어 이곳을 사랑방으로 여기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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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문요원은 인터뷰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만 바꾸면 이들은 모두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조현병, 즉 정신분열증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회병이다. 주로 청소년기에 우울증, 과대망상, 억압, 스트레스 등이 누적되어 어른이 되어서 환청 등 심리적 분열을 초래한다.

이렇다보니 사회와 점점 괴리되고 돌발 상황도 만연해 결국 중증환자로 분리돼 격리치료를 1~2년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정신장애인들은 사회기술도 없고, 사회적응도 당연히 낮아진다. 때론 인생의 실패자로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심하면 자살까지 이르게 된다.

정신장애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다. 장애라는 편견이 이들에게 또 다른 중복 장애를 낳게 한다. 박 전문요원은 "장애와 비장애라는 장벽을 떠나서 오랜 기간 사회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이들을 손잡아주고 격려해주면 사회인으로 다시 복귀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덧붙여 그는 "조현증 환자는 누구보다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이다. 아이큐 문제도 아니고 단순한 집중력 부족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향후 이런 카페가 많아져 단 한 명의 정신장애인이 당당한 사회 성원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빛솔 카페#정신장애인#바리스타#인천시 인재개발원#인천시건강증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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