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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용어 사용에 대한 주기- 혐오감을 우려하여 대변, 인변 등 점잖은 용어로 변경하려 했으나, 음식물(돼지, 소, 닭, 쌀 등 또 다른 생명)이 수분과 영양분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해 철저하게 내어주고 그 남은 찌꺼기가 똥이다. 더러운 것이 아니고 고마운 존재이기에 그냥 부르기로 한다.

불결하게만 여겨지는 똥은 하얀 백색의 변기에서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물과 함께 보낸다. 그리고 하수처리시설로 차집되어 생이 마무리된다. 하수처리를 위한 배수시설은 도시의 역사만큼 오래되었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먹고 싸는 것'은 불변의 생존법칙이다.

## 똥의 생(生)

우리가 맛있게 먹은 음식은 목구멍과 식도를 거쳐 위에 도달한다. 위에서는 음식과 위액이 섞여지고 연동운동에 따라 음식물이 잘게 분해된다. 이때 위액은 금속도 녹일 수 있다는 염산이 주 성분이다. 작은 입자의 미즙 상태가 된 음식물은 소장(십이지장, 공장, 회장)벽을 통과하며 혈액과 림프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리고 대장(결장(맹장, 상행결장, 간막곡부, 횡행결장, 비만곡부, 하행결장 및 에스결장), 직장에 도달하며 본격적으로 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미끄러지듯 대장 안을 이동하는 동안 전해질과 수분을 흡수당한 찌꺼기가 직장을 통과하면서 직장 압력을 증가 시키면 마지막 항문을 거쳐 똥이 되며 하얀 변기 속으로 다이빙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들이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영양분을 다 내어주고 결국 필요 없는 찌꺼기가 되어 밖으로 배출당한 것이 똥인 것이다. 더러운 것이 아닌 고마움의 산물이다.

## 똥의 삶

화학비료가 없던 시절 똥은 두엄과 함께 농사용 거름으로 쓰였다. 또 의약품이기도 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똥과 오줌은 여러 병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전해온다. 똥은 해열작용이 있어 열병을 치료할 때 쓰기도 하고 쇠약한 사람에게는 보신용으로 인분술(아이 대변을 받아 술에 담가 먹는 것)이 민간요법으로 전해왔다.

똥은 사람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육안으로 보아 건강 상태를 가름하기도 했고 왕의 건강을 담당하는 내의원에서는 맛까지 보며 왕의 신체를 관찰했다.

똥이 이렇게 긍정적인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다. 바로 전염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호열자)는 격렬한 설사와 구토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사람들이 흑사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알고 있지만 역사상 흑사병보다 더 많은 사람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1950년대까지 모두 만 명 단위의 사망자를 낼 정도였다. 콜레라의 전염력은 매우 강해 지금까지 7차례나 세계적인 유행성 콜레라가 발생했고 2009년 짐바브웨에서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고 감염자는 계속 증가중이라 전해진다.

도시에서 상수도와 하수도 시설이 위생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할 이유다.

## 똥의 죽음(死)

변기에 빠진 똥 덩어리는 하수관을 타고 하수처리장에 차집이 된다. 도시의 구석구석 하수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똥 덩어리들이 차집된다. 만약 이동 상황이 궁금하다면 거리의 오수맨홀 뚜껑을 열어서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여기서 잠깐 팁. 거리의 맨홀 뚜껑은 모두 원형이다. 왜 사각형이 아닌 원형으로 만들었을까. 이유는 사각형의 경우 각도에 따라 점검시 내부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 침사지 및 유입펌프장]이다. 토사류와 협잡물 등 이물질을 제거한다.
▲ 1) 침사지 및 유입펌프장 [1) 침사지 및 유입펌프장]이다. 토사류와 협잡물 등 이물질을 제거한다.
ⓒ 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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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관을 거치며 이렇게 모여든 똥 덩어리가 깨끗한 새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들이 있다. 처음 모이는 장소가 [1) 침사지 및 유입펌프장]이다. 정화의 준비 단계이기 때문에 악취가 심하다. 이곳에서 토사류(흙 모래가 섞여 흐르는 물)와 협잡물(이물질이 혼입되어 있는 것)등 이물질을 스크린 등을 통해 제거한다. 이물질들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가서 묻히게 된다.

이렇게 처리된 하수는 [2) 일차 침전지]로 간다. 이곳에서는 물보다 비중이 무거운 생슬러지를 제거한다. 그리고 드디어 [3) 생물반응조]에 도착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러워 보이는 흙탕물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이 수많은 미생물들이다. 물론 하수의 오염상태와 질, 온도에 따라 미생물의 종류와 수는 차이가 있다. 그것들이 이곳에서 대량의 오염물질을 정화시키고 있다.

[4) 이차 침전지] 잉여슬러지 배출
 [4) 이차 침전지] 잉여슬러지 배출
ⓒ 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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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4) 이차 침전지]로 가게 되는데 이때 잉여슬러지(오염물질을 먹은 미생물)가 발생한다. 일차 침전지에서 나온 생슬러지와 함께 원심탈수를 거쳐 슬러지케이크로 만들어져 반출이 된다. 예전에는 해양배출을 했지만 2012년 런던협약 이후 중단이 된 상태라 한다. 이 슬러지 케이크는 식물비료로도 이용되고, 벽돌이나 시멘트 등 건축자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매립을 하기도 하는데 재활용에 대한 연구가 더욱 요구된다.

이차 침전지의 처리수는 하천의 부영양화 현상(적조와 녹조의 원인)과 조류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인'을 제거하고 수질악화를 예방하는 시설인 [5)총인시설]을 거치게 된다. 하천으로 나갈 준비를 슬슬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장균 등 병원균을 제거하는 [6) 염소소독조]을 거쳐 하천에 방류가 된다.

하천에 방류된 정화된 물
▲ 7 하천에 방류 하천에 방류된 정화된 물
ⓒ 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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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여겨졌던 똥은 6단계로 정화가 되며 물로 부활했다. 하지만 이 물은 아직 마실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하천에 방류된 이 물들은 자연이란 큰 품에서 다시 정화되면서 생태계를 순환시킬 것이다. 천에 살던 많은 세균들이 오염물질을 다시 분해한다. 플랑크톤이 그 세균을 먹고, 물고기는 플랑크톤을 먹는 먹이 사슬이 형성되어 결국 우리 식탁으로 다시 오르게 된다.

이때 우리가 명심할 것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드는 정화장치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결국에는 자연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정화작용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가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자연을 한 바퀴 돌아낸 똥은 다시 음식이 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사람의 삶에 있어 먹고 마시고 싸는 행위는 신성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먹고 싸는 것'은 불변의 생존법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기초적인 배설을 해결하는 화장실이 차별을 나타내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자신들의 신체 사이즈에 맞지 않는 대소변기를 사용하는 아이들, 문 높이가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용변을 봐야 하는 구치감 미결수들, 심지어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휠체어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 많기에 국물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강미현님은 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입니다. 이 글은 새전북신문에 연재됩니다.



태그:#똥, #하수처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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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효형출판)저자, 건축스튜디오 사람 공동대표, 건축사사무소 예감 cck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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