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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의 의미를 잘 모른다. "하부지 미워"라는 말이 너무 귀엽다. 이제 말을 시작 했으니 유치원에 갈 차례다. 나와 함께할 날 도 그리 많지 않다.
▲ 콩콩이 제법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의 의미를 잘 모른다. "하부지 미워"라는 말이 너무 귀엽다. 이제 말을 시작 했으니 유치원에 갈 차례다. 나와 함께할 날 도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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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미워"
"왜…?"

"그냥~"
"……. "

지난 금요일, 생후 28개월 손녀 콩콩이가 하는 말이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키워주고, 먹여주고 놀아 주었더니 한다는 소리가 "하부지 미워"라니…….

"하부지 피 나."
"놀이터에 가."

한번 말문이 터지니 끝이 없다. 짧게 단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더니 조금씩 길어졌다. 언니와 다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배운다. 언니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 살며시 다가가 언니를 꼬집고 도망간다. 그리고 키득키득 웃는다.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요"

미끄럼을 타고 있다. 처음에는 신기해 하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 콩콩이 미끄럼을 타고 있다. 처음에는 신기해 하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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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구에 올라가 놀고 있다
▲ 콩콩이 놀이기구에 올라가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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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의 일상은 늘 반복이다. 언니 배웅하고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그림도 그려보고 블록놀이도 하지만 금방 싫증을 느낀다. "하부지 심심해"하고 보챈다. 심심하다는 의미를 알고나 쓰는지.

산책을 나섰다. 늘 가는 푸른길 공원이다. 나뭇잎도 더위에 지친 듯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볓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콩콩이는 유모차 위에서 신이 났다. 대부분 가게는 문을 닫았다. 도시가 텅 비었다. 이번주가 피서의 절정이라고 한다. 나가면 생고생인데….

어렸을 때다. 여름 방학 때면 도시에서 사촌 동생들이 시골로 내려오곤 했다. 그때만 해도 샛강이나 도랑 등이 오염되지 않아 메기, 가제, 피리 등을 잡고 놀았다. 인근 숲에는 매미가 유난히도 많았다. 특히 매미를 잡아주면 무척 즐거워했다. 내가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한계단 씩 올라 간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성인이 되겠지.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가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텐데
▲ 콩콩이 한계단 씩 올라 간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성인이 되겠지.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가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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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콩콩이는 시끄럽다고 두 귀를 막는다. 아직은 매미나 잠자리  채집하는 재미를 모른다. 나무 그늘 밑에 있으니 조금은 견딜 만하다. 그런데 모기가 극성이다. 그놈의 모기는 부드러운 아이 피부만 문다. 놀이터로 자리를 옮겼다.

머뭇거리던 콩콩이가 놀이기구에 올라가 놀기 시작했다. 미끄럼을 타고 통에 앉아 이것저것 만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앉아 있다. 사다리도 오르고 싶은 모양이다. 아직은 위험하다. 뒤에서 잡아 주었다. 한 발씩 계단을 올라간다.

어느 지상파 방송에서 출연자가 아이 엄마, 아빠에게 충고다.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요", 아이 양육을 친정 엄마에게 부탁하자는 엄마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손자 사랑은 짝사랑이다는 친구, 아이들 양육은 내리사랑이다.


태그:#콩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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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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