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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 폭스뉴스

2016 미국 대통령 선거의 서막을 여는 공화당의 첫 TV 토론회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폭스뉴스>의 주관으로 열린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들을 압도하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막말'에 가까운 발언과 엉뚱한 행동으로 토론회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다른 후보들이 토론회 장소인 퀴큰론스 아레나 경기장에 일찌감치 도착해 토론 준비를 한 것과 달리 트럼프는 막강한 재력과 지지율 선두로서의 여유를 과시하듯 전용기를 타고 느긋하게 도착했다.

트럼프 "경선 승복 약속할 수 없다"

그의 '기행'은 토론회가 열리기 전부터 시작됐다. 진행자가 토론에 앞서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후보가 있다면 손을 들라"고 묻자 트럼프는 10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손을 번쩍 들며 "내가 공화당 후보로 선택된다면 당연히 약속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하지 않겠다"라며 경선 불복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랜드 폴 상원의원이 "트럼프는 온갖 정치인을 매수하고 있다"라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했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인물"이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나는 당신에게도 돈을 줬다"라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에게 기부금을 줬다는 논란에 대해 "내가 클린턴 전 장관을 결혼식에 초대하자 실제로 왔다"라며 "내가 기부금을 줬으니까 클린턴 전 장관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진행을 맡은 여성 앵커 메긴 켈리가 "트럼프는 과거 트위터에서 여성을 '돼지, 개, 역겨운 동물' 등으로 비하했다"라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로지 오도넬(동성결혼을 한 거구의 여성 코미디언)에게만 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켈리가 "기록을 보니 다른 여성에게도 했다"라고 반박하자 트럼프는 바로 "그렇다"라고 시인하는 황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시종일관 자신감 있게 토론회를 이끌었다. 트럼프의 이날 총 발언 시간은 11분 14초로 1위를 차지하며 하위권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5분 45초)와 폴 상원의원(5분 28초)의 두 배를 기록했다.

그러나 청중과 언론의 평가는 차가웠다. 트럼프가 황당한 발언을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언론은 트럼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공화당의 첫 토론회를 '코미디 쇼'로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CNN은 "트럼프가 폭발적인 토론을 했다"라며 "그러나 토론회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토론회를 주관한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트럼프는 그가 잘 준비된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를 보여줬고,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트럼프에 가린 젭 부시와 스콘 워커

비록 트럼프가 모든 화제를 휩쓴 토론회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고군분투한 후보들도 있었다. 특히 10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낮지만 토론회가 '홈그라운드'인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덕분에 가장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존 카시치 오하이오 주지사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카시치 주지사는 국가 재정, 외교,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와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가며 트럼프의 유명세를 잘 활용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칭찬을 받았다. 쿠바 이민자 2세 출신인 루비오 상원의원은 약점으로 꼽히는 이민 정책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젊은 패기를 앞세워 성공적인 토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지지율 2, 3위를 달리며 '트럼프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워커 주지사 등은 혹평에 시달렸다. 부시 전 주지사와 워커 주지사는 너무 진지한 태도를 고집한 나머지 트럼프의 활약에 가려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가 무너질 때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라며 "트럼프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돌풍과 거품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있는 트럼프의 활약을 지켜보는 공화당으로서는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막강한 상대와의 대결을 앞두고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공화당#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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