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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도 환하게 웃어주는 인도 여자들.
▲ 여자들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도 환하게 웃어주는 인도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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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5천만이 넘는 인도의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인도에는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 걸까' 라는 느낌은 크게 놀랍지 않다. 다니면서 어느 곳에서든 자기 앞가림만 할 수 있으면 사기나 범죄 등은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암베르 성을 갔을 때 반갑게도 한 명의 한국인 청년을 만났다.

그는 릭샤를 전세해서 암베르 성을 방문했었는데 고맙게도 나가는 길에 그의 릭샤를 얻어 타고 시내까지 갈 수 있었다. 암베르 성을 떠나기 전 들은 그의 이야기는 안타까움 자체였다.

인도 땅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되었던 스무 살 초반의 그는 나를 만났을 당시 한화 백만 원 정도를 사기당한 상태였다. 띠동갑의 막내 동생을 둔 덕에 어린 친구들을 보면 늘 남 같지 않은 마음이기에 그에게 줄줄이 조언을 읊어댔다.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때 댈 수 있는 핑계까지.

암베르 성 (Amber Fort) 1592년 자이푸르의 라자만싱(Rajr Man Singh) 왕이 건축하기 시작했다는 암베르 성.
▲ 암베르 성 (Amber Fort) 1592년 자이푸르의 라자만싱(Rajr Man Singh) 왕이 건축하기 시작했다는 암베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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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얘기는 이랬다. 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진 저녁, 그는 미리 알아봐 둔 숙소로 가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물론 공황 근처의 대기 중이던 호객꾼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댔을 것은 당연한 순서.

낯선 인도 땅을 경험해보겠다고 도전 정신을 품고 왔지만, 밤이라는 시간의 제약은 그를 긴장되고 걱정스러운 상태로 내몰았을 것이다. 그는 무심한 듯, 어디로 가느냐는 낯선 이의 말에 자기가 예약을 했던 숙소의 이름을 댔다. 돌아온 대답은 이 젊은이에겐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버스 일반 버스도 있지만 이런 소형 버스는 곳곳을 저렴한 가격으로 다닌다.
▲ 버스 일반 버스도 있지만 이런 소형 버스는 곳곳을 저렴한 가격으로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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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숙소는 이미 없어졌다는 것. 그럴 리가 없다며 분명히 예약했다고 대꾸했지만, 그의 눈은 이미 놀라움과 긴장감으로 흔들렸을 터. 옆에 있던 또 다른 낯선 남자는 "그 숙소 전화번호가 있느냐?"며 거들었다.

낯선 땅에서 예약한 숙소마저 없어졌다는 소리에 불안하던 젊은이는 얼른 전화번호를 주었다. 번호를 받아 든 남자는 전화를 걸었다. 그 남자가 어디에 전화를 걸었는지, 바로 옆에서 전화기 번호를 보지 않은 이상 어찌 알겠는가?

그리고 전화번호는 숙소가 아닌 다른 곳에 연결되었다며 낯선 남자 둘은 "어쩌느냐. 네 숙소는 이미 없어지고 이 번호는 다른 곳으로 연결되고 있어"라며 자못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교통대란 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오토바이의 대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교통대란 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오토바이의 대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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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자이푸르에서만 이 같은 경험을 한 젊은이들을 세 명이나 만났다는 것이다. 이야기로 조곤조곤 풀어놓으면 '아니 어쩌면 저렇게 당할 수가 있어!'라고 답답할 수도 있겠다. 필자도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낯선 땅에 밤에 도착했다는 긴장감과 너무나 노련한 경험을 가진 호객꾼들 사이에서 순진한 여행객들이 당하게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 젊은이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 날 밤, 그들의 권유로 숙소가 아닌 택시를 타고 밤새 달려 자이푸르로 넘어오게 되었다. 물론 교통비로 큰돈을 내게 되고, 도착한 후 숙소에 대한 돈도 마찬가지였다.

가방을 만드는 남자. 가방과 액세서리등을 만드는 작업장
▲ 가방을 만드는 남자. 가방과 액세서리등을 만드는 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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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제대하고 여행 왔다는 그의 말에, 남동생이 외국에 나가 사기를 당한 것처럼 짠하고 울컥한 마음에 말이 많아지고 말았다.

첫째, 합리적인 의심을 거두지 말 것

상대에 대해 친분이 쌓이기 전까진 마음속의 의심을 거두지 않아야 한다. 물론 늘 방어적이 되어서 여행에서의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사람을 경험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실제로 숙소가 없어졌는지 직접 전화를 해 보는 확인 정도는 했어야 한다. 아니면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 'i' 표시가 되어있는 안내센터나 혹은 사설호텔예약센터로 가서 최대한 불쌍한 얼굴로 부탁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여성 신발 심플한 가죽신발부터 각종 수를 놓은 것까지 다양한 자이푸르의 여성 신발.
▲ 여성 신발 심플한 가죽신발부터 각종 수를 놓은 것까지 다양한 자이푸르의 여성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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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부딪혀 볼 것

설령 숙소가 없어졌다 한 들, 숙소가 그곳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니(5성급 등의 호텔이 아니라면 저렴한 숙소들은 대부분 몰려 있다) 가보고 나서 실제로 없어졌다 해도 부근의 숙소를 찾으면 될 것이다.

또한, 어느 곳에서든 사기의 위험이나 범죄의 위험은 다가오는 법이다. 하지만, 손을 내밀었을 때 도와줄 현지 사람들 또한 많다. 부탁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난처한 상황의 외국인을 모른 체하지는 않는다.

IT강국 인도 IT강국답게 각종 최신 가전과 휴대전화기기도 유행중인 인도.
▲ IT강국 인도 IT강국답게 각종 최신 가전과 휴대전화기기도 유행중인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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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순발력을 발휘할 것

또한 낯선 이들에게 빠져나오기가 애매하다면  '일행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다' 혹은 '친구와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등의 핑계를 대라. 전화로 확인을 못 했어도 어색하지 않게,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실이 생긴다. 순발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생기진 않는다. 그러니 경험은 언제나 가장 좋은 선생이다.

여행지에서 보내는 엽서 바라나시에서 산 엽서를 자이푸르에서 보냈다.
▲ 여행지에서 보내는 엽서 바라나시에서 산 엽서를 자이푸르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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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며 그에게 복화술을 하듯이 한국말로 이 릭샤 기사도 좀 마음이 안 놓이는 데 합의한 금액과 일정만 소화하고 헤어지라고 조언을 했다. "우리 셋은 이제 친구"라며 "한국말로 하지 말고, 영어로 얘기하라"고 말하는 릭샤 기사의 말이 미심쩍어서 만은 아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말이 많아진 내 조언이 헛되지 않게 그가 여행을 잘 끝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난 여전히 내 남동생에게 인도를 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기의 시도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매력이 그 곳, 인도에 있으므로...

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인도 사기#공항의 호객 행위#인도 자이푸르 #세계여행#인도 우체통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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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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