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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을 하고 잿빛 승복을 입고 있었지만 동자승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또래의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습니다.
 삭발을 하고 잿빛 승복을 입고 있었지만 동자승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또래의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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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느 절 어느 스님은 소위 '아는 소리'를 합니다. 운명을 점쳐 주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액운을 막아줄 수 있다는 말도 합니다. 하기야 드러내놓고 무당질을 하고, 음주와 도박 심지어 여자문제로 시비를 받고 있는 스님(?)도 없지 않으니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스님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10여 년 전, 어느 절 행사장에서 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예닐곱 명의 동자승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출가 수행자는 생각보다는 저 동자승들은 어떤 사연으로 저 어린 나이에 동자승이 됐을까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습니다.

동자승들은 머릿살이 파랗게 드러나도록 삭발을 하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과자를 내놓자 서로 먼저 움켜잡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팔소매가 치렁치렁한 잿빛 승복을 입고 있어도 맹물보다는 달콤한 음료수를 더 좋아하는 아이가 분명했습니다. 

앙증맞도록 뽀얀 애기 피부는 시린 사연이 더듬어지는 촉감이었고, 천진난만 눈동자는 동자승의 삶이 아른거리는 가냘픈 몸짓이었습니다. 하지만 달랐습니다. 대개의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두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 또랑또랑 발음으로 반야심경을 읊어대는 모습은 분명 달랐습니다.

동자승 통해 익히는 불교이야기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지은이 쉐청 · 그린이 센판, 센수 / 옮긴이 유연지 / 펴낸곳 담앤북스 / 2015년 7월 17일 / 값 1만 4,000원)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지은이 쉐청 · 그린이 센판, 센수 / 옮긴이 유연지 / 펴낸곳 담앤북스 / 2015년 7월 17일 / 값 1만 4,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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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지은이 쉐청 · 그린이 센판, 센수, 옮긴이 유연지, 펴낸곳 담앤북스)는 '불이사'라는 절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자승 센얼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일기입니다.

미신을 믿는 소녀는 동자승 센얼을 찾아가 점을 쳐달라는 도움을 청하고, 사주를 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나 센얼은 불교에서는 점을 치지도 않고 사주를 보지도 않는다며 거절합니다.

하지만 동자승으로부터 전후이야기를 들은 사부님(불이사 주지)은 동자승에게 소녀에게 가져다주라며 점괘(?)가 적힌 쪽지를 건네줍니다.

사부님이 건네준 점괘쪽지에는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괘가 적혀있었습니다.

동자승은 불교에는 철저했지만 미신을 믿는 소녀의 마음까지를 깨우쳐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부는 미신에 대한 소녀의 믿음을 방편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책은 94편의 만화로 되어있습니다. 94편의 만화는 그 한 편 한 편이 좌충우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자승의 모습, 배우고 깨우쳐 가는 나날입니다. 94편의 만화는 94편의 불교이야기이자 94편의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좌충우돌하는 동자승 모습 보며 얻는 재미와 이해

어느날, 사부님은 동자승을 테스트하겠다며 '자유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동자승을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는 것, 눈이 떠질 때까지 실컷 자는 것, 하늘을 날기, 천하무적 슈퍼맨이 되는 것' 등이 자유라고 답을 합니다.

동자승의 이러한 답에 사부님은 '마음속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걸 일러주고, 동자승을 깨우칩니다.

사부님이 동자승 센얼에게 "자유란 무엇이냐?"를 물었습니다.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162쪽-
 사부님이 동자승 센얼에게 "자유란 무엇이냐?"를 물었습니다.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162쪽-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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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의 "자유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동자승 답게 이런저런 원초적 욕구로 답을 합니다.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162쪽-
 사부님의 "자유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동자승 답게 이런저런 원초적 욕구로 답을 합니다.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162쪽-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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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게 불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불교도 동자승 이야기를 통해 동자승의 눈높이에서 만화로 읽을 수 있어서인지 쉽고 재미있습니다. 동자승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에서 우러나는 순진한 재미, 발랄한 이해입니다.

과거 속에 갇혀 사는 당신은 수많은 희망을 놓치는 거며, 스스로 적을 만들지 않으면 나 자신이 곧 천하무적이라고 합니다.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는 없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인생의 모든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 될 거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불이사'에서 천방지축 좌충우돌하며 수행(?)하고 있는 동자승 센얼의 일상을 그린 <엉뚱 발랄한 동자승 마음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만화 속 동자승이 돼 불교를 알게 되고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서로 두 가지, 만화를 보는 즐거움에 가르침까지 지혜로 챙길 수 있으니 <엉뚱 발랄한 동자승 마음일기>를 읽어 보는 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의 책읽기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지은이 쉐청 · 그린이 센판, 센수 / 옮긴이 유연지 / 펴낸곳 담앤북스 / 2015년 7월 17일 / 값 1만 4,000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 #유연지,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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