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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이 도민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유출 논란', '공정성 시비'와 별개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존재하지도 않은 호남신당보다 낮게 나온 게 화제입니다. 전북지역 11곳의 지역구 중 무려 10곳에서 호남신당에 졌다며 새정치 위기론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9일 광주·전남지역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 당원들이 집단 탈당하고 호남신당 창당을 발표했습니다. 전북지역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여론이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1야당의 위기론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총선 1년을 앞둔 지금의 위기론은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또다시 제1야당의 위기론 앞에 누군가는 혁신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친노와 비노를 구분하고, '구태 정치'를 비판합니다. 그런데 전북지역 언론을 비롯해 제1야당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이러한 비판이 참 공허하게 들립니다.

지방자치 20년 독재, 전라북도는 행복한가요?

지난 2009년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명품 새만금" 만들기 종합실천계획 중 전북도가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방사형 구조안. 과연 새만금 간척 사업은 이 구상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 지난 2009년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명품 새만금" 만들기 종합실천계획 중 전북도가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방사형 구조안. 과연 새만금 간척 사업은 이 구상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 전북도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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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허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저는 그 공허함을 설명하기 위해 아주 단순하지만 멍청한 질문을 전북지역 새정치연합 정치인들과 호남신당을 만들려는 정치인들에게 던져볼까 합니다.

"올해로 지방자치 20년을 맞이했습니다. 민생과 민주·새정치를 부르짖고, 국민을 배신한 여당을 비판해왔던 제1야당이 지배한 전라북도는 정말 당신들이 말한 그 신념이 실현된 곳인가요?"

벌써 20년입니다. 제1야당을 믿은 전북 도민들의 한결같았던 마음이 말이죠. 제1야당은 전라북도에서 최소한 자신들이 비판하는 여당이 똑같이 20년간 지배해 온 영남과는 다른 무엇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전라북도에서 제1야당은 어떤 차이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20년 전라북도 지역 총선과 지방선거에 나온 제1야당 소속 후보들은 "낙후 전북"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개발 논리를 설파했습니다.

못 살고, 가난하고,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된 전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자신이 마치 투사가 되어 이를 극복하겠다고 나섭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보편적 복지를 말하는 이들이 전북에서는 경제와 개발 논리를 설파했습니다. 낙후 전북은 그런 경제와 개발 논리의 표상이었죠.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따낸 것을 성과로 표현하며 그 예산을 전북지역 도민들의 보편적 복지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1야당 전북권 정치인들에게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실패한 정책과 행동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실패에 대한 지적만 있을 뿐, 책임지는 자도 해결하려는 자도 전북지역 정치권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정치권이라고 말하지만, 제1야당 출신이라고 해도 그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 상황이 전북입니다).

"4대강 녹조 비판하는 새정치, 왜 새만금 수질에 침묵하나요?"

2005년 새만금 방제조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은 이렇게 많이 죽어갔습니다. <사진 제공 - 주용기 환경운동가>
▲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 2005년 새만금 방제조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은 이렇게 많이 죽어갔습니다. <사진 제공 - 주용기 환경운동가>
ⓒ 주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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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에서 가장 큰 개발 사업인 새만금 사업의 현재는 제1야당의 20년 독재의 결과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제1야당이 전라북도에서 벌인 가장 심각한 야만이 바로 '새만금'입니다. 노태우가 전북 도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작한 무모한 개발 '새만금 간척 사업'. 지난 20년 제1야당의 단골 공약이었습니다.

'전북의 희망', '한국의 두바이', '명품 새만금', '대중 무역의 중심지' 등등 수많은 미사여구를 사용했고, 환경 파괴와 새만금 연안 주민들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진실을 표하는 이들을 매도했습니다.

올해는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된 지 9년이 됩니다. 새만금 개발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전북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할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드러난 간척지를 복토할 흙은 남산 크기의 산 100개 분량이 필요한데 답이 안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수질은 최악입니다. 전북녹색연합이 지난 6월 발표한 새만금호의 수질은 6급수. 4대강의 녹조가 '녹조라떼'로 비유되며 많은 국민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데, 새만금호도 4대강 녹조에 비견합니다. 큰빗이끼벌레는 새만금호에도 서식하고 있고, 물고기 떼죽음도 경험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22조의 혈세 낭비, 새만금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새만금호 수질이 3급수에서 6급수로 악화하는 동안 쏟아 부은 세금이 2조5000억 원이었습니다. 전북도를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이 금액이 만경강과 동진강 상류의 기초 수리시설 보강에 쓰였기에 허투루 쓴 돈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초 수리시설은 굳이 새만금사업이 아니더라도 행정기관이라면 당연히 개선하고 보강해야 합니다. 오창환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해 직접 쓰인 돈은 없다는 말이 된다."

실패 인정하고 대안 마련 고민하는 책임 정치 필요

새만금 방조제와 간척 공사 20여 년. 수 많은 이들이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는 호소를 했지만, 제1야당이 집권한 전라북도에서 이 의견은 묵살됐습니다. 제1야당의 가치인 민주주의가 새만금 개발 논쟁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 새만금 방조제와 간척 공사 20여 년. 수 많은 이들이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한다는 호소를 했지만, 제1야당이 집권한 전라북도에서 이 의견은 묵살됐습니다. 제1야당의 가치인 민주주의가 새만금 개발 논쟁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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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경의 바다 생명을 몰아내고 1만5000여 명 주민들의 생계를 빼앗은 그 결과에 대해 여전히 책임지는 자는 없습니다. 4대강 녹조라떼에 대해 비판하는 제1야당은 새만금 수질오염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최악의 수질로 치닫고 있는 새만금호에 대해 전북녹색연합은 지난 6월 17일 "새만금호 해수유통 송하진 도지사가 책임지고 결단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민주당에 입당하여 전주시장이 됐고, 새정치연합 당원으로 전북도지사가 된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지도자입니다. 새만금 사업은 그동안 정치 논리가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새만금 3보 1배를 비롯해 연안 어민들의 강경한 대응과 환경 파괴 논란으로 잠시 중단된 새만금 사업이 지난 2003년 재개할 수 있었던 것도 전라북도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의지가 컸습니다.

새만금호에 대한 해수유통도 마찬가지로 전라북도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이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체의 물음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 1>의 보도에 따르면,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난 6월 3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새만금 사업은 국가사업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답니다. 그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국가가 벌여놓은 일을 왜 제가 뛰어다니며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웃더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제 취임 1년이 된 신임 도지사가 전임 도지사들이 남겨둔 숙제를 푸는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요? 새만금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일종의 출구전략을 기대하는 발언이었을까요?

지난 2003년 전라북도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며 새만금지역을 동북아 물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이가 지금의 송하진 지사입니다. 전주시장을 연임하시느라 잠시 새만금과 멀리 떨어져 있었을 뿐, 제1야당이 집권하면서 추진한 새만금 사업의 당사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송 지사는 '국가가 벌여놓은 일 때문에'라고 억울한 심정을 밝힐 위치가 아닌 그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1야당의 전북지역 정치인들과 신당에 참여하려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1야당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소개합니다.

"해수유통을 해서 계속 바다에서 어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 큰 바다를 다 메워서 대체 뭣을 한다는 거예요? 시화호 같은 데도 바다를 막았다가 실패해서 바다가 썩어 가고 있는데, 그 많은 어류, 어민들 다 죽여놓고 세계 최고 방조제를 만든다고 자랑하고 있는 겁니까?

세계에서 최고로 큰 갯벌을 그대로 살려서 다른 나라에는 없는 어종들 다 살려냈다는 그런 자랑스러운 얘길 해야지, 간척공사 해서 다 썩혀 버리고 환경 다 망치고 이런 걸 자랑하면서 최고라고 할 겁니까?" - 출판사 <뜨인돌>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강정마을, 4대강, 새만금도 죽어가고 있다" 본문 중에서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3개월이 지난 2006년 7월 12일, 농어촌공사의 예고 없는 배수갑문 개방으로 휩쓸려 돌아가신 갯벌의 여전사 고 류기화님 말입니다. '세계 최고의 방조제', '한국의 두바이', 모두 새만금을 두고 제1야당의 정치인들이 만든 것입니다. 4대강 녹조와 같은 수질 오염에 골병든 현재 누구도 이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습니다.

이제 모두가 압니다. 새만금 신화는 깨졌고, 새만금 간척사업은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전라북도에서 제1야당(새정치연합이든, 새로운 신당이든)의 힘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다시 말해, 새만금 문제 해결의 열쇠도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이제는 해수유통과 갯벌 복원을 비롯한 대안 마련을 제1야당의 주요 의제로 올려놓아야 합니다. 제1야당의 지배 구조 안에서 발생한 실패에 책임을 질 때 도민들의 진정한 지지는 시작될 것입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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