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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3일 오후 7시 10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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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현장 거점'격으로 만든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문을 열고 정식업무를 시작했다. 북한은 이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어 파탄 상태인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개소식을 주관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의 인권 분야 수장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 사무소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동북아시아에 설치하는 첫 인권 현장사무소"라며 "이 사무소를 서울에 유치하게 해준 대한민국 정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관찰하고 기록해, 향후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늘은 대한민국과 유엔에게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며 "유엔북한인권사무소는 북한에서의 인권과 인간 존엄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축사를 했다. 그는 "북한인권사무소는 그 어떤 정치적 의도나 숨겨진 어젠다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개소식에 참석은 했으나, 연설은 하지 않았다.

덴마크 출신인 사인 폴슨(Signe Poulson) 초대 소장과 5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사무소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모니터와 기록, 증거보존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해, 그 책임자들을 기소하는 등의 처벌을 위한 것이다.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이 심각한 것과는 별개로, 이 사무소가 상징성 외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탈북자 인터뷰와 정리, 선전 외에는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활동은 이미 우리 통일부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해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설치 반발 북, 광주 하계U대회 불참 선언

북한은 이 사무소 설치에 반발하고 있다.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갈 수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지난달 29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유엔 북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끝끝내 설치된다면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서울에 '북인권사무소' 문패가 달리는 순간부터 박근혜 일당은 용서를 모르는 우리의 백두산 총대의 첫 번째 타격 대상이 되어 가장 비참한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지난 3월부터 억류해 오고 있던 남한 국민 김국기씨와 최춘길씨에 대해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등 4개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고 23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도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에 대한 불만과 연결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에 대한 무기징역형 선고 보도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식 시작과 거의 동시에 나왔다.

북한은 "사회주의 제도 아래서 인민들은 모든 권리를 누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한  신동혁씨를 비롯한 탈북자들의 '증언'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면서 인권 문제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신씨가 경험했다고 밝힌 인권 침해 상황의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북한이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부드러워졌다고 대응하면서, 남북관계가 다소 부드러워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북한인권 서울 사무소 설치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다시 냉기류에 휩싸이면서, 8·15 광복 70주년 공동행사를 통한 관계 개선 움직임의 동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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