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홍준표 쫌."

무상급식 중단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4월, 한 학부모가 1인시위를 벌이며 들고 서 있었던 손팻말 문구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들고 나온 펼침막이나 손팻말 문구가 '진화'하고 있다.

무상급식 중단 논란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되었다. 홍준표 지사가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무상급식 중단 선언하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시작된 학부모들의 '무상급식 외침'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 첫날인 1일 아침 창원 마산내서지역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 첫날인 1일 아침 창원 마산내서지역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 홍기표

관련사진보기


손팻말·펼침막 문구는 학부모들이 그때 분위기에 맞춰 만들어낸다. 이들은 손팻말을 1인시위나 집회에 들고 나오고, 아파트 베란다에 걸기도 하며 차량에도 붙이고 다닌다. 또 학부모들은 학교나 아파트 외벽이나 울타리에도 펼침막을 걸어 놓았고, 학부모들이 만든 구호는 교육청이 활용하기도 했다.

'개그콘서트'에 나온 말을 패러디한 문구가 있었다. 개그콘서트 김영희의 '앙대요' 말을 본떠 만든 "홍준표 지사님, 아이들 밥그릇 가지고 갑질하면 앙대요!"라는 펼침막은 지난해 12월 19일 창원에서 열린 '우리 아이 밥그릇 지키기 한마음 대행진'에서 나왔다.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SNS 밴드 모임'을 만들어 의견과 정보를 나누었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구호 공모'를 했는데, "똑같은 세금 내고 경남만 유상급식", "세금은 내가 내고 갑질은 니가 하나" 등이 나왔다. 양산교육지원청 건물 외벽에 걸렸던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만 유상급식"이란 구호도 학부모들이 낸 것이다.

홍준표 지사를 비꼬는 구호도 많았다. 올해 초 홍준표 지사가 시군순방했을 때 학부모들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동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할 거면 내가 준표 내놔"라는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또 학부모들은 "경남만 무상급식 지원 0원, 홍준표 OUT"라고 외쳤다.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을 전용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조례)을 벌이기로 했다. 이 조례가 지난 3월 19일 새누리당 절대 다수인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사업은 서민자녀한테 1년간 평균 50만 원이 든 교육카드를 지급해 교재 구입과 강의 등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홍 지사는 이 사업을 벌이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의회가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경남도의회가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학부모들은 이 사업과 관련해 "홍준표 도지사님, 밥 먹는데 가난을 증명해야 하나요"라거나 "1년에 50만 원? 개천에서 욕 나온다", "도민 위에 도지사 수퍼갑질 못봐주겠다"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비난했다.

"엄마 군대 가도 밥값 내?"

지난해까지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했던 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은 올해부터 중단했고,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4월 1일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했다. 유상급식 전환 첫 날은 '수요일'이었고, 학부모들은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집중행동'을 벌였다.

학부모들은 "의무교육 의무급식", "엄마 군대 가도 밥값 내?", "아이들 밥그릇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내가 낸 세금으로 내 아이 따뜻한 밥 먹이고 싶어요", "내가 낸 세금으로 우리 애들 밥 좀 먹이자", "밥상머리 교육, 급식도 교육입니다"고 쓴 손팻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은 '공짜밥'이 아니라 내가 낸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인식을 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창원의창지역협의회는 경남도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면서 "급식폭탄, 세금폭탄, 서민도탄"이란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유상급식이 되자 '무상급식 재개를 바라는 할머니'들은 지난 4월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손주들 눈칫밥 주는 도지사는 각성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한 학부모는 "차별없는 급식, 벚꽃보다 아름답다"는 손팻말을 들고 학교 앞에 서 있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창원을 방문했을 때, 학부모들은 지나는 길목에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이때 나온 구호는 "대통령님 경남 좀 살려주이소"와 "민심이 천심", "독불장군 벽창호 경남에서 떠나라"였다.

홍준표 지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평일에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때 의원 발언 도중 컴퓨터로 영화 예고편을 감상한 사실이 들통 났는데, 학부모들은 이를 빗댄 구호도 만들어 냈다.

학부모들은 "홍준표 도지사님, 애들 밥 굶겨 골프접대 나가서 행복하십니까?"라거나 "골프보다 밥, 영화보다 밥, 갑질보다 밥, 애들에게 밥"이라고 쓴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관사 앞 등에 서 있기도 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소속 학부모들이 30일 아침 홍준표 경남지사의 관사 앞 골목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며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소속 학부모들이 30일 아침 홍준표 경남지사의 관사 앞 골목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며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한 학부모가 2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무상급식 지원을 끊고 미국 방문 중 골프를 친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한 학부모가 2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무상급식 지원을 끊고 미국 방문 중 골프를 친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홍 지사가 미국 방문에서 돌아오자 경남도청은 무상급식을 외치는 학부모들에 대해 '종북좌파'라 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경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며 "무서버서 빨간색도 못 쓰겠다. 우리는 무색이다"거나 "아이들의 밥을 말하는데 종북이 웬말이냐", "사면초가 정치쇼 결국에 종북좌파", "무상급식 하자는데 종북? 골프치고 돌아와서 뒷북?"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새누리당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 의장단은 '중재안'을 내놓았다. 지난해까지 '지역별 보편적 무상급식'이었는데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바꾸자는 중재안이다. 중재안 역시 '선별 무상급식'이라며 반대했던 학부모들은 "닥치고 중재안, 돌려놔 무상급식"을 외쳤다.

"급식비 지원 없이 또 당선? 택도 없다"

시군의원을 겨냥한 구호도 있었다. 특히 새누리당 지방의원들은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제정을 요구했는데, 학부모들은 "졸속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예산 삭감하라"고 외쳤다. 특히 거창 한 학부모는 군의회 앞에서 개줄을 갖다 놓고 "군의회가 군민의 대표기관인가. 홍준표 싼 똥 치우는 곳인가"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새누리당 이성애 경남도의원이 학부모한테 '막말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이 의원이 사는 아파트 앞에 몰려가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하면서 "이성애, 그 입 다물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새누리당 김효진 양산시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급식의 주체는 경남도교육청으로 법률로 제정돼 있고, 양산시 자체로는 할 수 없다"거나 "무상급식이 중단 된 것은 학교급식의 주체인 도교육청이 경남도의 감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해 경남도가 예산을 중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사태 이후 다양한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 등 다양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경남지역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사태 이후 다양한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 등 다양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학부모들은 김 의원에 대해 "학교급식법에 교육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일뿐만 아니라 교유청과 공동주체임을 방증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학교급식 주체가 교육청 단독인양 호도하고 있다", "대등한 기관(도청-교육청) 끼리 감사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은 "급식비 지 원 없이 또 당선? 택도 없다"고 외쳤다.

학부모 허문화(양산)씨는 "지난해 말부터 무상급식 논란이 불거진 뒤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손팻말이나 펼침막의 문구는 진화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고, 우회적으로 풍자하기도 한다. 시위에 있어 좋은 문구 하나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기도 하는데, 우리는 무상급식 원상회복될 때까지 구호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급식연대 김태경 집행위원장은 "손팻말 문구는 그때마다 만든다. 다른 지역에서 만들었던, 좋은 문구가 있으면 모방하기도 한다"며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무상급식 바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한 학부모가 6일 아침 진주 금산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학부모가 6일 아침 진주 금산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엄정란

관련사진보기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11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4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11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4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새정치민주연합 창원의창구지역협의회 당원들이 9일 아침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무상급식 재실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창원의창구지역협의회 당원들이 9일 아침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무상급식 재실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무상급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