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역광장에는 성소수자를 뜻하는 무지개 깃발로 가득했다.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T·아이다호)을 하루 앞두고, 전국에서 무지개버스를 타고 온 성소수자 700여 명이 성소수자 혐오 반대 문화제를 열었다. 성소수자들은 각종 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했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뺀 이후, 2004년부터 매년 이날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캠페인과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편, 일부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시끄러운 기도 소리로 문화제를 방해했지만, 다행히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성소수자 자식을 둔 아버지가 피켓을 뜬 까닭은이날 문화제에는 한 성소수자의 아버지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권영한(51)씨는 '우리는 자녀들을 사랑하며, 사랑은 평등이기에 차별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인 열여덟 살 아들은 양성애자다.
권씨는 "지난해 4월 아들이 양성애자라고 밝힌 이후에 크게 놀랐고 당황했다"면서 "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인권을 가진 하나의 독립된 개체라는 생각을 했고, 6개월 뒤 아들이 양성애자임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성소수자 자식이 함께 문제를 풀지 않으면 부모와 자식 모두 힘들다, 성소수자 자식은 갇힌 세상에서 나오기 힘들다"면서 "부모도 성소수자 자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피켓을 준비해 문화제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특정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제에서는 성소수자를 품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스물한 살의 활동가 '대구빼꽁'은 "지난해 한 가게에서 5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동성애자임을 밝히자 가게 주인은 돈 한 푼 주지 않고 내쫓았다"면서 "성소수자도 일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과 일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 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가면을 쓴 채 춤 공연에 나선 한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은 우리를 비윤리적이라고 공격한다, 우리는 세상에 나설 수 없는 존재가 됐다"면서도 "성소수자의 투쟁은 보편적인 인권 투쟁과 맞닿아 있다, 가면을 벗고 춤출 날이 올 때까지 계속 싸우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