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김세균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와 정동영 전 인재영입위원장, 천호선 정의당 대표, 나경채 노동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폐공장에서 창당 준비위원회 출발하는 국민모임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김세균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와 정동영 전 인재영입위원장, 천호선 정의당 대표, 나경채 노동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4·29재보궐 선거 패배의 충격파가 야권 전체를 덮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도부를 향한 전패 책임론에 이어 계파논쟁이 날로 격렬해지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위축된 진보진영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재보선에서 진보정당 통합과 야권재편의 동력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1야당이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다.

또 재보선 이후 진보정당의 통합 논의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의당과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등은 재보선을 맞아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선거연대 논의를 진행했지만 패배한 이후에는 실질적인 통합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총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을 위한 물리적 시간도 충분하지 못하다. 현재 상태라면 진보정당은 다음 총선에서도 제3세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각 세력 사이의 각기 다른 계산법 때문이다. 통합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에는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과거 수차례의 분열과 재통합 과정 그리고 부정경선논란과 내란음모의혹 사건 등 일련의 통합진보당 사태를 거치면서 발생한 각 세력 사이의 앙금이 큰 장애물이다.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어느 세력도 주도적으로 통합논의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카드' 써버린 국민모임... 창당보다 통합

우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해 왔던 국민모임은 재보궐 선거 이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모임은 지난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 관악을에 정동영 전 후보를 냈다.

그의 출마를 놓고 내부에서 마찰이 있었고, 그것은 기존 진보정당 통합을 목표로 하는 세력과 '야당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정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으로 표출됐다. 양측의 갈등은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직전에서야 봉합 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4자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정의당은 최종적인 후보 등록은 하지 않으면서도 정 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나마 노동당과 선거연대가 이뤄져 단일화를 이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정 후보의 선거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인사들 중심으로 치러졌고, 결과는 20% 득표에 그치면서 새정치연합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국민모임의 한계와 진보통합의 불안요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모임의 경우 무엇보다 창당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다. 정동영 전 후보의 출마도 결국 새로운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지난 3월 중앙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지만 이후 창당을 완료하기 위해 꼭 치러야 할 5개 시도당위원회 창당대회의 개최 여부는 현재까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국민모임의 창당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국민모임은 창당보다는 정의당, 노동당 등과 통합에 더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김세균 창당준비위원장은 재보선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모임은 출범서부터 독자적인 창당이 아니라 진보정당들과 노동정치세력, 나아가 새정치연합 내의 진보파 등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대중적인 진보정당 건설을 주장해 왔다"라고 밝혔다. 국민모임은 오는 21일, 1박2일 동안 워크숍을 열고 이후 창당의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당과 노동당이 정동영을 보는 눈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전 국민모임 후보.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전 국민모임 후보.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동영 전 후보의 출마로 결집한 진보세력들이 통합 논의를 이뤄 가는데 불안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정 전 후보다. 정 전 후보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진보정당에게 '걱정거리'가 된 모습니다. 선거 때 단일화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다른 진보세력들은 그의 출마에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가 표방하는 노선과는 별도로 과거의 정치행보가 보여준 모습이 그 원인이다. 또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그의 지지 세력에게도 불신이 제기된다.

정 전 후보의 영향으로 가장 혼란에 빠져 있는 곳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오는 30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지난 재보선 선거 평가와 향후 진보통합 논의에 정의당의 의견을 정리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과거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 사이에서는 정 전 후보에게 반감이 크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전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국민모임이 '정동영'으로 대변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진보당에서 분리돼 나온 정의당에게 앙금이 남아 있는 상대와의 통합은 껄끄러운 일이다. 재보선 당시 관악을에 출마한 이동영 정의당 후보가 최종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도 단일화를 부정하고, 정 전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정의당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향후 전국회의 등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 역시 내부에서 불만이 표출됐다. 노동당은 나경채 대표가 직접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국민모임과 정책 공조를 하면서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정 전 후보로 단일화를 이뤘다. 그러나 정 전 후보 주변의 세력들을 과연 진보 통합의 대상의 볼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선거 도중 이행자 시의원 등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한 인사들이 보여줬던 정치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 전 후보는 일단 국민모임과 거리를 두면서 진보통합 논의에서는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패배 이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국민모임의 직책은 출마하면서 다 내려놓았다, 지금은 발기인일 뿐"이라며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생각이다, 통합된 진보정당 건설을 응원한다"라고 밝혔다. 정 전 후보를 비롯해 그의 측근들은 21일 국민모임 워크숍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논의에서 배제돼 있는 전 통합진보당 세력

정 전 후보가 한 발 물러서 있으면서 각 세력 간의 이해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고 해도 과거 민주노동당과 같은 형태의 진보통합을 하기에는 아직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특히 전 통합진보당 세력을 포용하지 못하는 통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록 관악을과 광주에서 전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선거에 출마했다가 사퇴하기는 했지만, 성남 중원에서 김미희 후보가 완주했고, 8.5%라는 적지 않은 득표를 기록했다.

설령 정의당과 노동당, 국민모임 등이 통합된 정당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전 통합진보당 세력이 또 다른 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온전한 통합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 전 통합진보당 세력이 비록 시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주장을 하고 있더라도,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나 정당 해산 과정에서 정부가 무리한 '종북몰이'를 했다는 점은 다른 진보정당들도 모두 인정하고 비판한 지점이다.

그러나 전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이들이 통합을 논의 중인 테이블에 끼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과 국민모임 등은 정당의 '대중성'을 중요시하며 '국민정서'를 앞세워 사실상 전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통합은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통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2016년 총선에서도 두 개의 진보세력이 충돌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정동영, #국민모임, #새정치연합, #정의당, #노동당
댓글2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