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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월 1일)부터 12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인 A형 간염 접종이 무료로 확대 실시됩니다. A형 간염 무상 예방접종 실시를 알리는 포스터.
 오늘(5월 1일)부터 12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인 A형 간염 접종이 무료로 확대 실시됩니다. A형 간염 무상 예방접종 실시를 알리는 포스터.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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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서 시작된 무상급식 파동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보편적 복지를 뜻하는 무상급식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많은 것과는 달리 또 다른 보편적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상 예방접종은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5월 1일)부터는 또 한 종류의 무상 예방접종이 전국적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12~36개월의 영유아들이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하는 A형 간염 예방접종입니다. A형 간염 예방접종은 그동안 두 번의 접종에 10만 원가량 드는 접종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했지만, 오늘부터는 전국 어디에서나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해당되는 영유아들은 2012년 1월 이후 출생한 90여만 명으로 부모의 부담은 그만큼 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와 같이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곳은 국민의 90%가 5세 이하 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실정입니다. A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자의 대변으로 배출되어 위생상태가 불량한 상하수도 시설이나 사람의 손을 통해 입으로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에 속합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이전까지는 90%가 넘는 사람들이 A형 간염 항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1970년대 이전에는 우리나라도 위생상태가 불량하여 영유아들의 많은 경우가 A형 간염을 앓고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생상태가 현저히 개선되면서 A형 간염에 걸릴 기회가 적어지게 된 것이죠.

청소년 항체 보유율 10% 이내... A형 간염, 왜 중요해졌나

이렇듯 A형 간염은 과거에는 중요한 질병으로 취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생상태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오히려 A형 간염은 영유아들이 감염되기 힘들게 됐고, 이에 따라 A형 간염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들도 급속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A형 간염 예방 백신이 나오게 된 때가 지난 1997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위생상태의 개선에 따라 오히려 A형 간염의 항체를 가진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약 90%의 청소년들은 잠재적으로 A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이라고 하면 예방접종을 하는 기간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폐렴 예방접종인데, 영유아기에는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폐렴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유아기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독감 예방접종과 같은 경우 기껏해야 6개월 정도 지나면 예방효과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해줘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A형 간염 예방접종의 경우 영유아 시기의 A형 간염을 예방하려는 목적보다는 성인 시기의 간염을 예방하려는 목적이 강합니다. A형 간염은 영유아 시기에 걸리면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치유 되면서 항체가 생깁니다. 이를 불현성 감염이라고 부르는데, 병이 있는 듯 마는 듯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A형 간염에 걸리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20대 이후에 A형 간염에 걸리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크게 올라갑니다. 이는 A형 간염 전체 평균 사망률 0.4%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질병 예방하는 것이 주목적은 아냐

그렇다면 왜 같은 감염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따라 증상의 경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요? 해답은 바로 '면역력'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 A형 간염에 감염되면 면역력이 약해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좋은 성인기에 감염이 되면 A형 반응에 대해 면역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도 심해지는 것입니다.

최정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임의는 "A형 간염이 주로 20~30대에 발병하지만, 40대와 10대 순으로 발생한다는 역학 보고가 있다"면서 "감염된 6세 미만의 소아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진단이나 격리가 불가능하고, 이 연령층이 A형 간염의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아연령에서의 A형 간염 접종은 질병 발생 및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최정윤 전임의는 "A형 간염 첫 접종 최소연령이 12개월로 돼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맞히기 시작하면 항체형성도 가능하면서 질병 확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무상 예방접종이라고 해서 질이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백신의 품질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인증받은 제품들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이 과거에는 흔하던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가 높은 예방접종률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A형 간염의 무상 예방접종은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의 친구들까지 생각하는 착한 예방접종이 아닐까요?

○ 편집ㅣ최규화 기자

덧붙이는 글 | 도움말씀 : 최정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임의



태그:#A형 간염, #국가예방접종, #무상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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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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