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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 밝을 명(明)은 창문의 상형인 경(?)과 월(月)이 합쳐진 형태로 창문에 비치는 달빛에서 밝다는 의미가 생겨났다.
밝을 명(明)은 창문의 상형인 경(?)과 월(月)이 합쳐진 형태로 창문에 비치는 달빛에서 밝다는 의미가 생겨났다. ⓒ 漢典

이외수의 소설 <벽오금학도>에 일엽스님은 어린 제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밝은 달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제자는 보름달이라고 대답하지만 스님은 아니라고 하며 먹을 가는 동안 잘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이는 어느 날 먹을 갈다가 까만 먹물 속에 먹이 지나가며 순간적으로 만드는 그믐달을 보고, 벼루 위 그 검은 먹물 사이로 뜨는 가느다란 그믐달이 세상에서 가장 밝은 달이라고 답한다. 어린 제자는 이렇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달이 밝으면 별빛이 희미해지듯(月明星稀), 밝음은 먹물과 같은 검은 배경이 있어야 그 빛이 더욱 돋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그 밝음의 의미는 사물에서 사리에 도통한 사람에까지 넓게 퍼져 쓰인다.

<순자>에는 하늘에 해와 달보다 밝은 것이 없고, 땅에는 물과 불보다 밝은 것이 없고, 사물 중에는 진주와 옥보다 밝은 것이 없으며, 사람 중에는 예와 의를 아는 이보다 밝은 이가 없다(在天者莫明於日月, 在地者莫明於水火, 在物者莫明於珠玉, 在人者莫明於禮義)고 말하고 있다. 밝음이란 천하의 이치를 관통하여 사리에 밝은 명철(明哲)의 의미, 어쩌면 그 너머까지를 비추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밝을 명(明, míng)은 흔히 해 일(日)과 달 월(月)이 합쳐져 밝다는 의미가 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앞에 있는 해 일(日)은 창문의 상형인 빛날 경(囧)이 변한 것으로 창문에 비치는 달빛에서 '밝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글자 경(囧, jiǒng)의 모양이 마치 울고 있는 이모티콘처럼 보여서 우울한, 슬픈, 난감함의 의미로 댓글에 널리 쓰인다.

촛불 하나로 세상에 밝음이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어떤 지식 하나를 얻는다고 인식의 세계에 밝음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노자는 남을 아는 것을 지혜라고 하고, 자신을 아는 것을 밝음(明)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밝지 못하고(自見者不明), 항상성, 즉 자연의 도를 아는 것(知常曰明)이 곧 밝은 인식의 세계, 명(明)이라고 한다.

진시황에게는 사람의 오장육부를 비춰 마음의 선악과 충성심까지 읽을 수 있는 신비의 거울(明鏡高懸)이 있었다고 한다. 진시황이 그 거울로 다른 사람만 비춰볼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비춰 스스로를 밝게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시비가 많은 세상에 밝음으로 비추는 것이 가장 낫다(莫若以明)는 장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만하다. 어두운 창가에 밝은 달이 뜨면 어둠에 묻혔던 진실도, 거짓도 모두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어쩌면 우리 사회를 비추는 달빛의 조도(照度)를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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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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