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맞이굿상 수원시 팔달구 지동 고성주 전안에 차린 일본 무녀 송미영의 맞이굿 상
맞이굿상수원시 팔달구 지동 고성주 전안에 차린 일본 무녀 송미영의 맞이굿 상 ⓒ 하주성

우리는 흔히 무의식(巫儀式)인 굿을 주관하는 사람들을 총칭하여 '무격(巫覡)'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 중 무(巫)는 여성 집제자를 말하는 것이고, 격(覡)은 남자무당을 말한다. 흔히 우리가 무당(巫堂)이라고 부르는 집제자들은, 자신의 몸에 신을 실리는 무의식의 주관자들이다. '무(巫)'를 풀이하면 하늘과 땅(무의 위 획과 아래 획)을 이어주는 이을 신(내리그은 선)으로 표현을 한다.

그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람들이 바로 무의식을 주관하는 집제자(執祭者)인 무격이고, 그 무격의 몸이 신령을 모셔드린 당(堂)이라는 것이다. 하기에 이들은 스스로를 칭할 때 '기자(祈者=기원을 하는 사람)'나 '제자(祭者=제를 주관하는 사람)'라고 부른다. 즉 스스로가 신령을 몸에 실리는 당이 된다는 의미이다.    

천궁맞이 송미영이 신령을 맞이하는 천궁맞이에서 도약을 하고 있다.
천궁맞이송미영이 신령을 맞이하는 천궁맞이에서 도약을 하고 있다. ⓒ 하주성

신장 천궁맞이에서 임지영이 신장을 하고 있다.
신장천궁맞이에서 임지영이 신장을 하고 있다. ⓒ 하주성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서 온 무녀

19일 오전 일찍부터 수원시 팔달구 창룡문로(지동) 한 집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전날부터 정성을 다해 전안(신령을 모셔놓은 신당)에 갖가지 과일과 음식을 준비해 놓은 사람들은, 집주인인 고성주(남, 61세)와 그의 신딸인 이정숙과 이유진, 그리고 신의 손녀 등 모두 9명이 굿판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 중 이날 '맞이굿'을 하는 무녀 송미영(여·49)은 일본 요코하마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전날 한국으로 나왔다. 송미영은 1년 전쯤은 2014년 4월 10일 이 자리에서 고성주에게 내림굿을 받고, 신아버지와 신딸의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19일 고성주의 전안에서 자신의 첫 맞이굿을 올리게 된 것이다.

'맞이굿'이란 신을 모시고 있는 무격들이 가장 큰 굿으로 여기는 굿이다. 이 굿은 일 년에 한 번, 혹을 2~3년에 한 번씩 거행하는데, 많은 제물을 차리고 외부에서 전악(악사)과 무격들을 초청해 하루 동안 굿을 하게 된다. 이 맞이굿은 자신이 신령을 모신 전안에서 하는 것이지만, 일본이라는 특성과 많은 사람들을 일본으로 부를 수가 없어 한국으로 나와 굿을 하게 된 것이다.

사슬세우지 천궁맞이를 하던 송미영이 사슬을 세우고 있다.
사슬세우지천궁맞이를 하던 송미영이 사슬을 세우고 있다. ⓒ 하주성

산거리 신 언니인 이정숙이 산거리를 하고 있다.
산거리신 언니인 이정숙이 산거리를 하고 있다. ⓒ 하주성

가장 신령하고 장엄하게 치르는 맞이굿

'맞이굿'이란 무격들이 섬기고 있는 신령들을 '맞아들인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굿을 '진작굿'이라고도 한다. 진작(進爵)이란 궁중에서 임금에게 술잔을 올리는 일이나, 무당이 신령에게 술을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즉 '진작굿'이란 신을 섬기는 무격들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에게 술을 비롯한 각종 제물을 올린다는 뜻이다.

오전 10시부터 부정굿으로 시작한 굿은 송미영의 '천궁맞이'로 이어졌다. 천궁맞이란 하늘(=신계)에 있는 신령들을 맞이하는 굿거리 제차이다. 맞이굿을 할 때는 천궁맞이 상을 별도로 차리고 무격은 가사장삼에 고깔을 쓰고 부채와 방울을 들고 시작을 한다. 송미영은 교포이면서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가 않아, 곁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신복을 갈아입으면서 굿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무격들은 이 천궁맞이에서 물동이에 올라타 뛰는 '용사슬'을 타거나 '작두'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무업을 하고 있는 송미영은 우리 문화와 다른 일본에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제차가 우리굿의 전형을 많이 벗어나 진행이 되었다.

안당제석 신 동생인 이유진이 안당제석을 진행하고 있다.
안당제석신 동생인 이유진이 안당제석을 진행하고 있다. ⓒ 하주성

대안주 신아버지인 고성주가 대안주라는 상산, 신장, 대감, 별상 등을 하고 있다.
대안주신아버지인 고성주가 대안주라는 상산, 신장, 대감, 별상 등을 하고 있다. ⓒ 하주성

신복을 입고 뛰던 송미영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신 자매라고 하는 사람들이 곁에서 마음을 달래준다. 얼마 전에 남편을 잃고 연로하신 부모님과 아들, 딸과 낯선 일본 땅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송미영으로서는 모든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설움이 복받쳐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8시간 동안 이어진 맞이굿, 역시 장엄하다

그런 울음도 잠시 송미영은 서툰 우리말로 전안을 누비면서 자신의 맞이굿을 즐기고 있다. 같은 동료 무녀들을 이끌고 나와 춤을 추자고 조르는가 하면, 피리를 불고 있는 악사를 끌어 내 서서 피리를 불어달라고도 주문을 했다. 그러더니 무구인 삼지창을 세우고, 그 위에 소족을 세우는 사슬을 세우기도 했다. 그것도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세운 것이다.

가족 이날 굿에 참여한 신의 가족들. 앞줄 좌측인 송미영. 악사, 중앙이 신아버지 고성주, 그 옆에 송미영의 신언니와 신동생. 그리고 뒷줄은 신조카들이다.
가족이날 굿에 참여한 신의 가족들. 앞줄 좌측인 송미영. 악사, 중앙이 신아버지 고성주, 그 옆에 송미영의 신언니와 신동생. 그리고 뒷줄은 신조카들이다. ⓒ 하주성

그리고 맞이굿판에 함께 한 신의 자매와 신 조카들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굿을 진행했다. 20일 아침 5시 30분 비행기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 송미영은 자신의 갈 길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굿판은 점차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6시까지 8시간 동안 계속된 맞이굿판에서, 일본 무녀 송미영은 점차 그 굿판에 동화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송미영은 우리굿을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난해 내림굿을 받고 한 번인가 한국에 나와 굿판을 접했을 뿐이다. 물론 그녀가 하는 거성 등은 전통적인 것이 아니지만, 마음껏 자신의 신령들을 맞아들이며 즐기고 있다. 맞이굿은 장엄하다고 한다. 비록 일본에서 온 무녀이긴 하지만, 그녀 역시 신령 안에서는 동일한 제자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임미영#맞이굿#일본무녀#수원 지동#고성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