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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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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과 18개 시군청이 지난해까지 지원해오던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 예산을 없앰에 따라 경남지역 학교가 오는 4월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박종훈 경남도 교육감이 "절박하다"며 홍준표 지사에 면담을 제안했다.

박 교육감은 17일 오후 경남도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지사께 정중히, 그리고 간곡히 제안한다"며 "경남도 예산을 서민자녀 급식비로 사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경남도는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으로 쓰기로 하고, 경남도의회는 오는 19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관련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가 만들어지면, 경남도청의 무상급식 지원 예산은 한 푼도 없게 된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주 학교장을 통해 학부모들한테 '무상급식 중단 안내문'을 배포했고, 4월부터 급식비를 받을 예정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다"며 "학부모님들이 급식비 확보를 위해 온 몸을 던지고 있는 이 무거운 현실 앞에서 도와 교육청이 날선 공방으로 소모전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종훈 교육감의 회견문 전문이다.

홍준표 도지사님의 결단을 기대하며 제안합니다

무상급식비 지원을 촉구하는 도민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경남의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 사태가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당장 4월이 되면 급식비 부담은 학부모님께 무거운 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가계 수입은 줄어들고, 빚은 쌓여만 가는 고된 살림살이에 급식비 지원 중단은 또 다른 고통을 안겨드리는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급식비 지원 중단에 분노한 학부모님들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자발적 모임을 통해 모인 200여 명이 집회를 열기도 했으며, 기자회견과 도의회 항의 방문을 통해 무상급식의 정신을 지켜내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도의원님은 학부모님과 뜻을 같이 하고자 단식 농성까지 돌입한 상황입니다.

경남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학부모님들이 급식비 확보를 위해 온 몸을 던지고 있는 이 무거운 현실 앞에서 도와 교육청이 날선 공방으로 소모전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께 정중히, 그리고 간곡히 제안합니다.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의 이유가 국가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편적 복지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도지사님의 개인적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 이해합니다. 이에 따라 도지사께서는 일관되게 선별적 복지를 주장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간곡히 제안합니다.

경남도 예산을 서민자녀 학생들의 급식비로 사용하여 주십시오.

경남도 예산은 저소득층 수급자격자와 최저생계비 지급대상 학생들의 급식비로 선별 지원해 줄 것을 제안합니다. 그 외 학생들은 기초자치단체와 경남교육청이 협의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안을 열어놓고 경남의 급식비 확보를 위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자리를 간곡히 제안합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저와 도지사님의 신념과 철학은 다릅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8년 동안 원활하게 진행되던 급식비 지원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최초로 중단시키는 것은 도민을 위한 행정도, 학생을 위한 교육도 아닙니다. 경남도의 의지가 있다면 도교육청은 비상 상황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의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급식은 복지가 아니라 교육입니다.

학교에서 먹는 우리 아이들의 밥 한 끼는 단순히 복지정책의 한 부분이 아니라, 교육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진영논리나 이념 논쟁으로 허물어 버릴 수 없는 사회통합의 정신이 담긴 소중한 가치입니다. 소외된 학생 없이 평등한 교육으로 미래 사회의 주인을 길러내고자 하는 진정한 교육의 일환임을 이해하시고, 도민의 마음을 함께 담은 이 제안에 응답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도지사님께 여러 번 대화를 제안하였으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런 형식을 빌렸습니다. 오로지 교육적 정의만을 생각하시고 학생들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태그:#박종훈 교육감,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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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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