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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원지호 작가
▲ 원지호 작가 작업 중인 원지호 작가
ⓒ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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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사건들로 얼룩졌던 2014년이 지나갔지만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속보들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시드니 카페 인질극부터 IS 인질 참수 등 국제적으로도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한 싸움과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는 요즘이다. 경제와 이념의 논리와 충돌, 그로 인한 끝없는 희생 앞에서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모든 예술가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설치미술가 원지호 작가는 국제 분쟁 이슈에 주목해 반전 메시지를 던진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조선에서 3월 4일부터 3월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원지호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으로, 회화 10점과 네온 설치작품, 그리고 대형 설치작품 세 점이 전시된다.

프로파간다에 의문을 던진다

나무와 방진막을 케이블타이로 엮어 만든 작품
▲ Construction for Deconstruction 나무와 방진막을 케이블타이로 엮어 만든 작품
ⓒ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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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막대를 케이블타이로 동여매는 단순한 작업을 반복해 중첩 구조물을 만들어낸 'Construction for Deconstruction'(해체를 위한 구축)을 가까이서 보면 건물 보수공사 시 건물의 외관을 유지하는 스카폴딩 구조물이 떠오른다.

덕분에 작품은 실제 스카폴딩 구조물처럼 무한 중첩, 혹은 해체, 변형이 가능해진다. 총 11개의 조각은 원하는 형태로 덧붙여질 수도, 해체될 수도 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웅장한 실루엣, 그리고 수많은 경우의 수로 조립할 수 있는 가변성, 이러한 특징들이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의 'Endless Column'(무한주)의 변주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무와 방진막을 케이블타이로 엮어 깃발의 형태를 형상화했다.
▲ Two Flags 나무와 방진막을 케이블타이로 엮어 깃발의 형태를 형상화했다.
ⓒ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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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가는 형태적으로도 심오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작품에 내포된 의미는 그보다 더 명징하고 무겁다. 정치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작가가 'Construction for Deconstruction'(해체를 위한 구축)에서 형태의 해체와 중첩이라는 변화의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것과 'Two Flags'(두 개의 깃발)에서 보이는 깃발의 형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공동체의 프로파간다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유학시절 제국주의의 상징을 여과 없이 드러냈던 수많은 깃발들에서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불편한 긴장을 느꼈다고 한다.

작가의 비판적 작업은 그 위압적인 공동체의 상징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깃발의 강한 상징을 깨기 위해, 작가는 케이블타이와 나무를 이용해 깃발의 형태를 해체하거나 변형, 중첩시켜 그 형태와 상징의 본질을 흐려지게 한다.

진정한 공동체 향한 염원을 만나보자

우리는 종종 국적이나 인종으로 경계를 짓는다. 또한 내 국가는 나의 안전과 편의, 국민의 주권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는 언제든 해체될 수 있고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인종이나 국적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니라, 과장되게 말하면 분쟁지역·비분쟁지역에 따라 나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나와 국가의 존재는 취약하다.

작가는 이 상징의 취약성을 전면에서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깃발 같은 상징은 어떤 프로파간다를 향한 허상이며, 사람은 국가 간 이념과 이해관계에 노출되고 교육되는 존재라는 모순된 지점을 겨냥했다.

어쩌면, 이것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국민으로서 당연한 고민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정치적 메시지를 공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무한 중첩과 변형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낸 것이 원지호 작업의 특별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이 지난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반전(反戰, anti war)일 것이다. 작품의 형태가 해체와 구축을 오간다고 해서 작가가 공동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이념과 상징, 이해관계를 초월한 진정한 공동체를 염원한다. 그는 분단국가의 한 국민으로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싸움에 휘말려 각기 두 개의 깃발과 두 개의 애국가 아래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의 통일을 염원한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이념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영원히 기억하려 한다.



[작가약력] 원지호 작가는 누구?
원지호_Jiho Won (born 1981)

Education
2011 MFA in Sculpture, The Slade School of Fine Art, UCL, London
2007 BFA in Sculpture, Kyung-Hee University, Seoul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3 RBS Bursary Awards 2013, Royal British Society of Sculptors, London
2013 A Soldier's Tale, Asia House, London
2012 IN ANWESENHEIT, Atelier K4, Dusseldorf
2012 Penumbra, Bermondsey Project Space, London
2012 Twin Town, Korean Cultural Centre, London
2012 Dividing Line (with SumarriaLunn Gallery), High House, Oxford
2012 Royal Academy Summer Show,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012 Place not found, Forman's Smokehouse Gallery, London
2012 16 Stafford Terrace by ISKAI Contemporary Art, 16 Stafford Terrace, London
2012 The World's Our Oyster, APT gallery, London
2012 Prozac Politics, Frameless Gallery, London
2012 Trafalgar Park Arts, Trafalgar Park, Wiltshire
2012 The Open West, Gloucester Cathedral, Gloucester
2012 5TH SASAPARI(4482): MAP THE KOREA, Bargehouse, London
2011 CUBE Open2011, Cube Gallery, Manchester
2011 A Device, Mokspace, London
2011 53Degrees, The New School House Gallery, York
2011 Degree Show, Slade School of Fine Art, UCL, London
2011 4TH SASAPARI (4482):RHIZOSPHERE, Bargehouse, London
Award
2013 RBS Bursary Awards 2013
2012 The Open West, Gloucester Cathedral, Gloucester (Selected Artist)
2011 CUBE Open2011, Cube Gallery, Manchester (Selected Artist)
2011 53Degrees, The New School House Gallery, York (Selected Artist)



태그:#갤러리 조선, #원지호, #BLURRED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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