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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회색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좀처럼 흙 밟을 일이 없다. 등산이 취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흙을 접하기조차 힘들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동네 놀이터에서도 흙바닥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 때문에 일부러 흙을 활용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은 흙과 멀어져있다.

 노을공방의 간판, 간판 글씨도 흙을 빚어 구워 만들었다
노을공방의 간판, 간판 글씨도 흙을 빚어 구워 만들었다 ⓒ 김지형

그런데 이런 삭막한 도시에서 매일같이 흙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세 번째로 소개할 우리동네 구멍가게, 도자기를 만드는 노을도예공방이다.

지난달 25일, 수요일 오전 대구 북구 국우동 효성유치원 앞에 자리 잡은 노을공방을 찾았다. 유리벽 너머로 속이 훤히 보이는 10평 남짓 공간에 가득한 각종 도자기들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노을공방의 주인장 조경희씨
노을공방의 주인장 조경희씨 ⓒ 김지형

노을공방의 주인장인 조경희(53)씨는 올해로 경력 12년째를 맞는 베테랑 도예작가다. 입문한지 10년째 되던 지난 2013년에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처음엔 친구랑 같이 집 앞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다기 세트를 만들겠다는 작은 욕심으로 시작했다. 3개월 교육을 받고 주전자를 만들었는데 그때 느낀 재미와 성취감 때문에 지금까지 도예를 하고 있다. 당시 거의 하루에 7~8시간을 공방에서 지냈던 것 같다. 완전히 빠졌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금도 그때처럼 여전히 재밌다."

 노을공방에서 판매 중인 식기들, 가장 만들기가 쉽다고 한다.
노을공방에서 판매 중인 식기들, 가장 만들기가 쉽다고 한다. ⓒ 김지형

국우동에 위치한 지금의 공방이 문을 연 것은 2013년 11월이다. 이제 1년하고 4개월 정도 지난 셈이다. 그런데 원래는 이렇게 임대까지 해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전까지 처음 배우던 초기 2~3년을 제외하고는 늘 집에서 혼자 작업을 해왔다. 집이 작업실이자 전시장이자 생활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대구 강북지역의 문화단체인 문화나눔옻골에서 도예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하나둘 도예강습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시작했는데 처음 5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10명을 넘어섰다. 그렇게 1년 정도 모임을 하던 중 옻골이 갑작스레 사무실을 이전하게 되면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공방이 마련됐다.

"함께 모여서 도예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좀 갑작스레 마련했는데 당시 회원들의 도움이 컸다. 지금도 그때 함께하던 회원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때부터 집에서 하던 작업을 고스란히 이곳으로 옮겨왔다."

 흙을 얹어 돌리면서 작품을 만드는 회전판
흙을 얹어 돌리면서 작품을 만드는 회전판 ⓒ 김지형

노을공방은 조경희씨의 개인 작업실이자 도예교육장이다. 누구든 신청하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월, 수, 금에만 수업을 하는데. 주3회 각 2시간가량 진행된다. 처음 접하는 경우라도 대략 3개월 정도 배우면 무엇이든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수강비는 월 6만원, 재료비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요즘 인기라는 부엉이 초덮개 세트, 복을 불러온다고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요즘 인기라는 부엉이 초덮개 세트, 복을 불러온다고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김지형

주말에는 도예체험교실도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신만의 한 가지 물건을 도자기로 만들어 가져가는 프로그램이다. 주말에 다섯 명 이상이 미리 신청하면 가능하며 비용은 개인당 1만5천 원을 받고 있다. 재료비와 도자기를 굽는 소성비가 포함되어 있어 수익은 거의 나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보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청춘남녀가 많다고 한다.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 것이 요즘 데이트 트렌드라는 것이다. 이달에 체험신청을 한 사람이 30여명 정도 되는데 이중 절반이 이런 젊은 데이트 족이다.

 1인용 식기 세트다. 독신자들에게 알맞은 아이템.
1인용 식기 세트다. 독신자들에게 알맞은 아이템. ⓒ 김지형

도예가 좋은 취미이긴 하지만 사실 비용이 제법 많이 든다. 기본 재료인 흙이 10kg 당 5~8천원정도인데다가 만든 작품을 굽는 소성비가 kg당 만원정도라 다른 취미에 비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아이 셋을 둔 주부이기도 한 조경희 씨도 초기에는 이런 부담이 많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 않으면 도예를 취미로 지속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많이 만들고 싶기도 하고 그래야 실력도 느는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소소하게 주변에 도예작품을 판매해왔다. 재료비나 소성비 때문에 남는 건 없지만 이를 통해 지금까지 계속 도예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시중보다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이다. 회원들은 너무 싸게 판다고 늘 잔소리다."

 입구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 그릇류가 아닌 인테리어용 소품도 많다.
입구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 그릇류가 아닌 인테리어용 소품도 많다. ⓒ 김지형

요즘도 공방에는 그의 작품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많다. 조경희씨를 알고 찾아오는 지인들이 많은 편이다. 그의 말처럼 그를 도예가로서 살아가게 하는 든든한 후원자들인 셈이다.

조경희씨는 도예가로서 앞으로 꿈이 있다. 바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 것이다. 이미 계획도 세워 놨다. 내후년 55세가 되면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그런데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라 출판기념회와 함께하는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다. 도예개인전과 수필집 출판기념회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사실 이미 문단에 등단한 수필작가다. 지금도 나가고 있는 수필모임에 2008년경부터 참여하다가 지난 2010년 계간지 <문장>을 통해 등단했다. 12년이라는 도예 경력중 이 기간에는 수필에 심취해 등단하기까지 한동안은 흙을 멀리했다고 한다. 목표를 세우면 꼭 이룬다는 그의 이야기처럼 등단까지 하고 나서야 다시 도예작업을 시작했다.

 여러가지 종류의 도예 작품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여러가지 종류의 도예 작품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 김지형

조금은 다른 글쓰기도 하고 있는데 바로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는 것이다. 3기 영남일보 시민기자로 시작해 올해로 벌써 3년째 참여하고 있다. 

"시민기자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기사를 쓰는 것도 재밌지만,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더 크다. 그래서 주로 인물기사를 많이 쓴다. 사람은 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인물기사를 쓰면 마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침 공방에 온 회원 한명을 만날 수 있었다. 공방에 3년째 나오고 있다는 하주미(읍내동)씨는 노을공방에 계속 다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선생님 때문이라고 했다.

"도예를 하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만큼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공방을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경희 선생님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도 하지만 사람 자체가 너무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라 계속 오게 되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이런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작품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아마도 노을공방에서 가장 큰 재산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조경희씨는 마지막까지 거듭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릇을 빚으면 결국 그 사람이 작품에 나타난다. 그 사람을 닮아가는 것이다. 내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모두가 반듯하지 않고 투박하다. 오히려 이런 점을 보고 배우고 싶다며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뭔가 어설퍼 보이지만 정이 가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한다."

집들이나 어른들을 위한 선물로 고민되는 이들이 있다면 노을공방에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주인장을 닮은 하나같이 개성 있는 그릇들이 어떤 선물보다 값지게 당신의 정성을 전해 줄 것이다.

 작업중인 노을공방 주인장 조경희 씨
작업중인 노을공방 주인장 조경희 씨 ⓒ 김지형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언론인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노을공방#구멍가게#조경희#대구북구#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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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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