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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26일 현대차 아산 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7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2년 초과 근무한 4명에 대해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인정한다는 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7년 1심을 시작으로 2심에서도 판결한 정규직 인정과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2010년 7월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최병승씨가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파기 환송 판결을 받은 후 2012년 2월 확정 판결을 받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지난해 9월 18~19일 서울중앙지법이 이 판결에 기인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1200여 명 전원에 대해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린 것과도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오랜 기간 끌어온 소송에서 승소한 비정규직들에게 여전히 법원의 판결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회사 측은 대표 소송으로 정규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당사자에게만 국한하고, 1심의 집단 소송 승소는 2심과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손해 배상 소송(손배소)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비정규직들에게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 비정규직을 도와 법원 판결 이행에 앞장서야 할 정규직 노조는 오히려 회사 측과 소송을 포기하는 조건의 신규 채용에 합의하면서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잇따른 정규직 인정 판결,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가 지난 16일 낮 12시 현대차 울산 북구 양정동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당사자 직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내렸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가 지난 16일 낮 12시 현대차 울산 북구 양정동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당사자 직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내렸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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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법원 판결의 단초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노동부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이었다. 현대차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같은 일을 함에도 임금과 처우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이같은 환경에서 일하던 비정규직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호소는 비단 현대차 울산 공장만이 아니었다.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전주 공장과 아산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는 비정규직의 호소를 받아들여 전체 공정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2004년 현대차 대부분 공정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는 요지부동이었고 비정규직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결과적으로 이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데 앞장선 조합원 수백 명이 해고됐고, 수백억 원의 손해 배상 가압류가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노조 울산 지회 조합원 최병승씨는 조합원들의 대표격으로 7년간의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 인정' 파기 환송 판결을 받았고, 2012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벌인 건 현대차 아산 공장에서도 마찬가지. 비정규직 노조에 앞장서다 해고된 아산 공장 비정규직들도 지난 2005년 소송을 제기해 2007년 1심에서 불법 파견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심에 이어 26일 대법원도 불법 파견 확정 판결을 내렸다.

여기다 2010년 7월 최병승씨의 대법원 승소 판결에 고무된 비정규직들은 그해 1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정규직 인정 집단 소송'에 참여했고, 결국 지난해 9월 18일과 19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전원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받아냈다.

문제는 현대차 회사 측이 잇따른 법원의 정규직 인정 판결에도 법 이행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차 정규직노조가 회사 측과 함께 신규 채용을 용인하는 합의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과정도 석연치 않다. 현대차 회사 측과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울산 지회의 반발에도 비정규직 아산 지회와 전주 지회와 함께 지난해 8월 18일 '신규채용과 소송 포기'를 전제로 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관련 기사 : 8·18 합의 무효" 외치는데... 현대차 또 채용공고)

하지만 소위 이같은 '8·18 합의'가 정규직 인정 집단 소송 판결이 예정된 8월 21을 불과 3일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을 두고 각계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합의의 영향으로 집단 소송 판결이 한 달간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비정규직 전원에 대해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 회사 측은 8·18 합의를 근거로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을 강행하면서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노동계도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 금속노조 홈페이지에는 '비정규직 양산하는 도급화 철회하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법원이 잇따라 내린 불법파견 판결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현대차 회사와 정규직 노조의 신규채용 합의를 대의원 대회에서 폐기를 결정하고도 일부 간부들이 다시 '이 합의를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일각에서는 "금속노조 집행부가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부 현대차 정규직 노조 활동가와 현장 조직 내에서는 "현대차의 비정규직 양산은 지난 1997년 IMF 이후 현대차 노사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결과"라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10년 이상 우리 사회의 소모적 논란을 양산한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 파견 문제를 법원의 판결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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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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