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乙未)년 청양(靑羊)띠' 해가 밝았다. 음력으로 표현되는 간지(干支)에는 많은 정보가 내포되어 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간은 10개의 숫자와 맞물려 쓰이므로 순서대로 '4567890123'과 각각 호응한다. 을미년의 '을'이 올해(2015년)의 끝자리 '5'를 알려주고 있다. 을미사변(1895년), 을사늑약(1905년) 등 '을'로 시작되는 모든 역사 사건은 년도의 끝자리가 '5'다.
12지를 통해 올해가 양띠임은 알겠는데 '청양'이라고 부르는 건 왤까. 10간을 다시 우리가 요일로 사용하는 '목화토금수' 5행과 색에 연관지어 2개씩 묶어 갑을은 목(木)-청(靑), 병정은 화(火)-홍(紅), 무기는 토(土)-황(黃), 경신은 금(金)-백(白), 임계는 수(水)-흑(黑)으로 나눈다. 그래서 을미년의 '을'이 나무의 기운과 청색으로 분류되어 청양띠가 되는 것이다.
양 양(羊, yáng)은 뿔이 있는 양의 머리 부분을 정면에서 보고 그린 모양이다. 원래는 산양인 염소에서 출발한 글자지만 면양 등 모든 양을 포함한다. 양의 이미지가 온순하고 선하기 때문인지 아름다울 미(美), 착할 선(善), 옳을 의(義), 상서로울 상(祥) 등 긍정적인 의미에 양이 포함되어 있다.
동중서의 <춘추번로(春秋繁露)>에는 양은 "뿔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인자(仁者)의 모습이며, 잡아 죽여도 소리치지 않는 의(義)로움이 있고, 무릎 꿇고 젖을 먹이는 예(禮)를 아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사의 희생(犧牲)으로 희생양, 양(羊)이 늘 등장한다.
한 고조 유방이 정장(亭長)이란 작은 벼슬을 할 때 양을 쫓아가 뿔을 뽑고 네 다리를 자르는 꿈을 꾸었는데, 이는 양(羊)자에 뿔과 다리를 없애니 곧 왕(王)이 되는 의미였다고 한다. 베이징올림픽과 광저우아시안게임 마스코트에도 양이 있는데, 양은 고대, 현대 구분 없이 중국인들에게 길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양띠가 되기 전 말띠 해에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이 붐빌 정도로, 중국인들이 양띠를 싫어하게 된 것 이유는 뭘까. "양띠는 불길하다(属羊不吉)"는 말이 처음 생겨난 것은 명대의 소설 <금병매(金甁梅)>에서 비롯된다.
서문경의 첩 이병아가 "양띠여서 병으로 일찍 죽는다"는 역술가의 소설에서 한 말이 현실로 여겨진 탓이다. 지금도 양띠는 기운이 없어 인생에 활력이 부족하다고 믿는 중국인이 많고, 특히 양띠 여자는 말년에 독수공방할 팔자(腊月羊守空房)라고 기피한다.
또 하나는 청말 서태후, 이홍장, 증국번, 이연영 등 국가대신들이 모두 양띠인데, 누구도 나라를 위해 충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서, 열 마리의 양 중 아홉 마리가 온전치 못하다(十羊九不全)는 말이 생겨나 양띠 기피를 더 심화했다.
또 1859년 8월생인 원세개가 신해혁명 후 황제로 등극하자, 12지의 여덟 번째인 양에 빗대 원세개를 '8월양'이라 한 것도 양띠에 대한 이미지를 구겼다. 중국인이 보이는 "양에 대한 호감, 양띠에 대한 기피"라는 이 묘한 부조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