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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마지막으로 등교했다. 이젠 퇴임 행사만 남기고 모두 끝났다. 집으로 가다가 오랜만이다 싶어 낚시를 갔다. 간조 때만 들어갈 수 있는 포인트로. 마침 바람도 하늬바람이어서 바다가 잔잔했다.
생애 최대어 참돔을 낚은 포인트
▲ 표선 앞바다 생애 최대어 참돔을 낚은 포인트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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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벵에돔 작은 놈 한 마리가 걸렸다. 그러나 그 뿐, 입질이 없다. 위치를 약간 옮겨 본다. 뭔가 휙잡아 챘다. 그러나 곧 목줄이 터지고 말았다. 큰 놈이었는데.... 이건 벵에돔이 아니다. 그렇다면 참돔?? 강한 강성돔 바늘로 바꾸고 던진다. 곧 물었다.

보통 힘이 아니다. 목줄 1.5호가 견딜까. 너무 세게 당기지도 못한다. 놈이 힘 쓸 땐 릴이 찌지직 풀려 나간다. 한동안 밀고 당기는 씨름이 지속되다 놈이 물위로 떠올랐다. 엄청 큰 놈이다. 얼마 전에 참돔 2kg 짜리 생애 최대어보다 더 큰 듯했다. 

내 생애 최대어를 낚았다.
▲ 참돔 63cm 내 생애 최대어를 낚았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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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1.5호로 끌어올린 게 신기할 뿐이다. 이런 놈이 또 걸릴까 봐 목줄을 2.5호줄로 바꾼다. 그러나 소식이 없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접어야 할 때가 되었다. 남은 밑밥을 찌 부근에 모두 버린다. 어? 찌가 쑥 들어가고 휙 잡아 챘다. 큰 놈이다!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저놈을 잡아낼 수 있을까? 엄청난 힘으로 낚아 먼 바다로 채간다. 그러나 곧 허망하게 줄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원줄이 터졌다. 고기와 낚싯대 사이에 바위가 있었나 보다.

'바다의 미녀' 참돔을 낚다

어쩐다? 많이 어두워졌다. 잠시 망설이다 귀찮은 줄묶기를 감수한다. 바다에 던진 찌가 보이지도 않는다. 밑밥이 없어 남은 미끼를 모두 찌 부근에 던진다. 그리고 100을 세고 접기로 한다. 하나, 둘, ... 백. 소식이 없다. 접기 위해서 낚시대를 들었다. 뭔가 밑에서 꿈틀거렸다. 에이 작은 놈이구만. 그런데 곧 무서운 힘으로 채고 나간다.

줄을 느슨하게 잠궈놓은 릴이 찌찌찌직 풀려 나간다. 낚시대를 있는 힘을 다 해 높이 쳐 든다. 얼마나 풀려나갔는지 모른다.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줄이 모자랄까 걱정이 되어 줄을 바라본다. 좀 남았다. 한참 만에 멈췄다. 이번엔 내 차례다. 내가 줄을 감기 시작한다. 그러면 놈이 또 도망간다. 또 풀려나간다. 곧 내가 감는다. 줄이 얼마나 풀렸는지 감이 없다. 내가 감으면 놈이 채고 나가 풀고 내가 또 감고.

한동안 감아지지도 풀려지지도 않았다. 바위에 바늘이 걸렸나 잠깐 실망이 들었다. 다행히 또 다시 겨루기가 계속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줄을 감고 있었다. 놈의 힘이 빠지고 있었던 거다. 아무리 감아도 끝이 없는 듯 했다. 15분도 더 지났을 거다. 사방은 많이 어두어졌다.

내 팔힘도 거의 소진되었을 쯤 찌가 보이기 시작했다. 놈이 가까이 온 것이다. 돌출된 바위쪽으로 가면 안 된다. 반대쪽으로 힘있게 감는다. 곧 거대한 놈의 몸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참돔이었다. 붉은 색 아름다운 물고기. '바다의 미녀'라는 별명이 있는 참돔이었다.

걱정거리가 또 생겼다. 저 놈을 어떻게 끌어 올리지, 뜰채도 없이. 힘은 빠졌지만 놈이 꿈틀거릴 때마다 줄이 찌직 풀려 나갔다. 무게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바위 위에서 낮은 곳, 물이 들락날락하는 곳으로 내려갔다. 장화에 물이 들어와도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파도가 밀려올 때 내 발밑으로 끌어 올려야 했다.

파도가 밀려 오길래 힘껏 당겼다. 그러나 올라오지 못하고 바위에 몸집이 걸리고 말았다. 바위에 낚시줄이 닿았다. 안돼! 다시 줄을 바다쪽으로 조심조심 당겼다. 두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내 발밑에만 끌어 오기만 하면, 오기만 하면...... 제발, 제발. 세번째는 제법 큰 파도가 밀려왔다. 위치도 적당했다. 힘껏 낚시줄을 당겼다. 놈이 내 발앞까지 왔다. 옷이 바닷물에 다 젖는 줄도 모르고 덥썩 끌어 안았다. 드디어 잡았다. 와!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런 놈을 잡다니, 내가...

제주 내려온 지 4년만에 이렇게 큰 참돔을 잡다니. 여기에서 안전한 곳으로 가는 데는 두 군데의 난관이 있다. 고기가 없을 때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두 마리 합쳐 15kg이나 되는 고기를 안고 가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한 곳은 1m 가까이 뛰어 내려야 했다. 그것도 아슬아슬했다.

드디어 숨을 몰아쉬고 안전한 곳에 도달했다. 가장 먼저 낚시를 가르쳐 준 제주 사는 사부에게 전화로 알렸다. 집으로 오겠단다. 집에 와서  확인한다. 작은 놈은 63cm, 무게 2.6kg였다. 큰 놈은 길이 91cm, 무게가 10kg가 약간 넘었다. 내 생애 최대어였다. 하루에 생애 최대어를 두번이나 갱신한 셈이 되었다. 작은 놈만 잡아도 대박인데 큰 놈까지 잡았으니, 이건 기적이었다.

참돔 2.6kg가 10kg 참돔과 비교하면 새끼같다.
▲ 내 생애 최대어 참돔 2.6kg가 10kg 참돔과 비교하면 새끼같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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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에서 1.5호 낚싯대로 목줄 2.5호 줄로 절대 잡을 수 없는 고기란다. 괴물이었다. 예쁜 괴물이었다. 이젠 낚시 이야기 나오면 평생 낄 수 있는 전설이 생겼다. 이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져 버리기도 했다.

이후에 사람들이 30년 넘게 교직에 근무하고 퇴임하는 교사에게 바다가 준 선물이라고들 했다. 무슨 말을 해도 듣기 좋았다.   


태그:#참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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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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