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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시집온 네팔인 마하르잔 아니타 씨.
 한국에 시집온 네팔인 마하르잔 아니타 씨.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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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조상들 제사를 9번 지내는데 힘들거나 지겹지 않아요.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다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 나눌 때가 그때 밖에 없잖아요. 설이나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 나면 한국 부인들은 친정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데 저는 갈 곳이 없어 그것이 다만 서운하고 쓸쓸할 뿐이에요."

지난 2011년 10월 한국에 시집 온 네팔인 마하르잔 아니타(27)씨는 남편의 고조할아버지 할머니부터 할아버지와 두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장가를 안 가고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까지 제사를 지낸다고 소개하며 해맑게 웃었다.

으레 제사라는 것이 한국 며느리들에게도 벅찬 일이라 기자는 힘들거나 지겨울 줄 알고 물었는데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아니타씨는 "한국에 시집 오자마자 며칠 후에 제사가 있었다"며 "그때는 언어도 잘 안 통하고 시어머니께서 할머니 제사라고 하는데 제사의 뜻을 잘 몰라 손님이 오시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과 네팔의 제사와 장례에 대한 문화적 정서 차이만 서로 존재할 뿐이었다. 아미타씨는 네팔에서는 제사를 지내기 전에 조상들에게 바치는 음식이기에 절대 입에 대지 않는데, 한국은 제사 음식을 준비하며 먹는 모습을 보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또 시댁에서 명절에 성묘를 가 벌초하는 것을 언급하며 네팔은 묘가 없고 돌아가시면 강 옆에서 시신을 화장 하고 재를 강에 뿌리며 이별을 고한다고 설명했다.   

낯선 남편의 나라에서 혹여 고부·시누이·남편간 갈등이라도 있을까 염려했지만 기자의 기우였다. 아니타씨는 "시집 와서 분가해 살기 전까지 1년 넘게 시어머님과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께서 많이 배려해 주셔서 고부갈등이 전혀 없었다"며 "남편도 남동생 밖에 없어서 시누이 갈등도 있을 수가 없었다"고 미소 지었다.

다만 여느 가정 부부들이 살면서 겪어 봤을 일들인 TV 시청과 음식 메뉴를 고를 때 남편과 의견 대립이 있었을 뿐. 또 아미타씨는 자신이 성격이 급한 반면 남편은 신중한 편이라며 서로의 성격 차이만 있을 뿐 시집와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한다.  

현재 아미타씨는 15살 나이 차이나는 남편(공업사 근무)과의 사이에서 이제 세살 된 딸과 두 살 된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제주에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다음으로 많이 시집 온 네팔 여성들과 '아사모'(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부부 동반으로 다 같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아사모는 회비에서 남은 수익금으로 제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려울 때 돕거나 고국의 어려운 아동들에게 기부 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아니타씨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한국으로 시집오면 모두 바꿔야 하기에 힘들고 외로울 수 있습니다. 조급하게 바꾸려 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바꿔 갔으면 좋겠고 가족들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국제결혼 하는 부부들 가운데 많이 힘들어서 이혼하는 부부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이 상대의 나라 문화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일간지 <제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팔#아니타#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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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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