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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공무원상 및 국가시책 유공자 시상식에 참석,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2015.1.30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공무원상 및 국가시책 유공자 시상식에 참석,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2015.1.30 ⓒ 연합뉴스

"내가 아는 바로는 지지율이 20%가 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경을 칠 발언이다.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친다고 해도, 그것이 쿠데타의 이유는 될 수 없다. 더구나 군대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공공연히 군의 궐기를 주장한 행위는 내란선동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조갑제 <월간 조선> 편집장 등은 공공연하게 '쿠데타'를 언급했다. 지금 이런 발언이 나온다면 검찰은 어떤 잣대를 갖다댈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3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는 대통령 지지율이 31.9%라는 통계를 내놨다. 1월 30일 지지율이 34.9%이었으니, 불과 4일 만에 3%포인트가 급락한 것이다. 앞서 1월 27일에는 지지율이 29.7%로 떨어져, 임기 3년차 1분기 역대 대통령 평균 지지율(김영삼 37%, 김대중 49%, 노무현 33%, 이명박 44%)과 비교해 보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운영의 마지노선인 지지율 30%가 무너진 것은 레임덕을 앞당기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무너지는 콘크리트 지지율

앞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온 나라를 휩쓸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또 세월호 대참사 이틀 뒤인 작년 4월 18일, 대통령 지지율은 71%였다.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절대 지지층과 지역 정서, 이념의 편향성을 감안하면 40% 지지는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에 들어선 2015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걱정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당장 변화가 감지되는 곳은 여당이다.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수정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이 선출되었다. 조해진 의원은 당이 국정 운영에 주도적·능동적으로 참여해야 된다고 피력했고, 이에 김무성 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당이 주도해 당·청 회의를 수시로 열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당장 여당 내에서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민심의 이반을 증명해주는 계량화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도 분명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무리 높다 해도 5년 단임제인 한국에선 또 대통령을 할 수 없다. 더불어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장악력을 걱정해야 될만큼 떨어졌다고 해도 대통령의 자리를 위협받지는 않는다. '절름발이 오리(레임덕)' 걸음을 하는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로 표현되는 국민의 경고를 읽지 못하면, 결국 그 불행은 국민이 떠안게된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삶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누른 힘은 누가 뭐래도 경제 민주화와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이었다. 기업 위주의 정책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에게 경제 민주화 공약은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보증수표였고, 증세 없는 복지는 실현가능성 여부를 따질 겨를도 없을 정도의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집권 2년. 경제 민주화는 경제 성장론으로 대체되었고, 증세 없는 복지는 증세와 복지 어떤 것도 국민의 요구를 담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 하나 없다는 푸념이 줄을 잇는 판국이니, 지지율이 폭락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위험신호 무시하고 일방통행만

 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박근혜 2년, 나라 꼴이 엉망이다. 민생민주수호 경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회 퇴진' 피켓을 들고 서 있다.
6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박근혜 2년, 나라 꼴이 엉망이다. 민생민주수호 경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회 퇴진'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하지만 국민들이 정작 걱정해야 될 것은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이 아니라, 지지율을 통해서 민심을 읽어내지 못하는 대통령의 안목이다. 지지율에 아랑곳없이 내 갈 길 가겠다는 아집 또한 국민들 앞에 놓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낡은 안목과 아집. 고치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 수록 국민들은 수십, 수백 배 많은 고통을 당하고 눈물을 흘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지율은 추락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3일 대통령이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줬으며 좋겠다'는 발언을 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골프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 회생을 위해 골프 활성화를 주문하는 대통령. 기다렸다는 듯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정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이유를 모르거나 아예 관심도 없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행보가 아닐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바뀔 것 같지 않다. 경제 민주화보다 경제 성장이 우선이고, 가정 경제보다 기업 경제가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그릇된 경제 인식은 지지율 하락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일방통행 중이니까. 또 여당 지도부의 '증세 없는 복지' 비판에 대해서도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늘어나면 자연 해결될 것이라며, 내부 목소리조차 듣지 않는 대통령이니까 말이다.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지지만, 박 대통령의 낡은 안목과 아집은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오히려 견고한 성을 쌓아 스스로를 갇히게 하는 모양새다.

지지율 하락은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이 보내는 위험 신호다. 이대로는 더 이상 살 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하소연이기도 하다. 무수한 경고와 위험 신호에도 반응하지 못하는 정권. 지지율 하락을 침묵으로 동조하는 소극적 저항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나 국민의 삶, 모두 말이다. 분노가 필요하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수많은 고통들이 돌림 역병이 되기 전에, 국정 운영과 지배 질서를 바꿀 분노가 필요하다.

앞으로 3년... 남은 임기만 세고 있을 건가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정권의 뜻대로 묻혀버렸다. 세월호 대참사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담뱃값은 국민들의 불만에도 인상되었고, 정부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지만 '서민증세 부자감세' 정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직도 절반이 더 남은 박근혜 정권 임기. 떨어지는 지지율이 구경거리일 수만 없다. 이른 레임덕은 대통령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들의 더 큰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다.

프랑스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은 정치적 무관심과 체념을 떨쳐버리고 분노로서 인간의 존엄과 자기의 자리, 행복을 지키자고 호소했다. 그 호소는 아직 유용하다.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세고 있기보다는 대통령을 바꾸어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복지는 정권의 뜻만으로 주고 안 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임을 알도록 해야 한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미국의 반 월가 시위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진보 정책을 견인했다. 홍콩의 우산 혁명은 권력의 주인이 국민임을 각인시켰다. 지지율 하락의 위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는 정권. 광장의 분노가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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