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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아래에서 22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보마마을 주민의 분신자결 3주기를 맞아 '거룩한 희생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에 사는 한 주민(당시 74세)은 2012년 1월 16일 분신자결했다.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는 이 주민 소유의 논에 102번 철탑을 세우려 했고, 이 주민은 그날 낮 계속해서 한전 용역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이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결한지 16일로 3주기가 되었다. 사진은 2014년 4월경 보라마을 들판에 102번 철탑 공사가 한창일 때 모습으로, 지금은 철탑이 세워져 있다.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이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결한지 16일로 3주기가 되었다. 사진은 2014년 4월경 보라마을 들판에 102번 철탑 공사가 한창일 때 모습으로, 지금은 철탑이 세워져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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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민은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라고 말했고 그날 저녁 마을 입구에서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당겼다. 밀양 주민들은 당시까지만 해도 시민사회 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한전 측과 싸워왔다.

주민의 분신자결 소식은 밀양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를 비롯한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에 충격을 줬다. 그 뒤 '너른마당'을 비롯한 단체들이 중심이 돼 '분신대책위'가 꾸려졌다. 분신대책위는 이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로 명칭을 바꿨다.

보라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반대 활동을 벌이다 한전 측과 보상 등에 합의했다. 그 뒤 한전은 보라마을 논에 102번 철탑을 세웠다.

한전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건설중)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해 말 시험송전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한전과 보상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주민의 규모는 4개면 225세대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115번 철탑 아래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전에 '사장의 공개 사과' '피해 실사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한전과 송전탑 반대주민 마을대표들이 첫 대화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양 측은 다시 대화를 하기로 했지만,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실무협의를 요구했지만 한전은 아직 대답이 없다"라고 전했다.

"고인의 죽음, 전국의 양심 흔들어 깨웠다"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이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결한지 16일로 3주기가 되었다. 사진은 밀양송전탑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이를 지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013년 12월 1일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희망버스 둘쨋날 문화제를 열고 참가자들이 직접만든 '우리모두가 밀양의 친구들' 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는 모습.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이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결한지 16일로 3주기가 되었다. 사진은 밀양송전탑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이를 지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013년 12월 1일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희망버스 둘쨋날 문화제를 열고 참가자들이 직접만든 '우리모두가 밀양의 친구들' 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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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보라마을 주민 분신자결 3주기를 맞아 낸 논평을 통해 "(오늘은) 일흔네살 어르신께서 한전의 용역들의 폭력에 맞서 저항하시다 분신자결하신지 3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은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사셨으며, 마을 이장을 15년 넘게 하면서 일을 바르게 해 인심이 두터웠다"라고 기억했다.

이어 "고인은 2011년 가을 무렵부터 한전의 일방적인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에 맞서 산꼭대기 공사현장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오르내리며 맨몸으로 막기를 두 달 반 동안 계속하셨다"라면서 "(고인은) 102번 철탑 부지로 정해진 고인 3형제의 논에 새벽부터 중장비가 들어오고 손자뻘 젊은 용역들에게 하루 종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으며 시달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1월 16일 저녁, '내일 또 오겠다'는 용역들의 말에 절망한 끝에 고인은 마을 주민들에게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홀로 당신의 몸에 휘발유를 부은 뒤 분신 자결하셨다"라고 부연했다.

대책위는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앞장세워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이는 야만적인 폭력 앞에서 당신의 몸을 불사른 이 저항으로 인해 전국의 많은 시민들에게 '밀양 송전탑' 문제가 알려지게 됐으며 전국의 수많은 양심들을 흔들어 깨웠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12월 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가려고 하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6일부터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115번 철탑' 아래에서 "송전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12월 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가려고 하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6일부터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115번 철탑' 아래에서 "송전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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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대책위는 "초고압 송전선로의 건설과 원전 증설이 야기하는 끔찍한 고통이 알려지게 됐으며, 수십 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시작되는 한 변곡점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거룩한 희생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채 야만적인 국가폭력의 한 가운데서 싸우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담아 고인의 영전 앞에 절을 올린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께서 영면하신지 3년이 되는 오늘,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과 어르신을 기억하는 전국의 시민들은 삼가 고인께서 명부에서 누리실 복을 빌어 드린다"고 밝혔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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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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