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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축제,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23일간의 축제기간 15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대한민국 대표축제,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23일간의 축제기간 15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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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나라는 긴급 이사회의를 열었다. 축제기간 중 이사회 소집은 흔치 않은 일이다. 어떤 문제가 생긴 걸까.

산천어 싹쓸이... 비상 걸린 화천 산천어축제

"관광객들을 위해 산천어축제장 낚시터에 투입한 산천어를 판매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잡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나라의 긴급 이사회 개최 이유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70여 개의 겨울문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 프로그램은 산천어 낚시다. 지난해까지 90톤의 산천어를 투입했는데, 금년 축제엔 120톤으로 그 규모를 대폭 늘렸다. 낚시 요령을 가르치는 가이드 인력도 기존 민간인 30명에서 26명의 공무원들을 추가로 충원했다. 모처럼 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배려다.

그런데도 산천어를 잡지 못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원인 분석 결과 '꾼'들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 꾼들은 과연 누구인가.

속칭 '꾼'이라 칭하는 이들은 전문 낚시인들이다. 매일 새벽에 등장, 낚시터 입장 후 수십 마리의 산천어를 잡아낸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몰래 반출 후 시내 음식점에 마리당 5천 원 정도의 고가로 판매한다. 하루 30마리만 잡아도 15만 원을 버는 셈이다. 결국 관광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가 지역 주민이라는 것 때문에 방치를 했던 것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여론이다. 더 이상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 이사회는 이들의 축제장 출입통제 등 강력한 재제를 가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대표축제, 주민의식도 대한민국 대표

산천어축제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나라'에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무분별하게 포획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로 했다.
 산천어축제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나라'에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무분별하게 포획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로 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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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재주가 있어 그토록 많은 산천어를 잡아낼까. '꾼'이란 이름은 그냥 붙여진 게 아니다. 이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먼저 산천어가 회유하는 길목을 정확하게 안다. 또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다 보니 물속의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다. 그 길목으로 회유하는 산천어를 포획하듯 잡아낸다.

낚시하는 기법도 다르다. 날씨 또는 수온에 따라 산천어의 유영층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에 따라 어떤 색깔의 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 산천어 낚시에 관한 한 초 전문가 수준이다. 말 그대로 베테랑들이다. 초보자들처럼 건성으로 낚시를 하는 일이 없다.

이렇게 대량으로 잡은 산천어는 출구에서 통제된다. 이것을 아는 이들은 조를 편성해 너덧 마리 단위로 밖으로 운반한다. 그러니 정작 이들이 나갈 때 손에 쥐어진 건 서너 마리 밖에 되지 않으니 단속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빼낸 산천어는 읍내 회센터 또는 구이용으로 판매된다.

이에 조직위는 이들에 대해 경찰 입회를 통한 강제 퇴장과 영구 낚시터 입장 금지 등 강력한 대응을 해 나간다. 1회 경고에 이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축제 및 군청 홈페이지 등 낚시터 입구에 이들의 실명을 공개키로 결정했다. 또한 이들로부터 산천어를 구입하는 식당에 대한 재제도 병행해 축제질서를 확립을 해 나가기로 했다.

산천어낚시 규정은 1인단 3마리 제한이다. 출입 시 비닐봉투를 나누어 주는데, 크기가 정확히 세 마리가 들어갈 규모다. 따라서 별도의 아이스박스를 소지한 사람들의 출입도 통제한다.

"산천어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대표축제를 넘어 이제 겨울철 세계4대축제이다. 사실상 축제는 주민들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성숙한 주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문순 재단법인 나라 이사장은 산천어축제가 겨울축제의 선두주자인 만큼 주민들의 의식 또한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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