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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11일 이틀 동안 교토시 서쪽 가츠라에 있는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소장 고마츠 小松 和彦)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요괴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일본에서 시작된 요괴 연구가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어떤 모습을 띠는지 확인하고 비교하는 자리였습니다.

요괴는 요사스러운 귀신이나 비현실적인 존재를 말합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도깨비나 귀신 따위를 말합니다. 아마도 과학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존재할 수 없지만 비현실적이고, 꿈이나 상상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에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의 연구자들이 모였습니다.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에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의 연구자들이 모였습니다. ⓒ 박현국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경제적,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집니다. 증명을 앞세우고, 논리적인 표현에 길들여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야 지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어린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거나 표현된 것에 대해서 논리나 과학보다는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보아서 전혀 뜻이 없어 보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에도 어린 아이들은 좋아하거나 빠져들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감성적이고,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고 괴담이 시리즈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여고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고생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중간 과도기입니다. 사람은 어린 아이의 세계에 머물 수 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불안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과도기에 처한 불안한 마음이 여고 괴담이라는 형태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 왼쪽은 일본 에도시대 나온 이야기 책 가운데 등장하는 네부토리 요괴(다케하라, 竹原春泉 그림)입니다. 오른쪽은 요즘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네부토리 사진입니다. 네부토리(?ぶとり)는 밤에 몸집이 커지는 여성 요괴입니다.
사진 왼쪽은 일본 에도시대 나온 이야기 책 가운데 등장하는 네부토리 요괴(다케하라, 竹原春泉 그림)입니다. 오른쪽은 요즘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네부토리 사진입니다. 네부토리(?ぶとり)는 밤에 몸집이 커지는 여성 요괴입니다. ⓒ 박현국

요괴가 비록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지만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지닌 어린 아이의 때의 사고방식이 모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요괴가 만화나 만화영화 등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가거나 사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요괴는 텐구, 외눈박이 따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하는 도깨비 이야기 역시 그렇습니다. 도깨비는 형태가 없는 불빛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사람을 물가로 유인하기도 합니다. 낮에 보이지 않던 도깨비가 밤에 나타나는 것 역시 신기할 따름입니다.

요괴는 비현실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중국의 경우 요괴 모습이 100 가지를 정리하여 그림으로 소개한 책도 있습니다. 중국 전역에 요괴가 수 천, 수 만 가지 이상이라고 합니다. 모두 증명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상상할 수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중국 요괴 가운데 여성 요괴들입니다. 대부분 머리가 길고, 젖통이 큽니다. 젖통은 인간이 지닌 모성 본능이나 회귀, 어머니 신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국 요괴 가운데 여성 요괴들입니다. 대부분 머리가 길고, 젖통이 큽니다. 젖통은 인간이 지닌 모성 본능이나 회귀, 어머니 신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박현국

우리 문화나 생활 속에서 도깨비나 귀신들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역시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요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은 요괴와 관련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괴는 사람들의 생각뿐만 아니라 생활환경, 삶의 모습에 따라서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입니다.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에서 구축한 요괴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일본 요괴 종류 3만 5천 건을 수집, 분류, 정리했다고 합니다. 과연 요괴 연구가 요괴학으로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심층에 자리 잡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 두려움 따위가 새로운 요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요즘 요괴를 주제로 여러 가지 만화, 상품, 만화영화, 요괴워치 따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요괴를 주제로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면서 요괴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요괴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그려진 한국의 도깨비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중인 백제 도깨비 무늬 벽돌과 신라 도깨비 무늬 기와입니다.
요즘 그려진 한국의 도깨비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중인 백제 도깨비 무늬 벽돌과 신라 도깨비 무늬 기와입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박전열 외 지음, 일본의 요괴문화, 한누리미디어, 2005.
박전열, 이찬수 외 지음, 현대 일본의 요괴 문화론, 시드북스, 2014.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깨비#요괴#젖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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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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