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과 관련해 일어나는 논쟁을 접하면서 '영화는 영화다'는 말이 눈에 거슬려 글을 쓰게 됐다.

영화는 허구적인 세계를 이야기한다. 허구이기 때문에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정지용 감독의 <헐리우드 키즈>에서나,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에서 표현됐듯이 영화는 영화지 결코 현실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은 영화의 현실이 실제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영화의 내용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연출과 편집을 통해 재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현실이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경험에 있어서도 영화적 경험과 현실 경험은 구분돼야 한다. 영화에 나오는 행위를 그대로 재연하려 하거나 혹은 영화적으로 경험된 것을 현실 경험으로 옮기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미디어로서 현실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고, 또한 영화에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영화는 단지 영화 곧, 허구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라는 말이다.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다. 따라서 영화적 소재와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라도,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 있고 또 현실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재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영화는 결코 영화로만 볼 수 없다. 이것을 제대로 알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독과 제작자의 의도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

히틀러와 레닌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사용한 것을 두고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순진한 아이들의 수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영화는 단순히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부분을 넘어 현실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고, 또 그런 현실을 환기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현실을 경험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국제시장>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논쟁에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이념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단지 재미와 교훈을 위해서만 감상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를 단지 예능으로만 보고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간과하는 말이다.

미디어의 기능을 하는 영화는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편집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는 영화는 수많은 편집의 결과이며, 이것조차도 감상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또 활용된다. 영화비평은 영화를 다양하게 보는 안목을 열어주는 작업이지만, 또한 영화 제작과 영화 속에 숨겨진 의도를 밝혀내기도 한다.

영화 <국제시장>은 비록 순수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말하느냐 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리 이해된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영화로 보면서 프로파간다(선동)로 비판할 수 있지만, 단순히 당시의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현재 보수층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하며 감상하고 또 홍보하는 것은 영화가 그들의 이해의 틀에 맞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홍보를 삼가라는 말이 될 것인데, 도대체 누가 받아들일 것인가. 게다가 영화를 자신들의 이념을 전할 마음으로 이용하려는 노력도 없지 않다. 이쯤 되면 <국제시장>을 단지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시장>은 보기에 따라서 환영받기도 하고 또 불편함을 주는 영화일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현재 그렇게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크고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갈등이 수도 없이 표출했지만, 이번에는 한편의 영화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영화를 영화로만 봐서도 안 될 일이지만, 영화를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프로파간다를 위해 활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국제시장#영화평론#영화는 영화다#영화의 사회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