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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만든 사람이 누군지 정말 천재야."



한량기가 다분한 나로서는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걸 큰 다행으로 여기며 산다. 술 좋아하는 내가 그때 태어났더라면 술 한 모금 마시기 위해 술 항아리를 신주단지 모시듯 지고 다녔으리라.



금강산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술을 포기하거나 술 단지를 지고 가야 하는데 얼마나 번잡스러운 일이 되겠는가? 물론 그때도 호리병 같은 용기가 있었겠지만 그거 가지고 어디 간에 기별이나 가겠는가? 금강산 같은 곳이라면 모름지기 동이째 마셔줘야 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이래저래 '술병'이 있어 이리 편하게 술 마실 수 있는 현재에 감사하다. 뭐 이리 말하면 오로지 술 때문에 세상사는 사람 같아서 참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미얀마에는 세계 최고 맥주 미얀마 비어가 있다



미얀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얀마 비어'다. 미얀마 비어는 미얀마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세계 정상급 맥주다. 실제 미얀마 비어는 벨기에의 '몽드셀렉션(Monde de Selection)'에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연속 금상을 수상했고 2005년 독일에서 개최한 세계맥주품평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경력을 자랑한다.



미얀마 비어는 미얀마 군부의 작품이다. 군사정권이 버마에서 미얀마로 국호를 개명하면서 하나의 상징적인 정책으로 미얀마 비어를 출시했다. 미얀마라는 국호를 가장 빠르고 쉽게 국민들 뇌리에 심어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만들었다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미얀마 비어 병을 보면 'Myanmar'(미얀마)라는 이름만 크게 써 있다. 국호를 맥주 이름으로 쓰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미얀마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그 이유가 더운 날씨 때문인지, 불교의 신심 때문인지,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술집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체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술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양곤 스카이스타 호텔(Sky Star Hotel) 근처 대형마켓 슈퍼원 쇼핑센터(Superone Shopping Center) 가격으로 미얀마비어 큰 병 1병 값이 1300짯(한화 약 1300원, 캔은 850짯, 14년 10월 기준)이었으니 미얀마 물가 기준으로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기질이 비슷한 미얀마 사람들인지라 경제적 여건이 나아진다면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 주량이야 세계적으로 소문났는데 감히 누가 범접하겠는가?



미얀마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인레 호수 여행 중 냥쉐(Nyaung shwe) 시내 술집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곳은 가격이 저렴하고 허름한 동네 술집이었는데 관광객은 우리뿐이었고 그곳 동네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조용조용 말하고 술도 많이 안 마신다는 미얀마 사람에 대한 정보와 달리 그곳 사람들은 목소리도 컸고 술도 많이 마셨다.



특이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것)' 마시듯 미얀마 비어와 미얀마 대중 위스키(우리나라 국산양주 브랜드 '캡틴큐' '나폴레옹'과 같은 저렴한 위스키)를 섞어 마셨다. 호기심에 한번 시도해 봤는데 알코올 도수가 상당히 높아 속이 '쏴~' 했다. 그때 알았다.



'아하! 미얀마에도 나 같이 술 좋아하는 사람이 많구나.'



병뚜껑 속에 감춰진 행운을 찾아라


 
미얀마비어 병뚜껑에는 행운이 숨어 있다. 얇은 막을 살짝 긁어 내면 녹색의 미얀마 글씨가 나오는데 종업원에게 보여주면 알려준다.
▲ 비얀마비어와 병뚜껑 미얀마비어 병뚜껑에는 행운이 숨어 있다. 얇은 막을 살짝 긁어 내면 녹색의 미얀마 글씨가 나오는데 종업원에게 보여주면 알려준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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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얀마 비어 병뚜껑을 살짝 긁어보면 그 속에 행운의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행사가 있는 줄 몰랐으나 19번가(세꼬랑) 꼬치 골목에서 택시 운전한다는 옆 테이블 청년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청년이 알려준 대로 긁어 5병을 시켰는데 5병을 추가로 얻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병뚜껑 안을 동전이나 포크로 살짝 긁어내면 그 안에 미얀마어로 '1병 더', '2병 더', '200짯' 등 행운의 선물이 숨겨져 있었다. 물론 '꽝'도 있다. 어떤 이들은 병뚜껑에 나온 행운을 종업원에게 팁으로 주기도 했다. 우리 일행은 미얀마를 떠나기 전 태국식 식당에서 이별 파티를 했는데 그곳 행운의 병뚜껑을 모두 종업원들에게 팁으로 주었다.



한시적으로 하는 행사인 줄 알았는데 며칠 전 미얀마 현지 친구에게 물어보니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 미얀마를 여행 중이거나 조만간 갈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지금도 가끔 병맥주 뚜껑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긁어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미얀마 여행 후유증 중 하나다. 미얀마에서 병맥주를 마신다면 병뚜껑을 긁어 보라. 혹시 아는가? 나처럼 5병 시켰는데 5병을 더 마실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올지.



진정한 술 맛을 알고 싶다


 
미얀마비어는 미얀마 여행 내내 친구가 되어 주었다.
▲ 양곤 유자나플라자 근처 술집에서 미얀마비어는 미얀마 여행 내내 친구가 되어 주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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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좋아하지만 술 맛을 가리지는 않는다. 솔직히 약간 쌉쌀하다거나 조금 차이는 느끼지만 그것으로 술 맛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포도주 같은 경우 평소 잘 마시진 않지만 가끔 좋은 포도주라고 해서 마셔보면 그 포도주가 그 포도주 같다. 물론 레드와 화이트 맛 정도는 구분할 줄 알지만 말이다.



맥주 맛도 마찬가지다. 맥주의 맛은 살아 있는 효모라느니, 물이 좋아야 한다느니 하는 의미의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미맹은 아니다.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굳이 그것으로 술 맛을 평가하여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술이면 다 좋다'라는 주의자다.



현지가이드는 미얀마 비어의 진짜 맛을 보려면 병맥주보다 생맥주를 마셔보라며 권했다. 어딜 가던 주종을 안 가리는 스타일이지만 마셔보니 둘 다 맛이 좋았고, 꼭 우열을 가려야 한다면 생맥주가 약간 더 강한 맥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미얀마 비어는 우리나라 맥주보다 맥아를 더 많이 넣어 만들기 때문에 훨씬 진한 맥주 맛을 느낄 수 있단다.



그런데 도대체 술을 얼마를 마셔야 술 맛을 알게 되는 것일까? 아직까지 술 맛을 모르니 더 마셔야 한다는 얘기인데 나이가 들수록 주량은 점점 약해지는 것 같은데 큰일이다. 하루라도 젊을 때 더 마셔두어야겠다. 나는 '술맛'을 잘 몰라도 '술멋'은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력 30여 년의 술꾼으로 맥주 맛의 기준을 말하자면 맥주 맛은 맥아나 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시는 장소와 마시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로 미얀마 비어의 참 맛은 와끌래타잉(미얀마 대나무 의자. 땅예친 미얀마 연재 6)에 누워 미얀마 밤의 별 바다를 보며 마실 때 느낄 수 있다. 물론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라면 그 맛은 두 배가 된다.



"그래서 미얀마 비어 맛이 어떻냐구요?"

"아! 미얀마 비어 맛 정말 좋은데. 미얀마 비어 정말 맛있는데. 한 마디로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미얀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얀마비어가 있다.
▲ 미얀마비어 생맥주 미얀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얀마비어가 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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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정보: 미얀마 전통술 탕어옛(htan ayet)
미얀마에는 미얀마비어 외에 '탕어옛(htan ayet)'이라는 전통술이 있다. 이 술은 사탕야자 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술이다. 높이가 20m도 넘는 엄청난 높이의 사탕야자나무 꼭대기에서 채취한 수액을 탕예(htan ye)라 부르는데 이 물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이다. 탕예는 당도가 높아 우리나라 조청 만들듯이 끓여서 졸이면 갈색의 설탕(사탕)이 된다. 미얀마 재래시장에 가면 쌀아 놓고 파는 갈색의 사탕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미얀마어 선생님은 이 사탕야자나무를 신비의 나무라고 소개해 주었다. 이유는 이 사탕야자 수액은 3번의 변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 6시간 동안은 '정글 주스'라는 이름의 음료수가 된다. 탕예는 6시간이 넘으면 자연발효 되는데 찹쌀가루를 섞어 발효를 촉진 시키면 우리나라 막걸리와 같은 술이 된다.

 

우베인다리 중간에서 이 술을 맛볼 수 있었는데 막걸리보다는 약간 독했고 맛은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것이 마실 만 했다. 이 술을 다시 증류하여 만든 술이 바로 탕어옛(htan ayet)이다. 미얀마를 다니다 보면 노점이나 시장에서 야자 잎이나 바나나 잎으로 싼 전통술을 파는데 바로 이 술이다.  알코올 도수 35~40%로 우리나라 안동소주와 비슷하다.
 

 

덧붙이는 글 | ※ 미얀마어 표기는 현지발음 중심으로 표기 했으며 일부는 통상적인 표기법에 따랐습니다.


태그:#미얀마, #미얀마비어, #땅예친미얀마, #와끌래타잉, #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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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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