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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마이 사자춤을 마치고 할머니와 손자가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집 시시마이 사자춤은 할머니가 주선하여 추었습니다.
  시시마이 사자춤을 마치고 할머니와 손자가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집 시시마이 사자춤은 할머니가 주선하여 추었습니다. ⓒ 박현국

지난 4일 오전 시가현 이시베초 이시베주오(石部中央)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사자춤을 추는 전문가 단체를 불러서 집집마다 사자춤을 춥니다. 사자춤은 새해 첫날의 액막이로 재난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주술적 목적에서 추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사자를 시시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자춤은 시시마이(獅子舞)입니다.

사자춤은 일본이나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여러 곳에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춤을 출 때 몸의 움직임이나 연주하는 음악은 다르지만 대부분 사자탈을 쓰고 춤을 춘다는 것과 반드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은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시시마이 사자춤을 출 때 작은 북과 퉁소를 연주합니다.

사자는 원래 무서운 상상의 동물로서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주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신의 심부름꾼이나 신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짐승과 더불어 일을 하는 것은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손수레에 필요한 것들을 담아서 움직입니다. 아마도 옛날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고 받은 쌀이 무겁기 때문에 손수레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손수레에 필요한 것들을 담아서 움직입니다. 아마도 옛날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고 받은 쌀이 무겁기 때문에 손수레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 박현국

한반도에서 전하는 사자춤은 놀이의 성격이 강하여 사자놀이나 사자놀음이라고 합니다. 춤을 추면서 연극처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일본의 시시마아 사자춤은 가끔 덕담을 하기는 하지만 연극적인 말은 없고 신앙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는 단체 이름에도 사자춤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다만 신을 위해서 혹은 신 앞에서 의례의 일부로서 춤을 춘다는 가구라(神樂, 伊勢大神樂講社)라는 말이 들어있습니다. 사자춤을 추기 전후 사자탈의 입으로 아기를 무는 시늉을 합니다. 아기는 놀래지만 이렇게 하면 아기가 무병장수한다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같습니다. 

일본의 시시마아 사자춤은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오키나와까지 여러 가지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곳 시가현은 미에현과 가깝습니다. 미에현에는 일본 신화와 신앙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세진구 신사가 있습니다. 원래 시시마이 사자춤은 이세진구 신사에서 신앙 의례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집에 따라서 시시마이 사자춤 춤패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때가 있고, 문 앞에서 춤을 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에 따라서 시시마이 사자춤 춤패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때가 있고, 문 앞에서 춤을 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 박현국

처음 이세진구 신사에서 신앙 의례의 일부를 담당하던 시시마이 사자춤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는 단체 이름 앞에 이세라는 말이 들어간 곳이 많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한반도나 중국에서 직전 전해진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시시마아 사자춤은 원래 한반도나 중국에서 일본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시시마이 사자춤에 일본의 전통 신앙 요소가 덧붙여져 전해왔습니다. 이것은 일본 사람들의 신앙관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새해맞이 액막이로 사자춤을 집 안이나 집 앞에서 춥니다.

사자춤을 추는 단체는 새해맞이로 해마다 정해진 날 약속된 마을을 찾아서 사자춤을 춥니다. 사자춤을 추는 곳은 대부분 단독 주택입니다. 아파트나 복합 주택에서는 거의 추지 않습니다. 시시마이 사자춤이 끝나면 집 주인은 돈을 줍니다. 전에는 쌀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돈을 줍니다.

   시시마이 사자춤 춤패가 방안에 들어가서 복을 빌어주고 나오고 있습니다.
  시시마이 사자춤 춤패가 방안에 들어가서 복을 빌어주고 나오고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에선 새해맞이 액막이뿐만 아니라 축제 때도 사자춤을 춥니다. 축제 때는 신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놀이 요소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놀이 요소 역시 무동타기, 접시돌리기를 비롯하여 한반도에 전해지는 면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일본에 전하는 이세가구라 시시마이 사자춤은 기본적으로 춤을 추는 곳의 부정을 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면서 고헤이 지전이나 칼, 방울 따위를 들고 춤을 춥니다. 이것은 재액을 막고, 복을 불러오는 신앙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자춤은 대부분 사자탈을 쓰고 춤을 춥니다. 사자탈은 지역이나 때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부분 무서운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자 몸에 해당하는 곳에 천을 덮어서 그 속에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입니다. 천 속에 한 명이 들어가기도 하고 두 명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집 문 앞에서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자 두 마리가 같이 추는 것은 집 주인의 특별한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집 문 앞에서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자 두 마리가 같이 추는 것은 집 주인의 특별한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 박현국

이세다이가구라 시시마이 사자춤의 경우 천 속에 기본적으로 한 사람만 들어갑니다. 다만 한 명은 뒤에서 긴 천을 쥐고 앞에서 시시마아 사자춤을 추는 것을 도와줍니다. 춤에 따라서 뒤에서 천을 쥐고 있는 사람이 천을 펼쳐서 들어가기도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하는 북청사자놀음처럼 우리나라 북부에서 사자춤이 추어졌습니다. 북부 지방 마을에서는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것을 불러오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사자탈을 만들어 각 집을 돌면서 사자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일본 사자춤은 예나 지금이나 전문 예능 집단이 마을을 찾아가서 각 집을 돌면서 춤을 춥니다.  

일본 역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시시마이 사자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부디 시시마이 사자춤을 불러서 자신의 집에서 사자춤을 추는 것만큼이라도 액을 막고 좋은 것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집 문 앞에서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고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은 사자탈과 헝겊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집 문 앞에서 시시마이 사자춤을 추고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은 사자탈과 헝겊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 전경욱 글, 정수미 사진, <중요무형문화재 제 15호 북청사자놀음>, 화산문화, 2001



#시시마이 사자춤#시가현 이시베 마을#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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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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