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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결혼하여 1년 여를 살다가 지난 2012년 9월 1일 한국에 왔다. 하루 전날에 <길 가는 사람들>, 혹은 <길 위의 순례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네팔어린이를 위한 나의 두 번째 동화책이자, 외국어로만 출간되는 첫 번째 책의 원고를 넘겼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표지다. 오늘 기자도 다시 한 걸음 또 옮겨 딛는 느낌이다.
▲ 표지의 앞면과 뒷면이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표지다. 오늘 기자도 다시 한 걸음 또 옮겨 딛는 느낌이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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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1일에 다음과 같이 작가의 말을 보냈다.

<작가의 말> 마음의 눈을 밝히며 살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모두 한 하늘 아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코와 입을 갖고 있습니다. 두 개의 귀로 듣고 하나의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것들을 갖고 살면서도 일부 장애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기관들의 기능이 모두 정상 작동을 한다해도 사람은 각기 다른 인식 구조를 갖고 살아갑니다.

가끔씩 우리는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도 만나고 그런 사람들과 소통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착취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커다란 원을 그리고 이 지구의 모양처럼 둥글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각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픕니다. 모든 기관이 정상적이라 해도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의 눈을 밝히지 못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평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책은 지구별 위에 함께 살고 있는 인간의 마음에 눈을 밝히려는 의미로 쓰여졌습니다.

저도 아직 마음의 눈이 매우 밝지 못합니다. 저도 함께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눈으로 더 밝은 세상 불을 밝히는 길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 2012년 8월 31일 한국 시인 김형효

책이 나오기 까지 모한까르기 씨와 나는 2년 6개월 이상 소통했고 번역 작업을 함께 했다. 이후 네팔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은 떠펀 기미래 씨가 맡았고 라젠 까트카 씨와 쁘라갸 까드카 씨가 삽화를 그렸다. 산고를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하다.
▲ 길 위의 순례자 표지 뒷면 책이 나오기 까지 모한까르기 씨와 나는 2년 6개월 이상 소통했고 번역 작업을 함께 했다. 이후 네팔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은 떠펀 기미래 씨가 맡았고 라젠 까트카 씨와 쁘라갸 까드카 씨가 삽화를 그렸다. 산고를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하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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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동화는 <무나마단의 하늘>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네팔어, 영어 3개 국어로 출간된 책이고, 이번에 책은 네팔어와 영어로만 출간된 책이다.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한국어와 네팔어로 원고를 수정하고 정리해 한국에 오기 하루 전 날에 원고를 모두 정리해서 넘겼다. 그런데 그 책이 한국에 온 지 만 2년 3개월 만에 출간된 것이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의 뜻대로, 이 책을 보는 네팔의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 가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오는 2월 13일, 네팔 시간 오후 8시에 출간기념회를 가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곳에 갈 수가 없다. 그저 책을 받아 보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책 내용은 8명의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길을 가며 자신의 처지들을 하소연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많은 장애를 가진 한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를 위로하는 또 다른 장애인들,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자신들의 장애를 생각하는 구조로 썼다. 하지만 몸의 장애보다 인식의 장애가 더 큰 장애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쓴 이야기다.

동화 <길을 가는 사람들> 중 일부 내용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그러나 그는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한 사람입니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렇게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 중략 -

인간은 어쩌면 모두가 치명적 불편을 갖고 사는 듯합니다. 눈과 입, 귀와 코, 감각의 모든 기능들이 제 구실을 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각종 범죄가 많은 것도 만족을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어떤 장애를 가진 몸보다 더 못된 것은 마음의 불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식당 한쪽 구석에 눈을 뜨고도 못 보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이 엄마였습니다. 그녀는 한쪽 다리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엄마가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재우며 맑고 환하게 빛나는 웃음을 웃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불평도 불만도 없는 사람처럼 웃고 있는 그녀는 천사 같았습니다. 그녀를 본 여덟 명의 불편한 몸을 가진 사람들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아이,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아이,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아이, 코가 있어도 냄새 맡지 못하는 아이,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온몸이 모두 멀쩡하지만 생각을 못하는 아이,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하는 아이, 두 다리를 잃어 걷지 못하는 아이가 그들 앞에 섰습니다. 여덟 명의 어린 아이들이 그들을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늙은 할머니가 그들 곁에 와서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잠시 후 모두가 눈물을 멈추었습니다. 여러 가지 장애를 가진 어머니 품에서 젖을 물고 잠들었던 아이가 잠에서 깨었습니다. 새근새근 웃음을 짓는 아이를 바라보며 모두가 밝은 웃음을 찾았습니다.

아이가 잠에서 깨듯 그들도 고통의 잠에서 깨어난 것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김형효,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길 위의 순례자, #길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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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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