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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공동 주최로 2015년 북한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공동 주최로 2015년 북한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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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늘 점심 때 센 농담을 했다. '올해 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서울에 오겠다고 통큰 제안을 할 수 있으니, 정부가 이를 받을 준비가 돼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같은 학교의 김동엽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제가 그런 정신없는 소리를 했다"고 말하자, 토론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김동엽 연구위원은 곧 진지한 목소리로 "김정은 제1비서가 서울에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가능성이 없는 농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공세적·선제적으로 나올 것 같다, 제가 김 제1비서의 참모라면 서울에 가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받을 자세가 돼 있다면, 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정부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제1비서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2일 오후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가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동주최한 '2015년 북한 신년사 분석 및 정세 분석'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준비 부족 탓에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정은 참모라면, '서울에 가지 말라'고 할 것"

김동엽 연구위원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북한은 그렇게 해서 변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을 우리식으로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제가 김 제1비서의 참모라면, 서울에 가지 말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김 제1비서가) 서울에 가서 얻을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 정부 모두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이나 통일 의제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북한은 여기에 대응해 고려연방제를 재차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의도에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경제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2000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증명됐다"고 말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대북 정책을 조언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말해봐야 소용없다"면서 "북한은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내세우면서 생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 그런 전략이 있느냐,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남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대북전단을 날리려는 단체가 있고, 한미군사훈련도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김 제1비서의 발언은) 대형 모멘텀(추진력)이 될 수 있고,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는 남북정상회담 조건으로 한미군사훈련의 철회 등을 언급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정상회담에서 풀 만한 의제를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분야별 회담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경제협력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만, (판이) 커질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용환 연구위원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숙청 등을 통해 내부 엘리트가 바뀌었고, 경제문제와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임기 3년차인 박근혜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 군사훈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남북대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태그:#김정은, 서울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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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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