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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5시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호기 보조 건물 기기배수탱크 밸브룸에서 일하던 안전관리 노동자 3명이 가스 질식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주변이 10여기의 원전으로 둘러싸여 있는 울산지역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관련기사: <"신고리 3호기 누출 밸브, 원전 비리 업체가 공급">

특히 울주군 지자체장이 이번에 사고가 난 신고리 3호기에 더해 전체 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신고리 5~6호기를 추가 유치한 상태라(원전을 왜 자꾸 유치하는가 했더니...)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참았던 시민들의 분노가 일제히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지역의 시민사회가 그동안 요구해오던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노후원전 폐쇄에 더해 신규원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고, 울산시의회 원젙특위와 울주군의회 원전특위도 잇따라 사고현장을 방문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울산지역 시민사회 "노후원전 신규원전 모두 다 불안하다" 

 울산지역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30일 오전 1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원전 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울산지역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30일 오전 1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원전 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울산 시민사회는 30일 오전 1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원전 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억울하게 사망한 3명의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이어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자회견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민사회는 우선, 원전해커의 테러위협으로 시민들이 불안해 하며 연말을 숨죽이고 보내는 가운데, 신고리 3호기에서 사망사고가 난 것에 대해 질타했다.

이들은 "원전이 언제든지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갑작스런 자각은 노후원전의 위협을 무색하게 만들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새로 지은 원전조차 안전을 신뢰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며 "완공율 99.9%로 공사 막바지 단계에서 이런 치명적인 사고가 나고, 그것도 안전점검의 전문가들인 안전관리 노동자들이 집단 사망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들은 "시민들을 대표해 이 사건이 신고리 3호기의 불안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의혹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신고리 3호기는 핵심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제어케이블을 불량으로 사용해 적발된 데다, 새 케이블조차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품질 검사 절차가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바 있다"며 "거기다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취수구 배관공사 품질서류 위조, 아랍에미리에이트와의 부적절한 계약에 의한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과 연루되는 등 한마디로 문제투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원전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배관시설까지 부실해 질소가스가 새나와 노동자들이 집단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며 "신고리 3호기의 부실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노후원전도 아닌, 아직 가동도 시작하지 않은 새 원전에서 이런 부실이 발생한 것은 한국의 원전산업 전체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사망자 발생시각이 오전 9시 51분, 10시 17분 근처였음에도 한수원이 이 사건을 인지한 것은 오후 5시 이후였고, 여기다 더해 한수원은 '그들이 왜 그곳에 갔는지 조차 모른다' '사고가 난 밸브룸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어떻게 위배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며 "모른다는 현실이 원전의 안전과 국민의 운명을 가장 위협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사고가 난 후 한수원이 유가족들을 대하는 책임성 태도는 한수원의 무능력을 넘어 도덕성이 밑바닥임을 보여준다"며 "각종 부정과 비리로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한수원이 지금까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음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는 신고리 3호기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전했다. 이들은 "기존의 관행으로 본다면 이번 사고가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죽었거나, 혹은 배관에 문제가 있음을 알지도 못한 채 신고리 3호기는 가동이 되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영안실에서 만난 용역업체 노동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불안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또한 "어떤 노동자는 '배관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현장에 들어가겠는가? 다시는 현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처럼 노동자들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는 ▲ 한수원은 유가족들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할 것 ▲정부는 신고리 3호기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 ▲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청구조를 해결하고, 원전의 현장 안전을 직접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 ▲ 한수원은 노동자 안전 대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특별조치할 것 ▲ 울산시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해있는 만큼 울산시는 이에 대한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사능 재난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채위 수석부위원장은 "노후원전, 일상적인 테러위협, 신고리 부실 원전의 위협 등 총체적인 위협 속에서 울산시민들은 하루하루 극도의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울산시 5개 구군 대부분은 30km 이내 방사능 재난구역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요구하는 모든 조치들을 마련한다 해도, 원전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고, 원전은 사고가 나면 끝이다"며 "원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만이 원전 안전의 유일한 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즉각 노후원전을 폐쇄하고, 신규원전을 짓지 말아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하루 빨리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울산시의회·울주군의회 잇따라 사고현장 방문

한편 울산시의회 원전특위는 지난 29일 사고현장을 방문해 한수원으로부터 사고 현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현장을 확인했다. 원전특위는 "울산 시민이 각종 사건사고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시점에 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되어 유감스럽다"며 "한수원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사상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최대한 예우를 하라"고 요구했다.

울주군 원전특위도 29일 신고리 3호기 사고현장을 방문, "사고간 난 날은 해커의 원전자료 유출 공격 예고로 비상체제로 전환한 시점"이라며 "이 시점에 가스가 누출해 근로자가 숨지는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근로자들의 안전교육 강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측은 "국과수의 정밀 감식결과에 따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사상자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 유가족과 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3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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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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