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5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됐다고 몰매를 맞고 있다.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인 과목도 있다. 이른바 '상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너무 어려우면 어렵다고 난리, 쉬우면 쉽다고 난리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동네북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출제를 해본 사람이라면 시험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시험문제에 대한 출제자의 느낌과 수험생의 느낌은 다르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편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교내시험이 그럴진대,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능시험에서 난이도 조절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수능문제에 오류가 자꾸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십만 명의 '시험기계'들에게 골탕을 먹여 등급을 매기려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보수신문들은 왜 '물수능'을 비판하는가

거의 모든 교육전문가들이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수능시험의 정식명칭은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다. 어떤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서 제대로 공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전국의 수험생들을 한 줄로 세워 등수를 매기자는 게 아니다. 그리고 문제가 어려워도 어느 정도지 교사들도 풀기 어렵다면 그것은 횡포일 것이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분들께 자기전공에 해당하는 수능시험문제를 풀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 '물수능'이라며 맹비난을 퍼붓는다. 수능시험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몇몇 유명대학과 사교육업자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않지만 여기에 동조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생존의 문제이니까(한국사회에서 '보수신문-몇몇 유명대학-사교육업자'의 카르텔은 견고하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있다. 현행 대학서열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서·연·고·서·성·한·이·중·경·외·시…' 운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진보교육단체들의 과격한 구호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학서열체계를 점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수능시험을 지금보다 더 쉽게 출제해야 한다. 1등인 학생이 지방국립대학에, 10등인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에 갈수 있게 해야 한다. '물수능'이 아니라 '맹물수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수능시험의 본래 취지에도 맞는다.

최근에 정부는 수능시험에서 '한국사', '영어'를 절대평가 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일이다. 이에 대해 보수신문들은 '학력 저하'를 이유로 반발한다. 한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이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대학합격이 발표되는 순간 쓰레기통에 쳐 박힐 지식이 도대체 무슨 학력이란 말인가? 보수신문들은 솔직해야 한다. 자신들과 몇몇 유명대학들이 한 집안이고(조선-연세, 동아-고려, 중앙-성균관), 소속 기자들이 거의 그 대학 출신들이라는 점을. 요즘 세상에 비밀이 있다고 믿는가?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하면 각 대학별 고사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학별 고사는 원천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교육의 자율성이지,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들을 낚아 채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율'이라는 추상적 개념 하나에만 매몰되면 눈앞의 현실을 놓친다. 제도는 그 사회의 문화적 토양과 시대적 요구를 고려해서 실시해야 한다.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는 입시과열문제를 해결하려고 모든 수단을 써왔다. 박정희 정부는 고교평준화 제도를 시행했고, 전두환 정부는 과외학습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서슬 퍼런 군사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니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민주 정부들은 오죽하겠는가?

입시 과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임금체계 개선'이다. 지금처럼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를 벌려놓은 상태에서 교육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을 어느 정도 엇비슷하게는 만들어야 한다.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대학에 가느니,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공부를 즐거워하는 학생들만 대학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고 대학의 경쟁력도 생길 것이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경세가들의 의지와 결단만 남아있을 뿐이다. 


#물수능#대학서열#임금체계개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