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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단박에 구매하는 책들이 있다. 최근엔 강원국 저자의 <회장님의 글쓰기>가 그랬다. 올해 2월쯤이었다.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책이 나왔다. <대통령의 글쓰기>.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방송작가라서 그런지 글쓰기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언제나 어렵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 나오면 일단 서점에 가서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하는지 본다. 대강 훑어보다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구매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일반적인 글쓰기 책들과는 달랐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의 글쓰기?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쓴 책이었다. 그것도 보통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이쯤 되면 서점에 가서 간을 볼 필요도 없었다. 무조건 사야 했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8년 동안 일한 강원국 저자가 두 대통령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었다. 특히 말과 글에 강했던 두 분을 위한 글을 써나가는 저자의 분투기가 살갑게 다가왔다. 연설비서관이라는 업의 속성상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는 데서 오는 온갖 고통을 감내했을 저자에 동질감을 느낌과 동시에 존경심도 들었다.

직업상 나도 마감이 정해져 있고, 어떤 일이 있어도 써내지 않으면 혼자 욕먹고 마는 게 아니라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중압감을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가 하는 강연도 찾아가 가까운 곳에서 보기도 했다. 평소에 수줍은 나답지 않게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많은 내용 중에서 단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 이거다.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무엇을' 쓸 것인가에 집중하라는 것. 나도 그동안 글을 쓸 때마다 늘 시작이 어렵고, 시작했다 하더라고 다음이 막히곤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알게 된 것이다.

회장님의 글쓰기, 겉표지.
 회장님의 글쓰기, 겉표지.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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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글쓰기>는 마치 <대통령의 글쓰기>의 2탄 같은 책이다. 언젠가 강원국 저자가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진행자가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회장님의 글쓰기를 쓸 계획'이라고 대답한 걸 들었는데,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스파이더맨 2편'을 당연히 보는 것처럼, <회장님의 글쓰기>가 나왔다는 걸 알자마자 당연히 구매를 했다. 기업에서 다양한 사장님들과 회장님들을 보좌하며 체득한 글쓰기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하며 느낀 글쓰기와 어떻게 다를까. 오직 글쓰기 실력만으로 17년간 기업에서 임원을 할 수 있었던 비법을 공개한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일반적인 글쓰기 책과 달랐던 점은 우리 모두가 아는 대통령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데 있다.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루었던 경험에서 나온 글쓰기 방법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회장님의 글쓰기>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보고서나 메일,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글쓰기보다 더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심리'와 '소통'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다. 쓰다 보니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업에서의 글쓰기는 특히 그렇다.

기업에서는 글만 잘 쓰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 글쓰기는 심리에서 시작해서 소통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통하는 글쓰기는 기본으로 하면서, 상사의 심리와 직장에서 통하는 소통과 처세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 1장은 회사원으로서 알아야 할 글쓰기의 기본 같은 주제가 아니라, '회장'으로 대변되는 상사의 심리에 관해 파고든다.

책의 초반을 읽어나갈 때는 내심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글쓰기를 말하는 책인데 너무 자기계발서나 직장 처세서 느낌이 너무 강한 거 아냐?' 근데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잦아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 이전에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글은 홀로 서지 않는다. 글 이전에 생각이 있다. 또한 글에는 말이 붙는다. 말과 글이 합해져 소통이 된다. 소통을 통해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관계가 나쁘면 아무리 잘 쓴 글도 읽히지 않는다. 관계는 심리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상대를 잘 읽어야 한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을 잘 알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결국 말과 글, 소통, 관계, 심리는 한통속이다.

나도 그랬다. 방송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다. 막상 방송사에 들어가 방송작가로서 일해 보니 글 이전에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되든 안 되든 많이 떠들어야 했다. 피디와 카메라 감독의 성향과 심리를 알아야 했다. 선배 작가와 소통을 해야 했다. 이런 것들이 되어야 시청자를 향해 글을 쓸 수 있었던 거다.

글쓰기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책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강의도 꽤 열린다. 그만큼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22년차 방송작가로서 감히 말한다. 글 쓰는 거, 별 거 아니다. 말하고자 있는 게 있다면, 누구나 쓰면 된다. 글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다.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수많은 책들 중 적당한 것 한두 권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이전에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할 철학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강원국 저자의 <회장님의 글쓰기>는 우리 시대의 미생들은 물론이고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회장님의 글쓰기 -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2014)


태그:#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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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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