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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도로에서 피하지 않는 비둘기 때문에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을 때가 있다. 잘 도망가지 않는 비둘기는 사람과 친근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둘기는 원래 느리게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 로드킬(road kill)을 많이 당하기도 하는 흔하게 보는 텃새인 비둘기의 정확한 이름은 멧비둘기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새는 450종이나 된다고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새는 기껏해야 열손가락 안에서 끝난다. 옛날부터 길흉의 상징이기도 했던 새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을 읽으면서 알았다. EBS 자연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 '우리가 모르는 새 이야기'에서 다루지 못한 새 이야기를 생태동화 작가의 눈으로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새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간의 문명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 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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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진(眞) 한자를 떠올리면 참새는 진짜 새가 될 것 같지만, 작다는 뜻의 '좀'을 세게 발음하면 '촘'이 되는 것에서 '참'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식물이나 곤충에도 작다는 뜻의 '좀'을 이름 앞에 붙이기도 하는데, 유일하게 '좀'을 쓰고 있는 새는 '좀도요' 새가 있다. '쇠'도 작다는 뜻으로 새 이름에 붙이기도 하고, 모양과 색깔을 보고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지난 겨울 한강에 나타나 화제를 모았던 꼬까울새, 꼬까옷이나 꼬까신처럼 알록달록 곱게 만든 옷이나 신발을 가리키는 '꼬까'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꼬까'를 붙인 새도 꼬까참새,꼬까도요,꼬까직박구리가 더 있다. 상모솔새는 민속놀이에서 쓰는 상모 모양의 노란 깃털이 정수리에 나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저어새 역시 주걱모양의 긴 부리를 좌우로 저어가며 먹이를 잡는다고 해서 지어준 이름이다. -본문 중에서-

작고 앙증맞은 생김새와 예쁜 이름을 가진 새. 도시와 개발은 인간이 편리함을 얻었지만, 새에게는 하루하루가 위험한 일상의 연속이다. 느릿한 습성 때문에 빠른 자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로드킬을 당하는 멧비둘기는 여전히 도시를 배회한다. 날카로운 무엇인가에 발가락이 잘리는 고통 속에서 '유해조류'의 낙인이 찍힌 채로  도시에서 위험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도시를 벗어나도 새들의 목숨을 노리는 위험은 사방에 깔려있다. 들녘에 뿌려진 농약에 중독되기도 하고, 저수지 바닥에는 버려진 낚시용 납추와 바늘이 목숨을 노리고 있다. 바닷가에도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병뚜껑이 새들의 목숨을 빼앗아간다. 인간이 사방에 뿌려놓은 죽음의 덫이다. 심지어 먼 길을 날아온 철새들에게 조류독감의 누명을 씌우고 내쫒는다. 공장식 축산이 생기기 전에는 없던 일이다.

유리는 새들에게 큰 문제이다. 요즘 유리패널 건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일반 빌딩은 물론 관공서 건물도 유리 외벽이 많다. 유리와 충돌하면 새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그 충격은 마치 달리는 차에 사람이 부딪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생태학습원 건물도 유리로 짓는다는 거다. 자연보호에 앞장서야 할 곳에서 말이다. -본문 중에서-

먹이가 부족하면 형제를 죽이는 새

수 천킬로미터에서 수 만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철새들이 이동하는 것은 먹이부족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겨울철새들이 남쪽에서 월동을 마친 뒤에, 짧은 봄이 찾아오는 시베리아나 툰드라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풍부한 먹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동하지 않는 텃새들은 도시에서 인간이 남긴 음식쓰레기로 먹이를 구하고 살아가는 것은 도시환경에 적응한 탓이다.

놀라운 것은 먹이가 부족하면 인정사정 없이 형제를 죽이는 새들도 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들은 먹이가 부족하면 가장 약한 새끼를 어미가 죽이는 경우가 있다는데, 새들의 세계에서는 어미는 모른체 방관하고, 힘이 센 새끼 새가 형제인 약한 새끼를 죽인다고 한다.

그런데 제비꼬리솔개의 형제살해는 좀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알 하나만 낳고 한 마리만 키우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 점에 대해 둘째 새끼는 보험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첫째라고 끝까지 잘 살아남으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첫째가 잘못되었을 때 자연스레 둘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건 다시 알을 낳아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손쉽고 경제적이다. -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형제간의 우애가 좋은 새들도 많다. 헬퍼(helper)라고 부르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형제새는 부모새에게서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을 배우고, 부모새 대신에 직접 돌보기도 한다. 먹이가 부족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도우미 형제새의 역할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겨울이면 야생동물의 먹이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텃새들은 구역을 벗어나서 먹이를 구하기도 하고 사람이 만들어 준, 새 모이대 버드피더(Bird Feeder)에 찾아들어와 먹이를 얻기도 한다. 우리가 알았던 새들이나 몰랐던 새들에 대해 알고 나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도 알게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 권오준 지음 / 겨리 / 2014.5 / 14,500원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 생태동화작가 권오준의 우리 새 이야기

권오준 지음, 겨리(2014)


태그:#버드피더, #텃새, #형제살인, #철새, #조류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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