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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 골목들 좀 봐. 도대체 이 도시는 누가 만들었을까? 아주 깨끗하고 카페까지 있어.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골목이 아니야."

골목이라 하면 괜스레 어둡고 음침하고 조금은 지저분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드브로브니크란 도시의 골목길은 많이 달랐다. 성벽으로 가는 길목에는 좁은 골목길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은 물론 찻집과 숙박업소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감생심 좁은 골목에 카페와 숙박업소가? 골목이란 특성을 잘 살린 문화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골목길에 있는 카페 ...
골목길에 있는 카페... ⓒ 정현순

음식축제가 끝나고 우린 성벽 투어에 나섰다. 성벽 길에는 아드리해의 파란 물과 빨간 지붕, 하얀 성벽이 나름대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사람이 다니면 족할 정도로 좁은 성벽 길에는 전쟁의 흔적들인 대포가 자리하고 있기도 했다. 바다 쪽을 향해있는 것을 보면 도시로 침입하는 적을 향한듯 했다.

한동안 주변의 경치를 보며 좁은 성벽 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저기로 가면 <꽃보다 누나>에서 나온 '부자카페'가 있는데 우리 거기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요" 한다. 우린 거기도 좋지만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하여 그들에게 마시고 오라고 하고 우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파란하늘과 요새  ...
파란하늘과 요새 ... ⓒ 정현순

성벽에 있는 대포 ..
성벽에 있는 대포.. ⓒ 정현순

누가 "아니 저건 뭐지? 어떤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한다. 나도 그쪽을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가이드가 "그건 로브리예나체 요새입니다" 한다. 요새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끝도 보이지 않은 성벽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정말 천년도 넘었다는 성벽인가 싶을 정도로 견고하고 단단했다. 그 성벽은 10세기 경에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마치 몇 년 안 된 것 같은 그런 성벽이었다. 세월이 비켜간 것만 같았다. 중세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운동장이 보이는 학교 ...
운동장이 보이는 학교... ⓒ 정현순

높은 성벽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인위적이 아닌 자연 그대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풍경 중에 참 의외란 생각이 든 풍경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이지만 집집마다 담 벽에 자연스럽게 빨래를 널어놓은 것았다. 이곳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란 말이다.

그곳도 우리나라만큼 학구열이 뛰어나다는 학교도 보이고 멀리 항구도 보인다. 항구에는 배, 요트와 보트도 제법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만 있을 것 같은 기와지붕에 더욱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중세기 어느 시대 수도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성벽 ..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성벽.. ⓒ 정현순

극기 훈련 같은 성벽투어가 끝날 무렵 참 많이 걸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피곤이 몰려왔다. 우린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플라차 거리를 거닐었다. 피로도 풀 겸해서 어느 노천카페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고 그리 어렵지 않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느긋함을 즐겼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내밀자 주인은 자신이 알아서 이쪽저쪽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준다. 환하게 웃으며 아주 익숙한 솜씨로. 많이 해본 솜씨였다. 그것 역시 우리에겐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 정현순

우리가 그곳에 앉아 있으려니 일행들을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왜 여기 앉아 있어요. 석양 안 봐요?" "네 어서 가서 봐요. 우리가 잡아놨어요" 하며 한바탕 웃기도 했다.

"그런데 커피가 조금은 비싼 편이다. 그렇지?"
"그러게 비싸긴 좀 비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봤으니 됐지 뭐."

카페에서 일어나 다시 거리로 나왔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주변의 분위기는 절정을 향했다. 깊어가는 이국적인 밤 풍경에 이곳을 다녀간 사람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드브로브니크란 도시는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말도 있어요" 하는. 그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었다.

하지만 난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저 웃음으로 들어 넘겼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조금은 그럴싸했다. 일천년도 넘은 그 옛날에 이런 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 거리를 걸어보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았지만 말로는 다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았다.

깊어가는 드브로브니크성벽의 야경 ..
깊어가는 드브로브니크성벽의 야경.. ⓒ 정현순



#드브로브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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