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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후 3시 10분]

"끝까지 갈 것이다. 나중에 조합원들이 한 둘 떨어져 나갈런지 모르지만…. 지금 몸이 안 좋다.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조합원을 생각해서 하고 있다. 공공의료를 구현하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희생해야 한다고 본다."

추운 날씨 속에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박석용(46)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박 지부장은 지난 11일부터 세종시에 있는 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경남도에서 요청했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해 준 것과 관련해, 박석용 전국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 등 조합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경남도에서 요청했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해 준 것과 관련해, 박석용 전국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 등 조합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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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부장은 복지부에 대해 "국고탕진과 혈세도둑" 등이라고 쓴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때론, 방송 차량에 확성기를 틀어 놓기도 한다. 보건의료노조 간부와 전국 지부장들이 돌아가면서 이곳에 와서 박 지부장과 '동조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박 지부장은 평일마다 오전 8시 30분경부터 오후 6시경까지 이곳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잠은 인근에 여관에서 자고, 끼니는 식당에서 해결한다.

박 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이곳에서 1인시위를 하는 이유는 복지부가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종합의료기관→공공청사)을 승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11월 26일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려는 경남도의 계획을 승인했다.

경남도는 지난 8월 진주의료원 용도 변경을 결정했고, 이곳에 도청 일부 부서를 옮겨 서부청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경남도는 현재 진주 시내에 있는 진주시보건소를 시외곽인 초전동에 있는 진주의료원으로 이전할 예정이고, 이를 복지부가 승인해 준 것이다.

이로써 경남도에 이어 복지부도 국회의 권고를 어기게 됐다. 국회는 지난해 9월 30일 '1개월 이내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 마련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정조사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아니라 서부청사로 활용하겠다 했고, 이를 복지부가 승인해 준 것이기에 두 기관 모두 국회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진주의료원 직원 매도당한 게 억울해 그만 둘 수 없다"

박석용 지부장은 올해 말까지 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다음은 박석용 지부장과 나눈 대화다.

- 복지부 앞 1인시위에 대한 반응은?
"아침저녁에 공무원들이 출퇴근하면서 보는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한 반응은 없다. 며칠 전 보건의료노조 간부가 복지부 관계자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승인은 '국장 전결'로 이루어졌다. 보건의료노조 간부가 '서류 똑바로 봐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복지부 관계자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복지부 담당자의 면담 요청을 해놓았다."

- 복지부 담당자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은?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도록 승인해 준 것이 잘못이다. 복지부는 경남도에서 낸 서류만 보고, 경남도의 말만 믿고 승인해 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고 했다. 경남도가 진주시보건소를 이전해서 공공의료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을 때, 복지부는 그것으로 안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승인해 주었다는 것이 잘못이다."

- 요즘 날씨가 장난 아닌데?
"보통 추운 게 아니다. 오늘은 눈도 내린다. 내복을 입고 있어도 발이 시리고 얼굴도 얼고, 허벅지도 시리다. 이곳 체감 기온은 영하 10도를 넘는 것 같다. 콧물도 질질 흐른다. 바람이 불면 더 춥다."

- 가족들이 걱정할 거 같은데.
"두 말하면 잔소리다. 날씨가 춥다보니 더 걱정한다. 그래도 가족들이 털 신발을 사서 보내주니 힘이 난다."

보건복지부가 경남도에서 요청했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해 준 것과 관련해, 박석용 전국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 등 조합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경남도에서 요청했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을 승인해 준 것과 관련해, 박석용 전국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 등 조합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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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의료원 사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은데...
"아쉽다. 처음부터 진주사람들은 진주의료원이 자기들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장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런 속에 사람들은 경남도나 홍준표 지사가 하는 이야기만 들었다. 가령 '직원들이 월급을 많이 받았다'거나 '혈세 탕진한다', '강성노조' 등 말이다. 우리 직원들에 대해 상당히 왜곡했던 말들이고, 그것이 더 가슴 아팠다. 왜곡된 표현으로 인해 진주의료원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더 서운하다."

- 복지부의 승인에 '진주시보건소 이전'이 들어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진주시보건소는 시내 쪽에 있다. 진주의료원은 시외곽인 초전동에 있다. 보건소 이전이 최종 결정된 게 아니다. 진주시의회를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으니까 밀어붙일 것 같다. 초전동 쪽 사람들은 의료원이 없어진 상황에서 보건소가 오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보건소보다 의료원이 있는 게 더 좋은 거 아니냐.

현재 보건소는 지난해 10억 원 정도 들여 리모델링했는데 또 옮긴다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경남도와 진주시 사이에 보건소 이전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아직 모른다. 시민들이 이 문제를 똑바로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지금 진주의료원 상태는?
알립니다
8500만 원을 8500억 원으로 잘못 표기했습니다. 바로 잡습니다.
"
지난해 폐업한 뒤 그대로 있다. 복지부가 서부청사 활용을 승인하니까 진주시는 잔치를 벌인다는 말도 들린다. 경남도 서부청사가 진주로 온다면서 잔치를 벌이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8500만 원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는 말도 들린다. 안타깝다."

- 지난해 2월부터 투쟁하고 있는 셈인데 지치지 않는지?
"저도 사람인데, 힘들다. 하지만 조합원이 있는데 힘들다고, 지친다고 그만 둘 수 없다. 현재 조합원 26명 중 나머지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거나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5명이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대로 그만둔다면 너무 억울하다고 한다.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가 직원들을 매도했던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그만 둘 수 없고, 의료원 재개원을 위해 끝까지 하겠다고 한다."


태그:#진주의료원,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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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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