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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한인노무단 지부 간부들은 부대의 사물함 검사에 항의했다가 오히려 보복성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미8군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습
▲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간부, 노동탄압 주장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한인노무단 지부 간부들은 부대의 사물함 검사에 항의했다가 오히려 보복성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미8군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습
ⓒ 미8군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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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무자들의) 노조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한국인 직원끼리 점심시간에 말을 섞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서정관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한국인노무단(KSC) 지부장은 1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주한미군이 조합원을 상대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 지부장이 속한 한국인노무단(KSC)은 미8군지원단이 직접 채용한 노동자들로 문산, 동두천, 의정부, 용산 등 전국에 위치한 미군 부대로 파견돼 있다. 이들은 평시에는 부대 시설관리와 행정업무 등을 담당하고, 전시에는 전쟁 물자를 수송하며 미군을 지원한다. 조합원은 2200여 명이다.

미군이 공포 분위기 조성 "한국인끼리 대화도 못하는 분위기" 

주한미군이 이들 조합원의 노조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지난 8월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이 각 중대에 보낸 공문 때문이다. 이 공문은 '업무시간에 노조와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 2월 미8군지원단과 전국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KSC지부가 체결한 노사 단체협약에도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6개월 만에 이를 공문으로 각 중대에 내려보낸 이유는 뭘까?

서 지부장은 "부대 측이 직원들과 1대1로 만나 공문에 명시된 금지 사항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받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승진하려면 노조를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군 측은 그동안 노조원들이 사용하던 팩스나 전화도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은 지난 8월 '근무시간에 노동조합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각 중대에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이를 위반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즉시 본부장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야 하며, 만약 이를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게될 것이라는 경고 문구도 함께 쓰여있다.
▲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이 보낸 공문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은 지난 8월 '근무시간에 노동조합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각 중대에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이를 위반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즉시 본부장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야 하며, 만약 이를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게될 것이라는 경고 문구도 함께 쓰여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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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 지부장은 지난 10월 '(훈련)방해 행동을 선동하고 주도했다'는 이유로 10일간의 정직 징계를 받았다. 미군 측이 지난 9월 18일 서 지부장에게 보낸 정직 예정 통보서에 따르면, 서 지부장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사전 허가 없이 중대와 훈련 현장에 방문해 노조 활동을 함으로써 부대의 훈련과 업무를 방해했다고 쓰였다.

이에 대해 서 지부장은 "이는 명백한 표적 징계"라고 반발했다. 그는 "전임 노조 간부들도 매년 한 차례씩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조합원들을 찾아 빵과 음료수 등을 전달하며 격려 인사를 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나만을 문제 삼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년 동안 이어진 노동조합의 관례에 따라 소속 분회를 돌며 조합원에게 격려 인사를 했는데 미군이 이를 트집 잡아 부당하게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서 지부장은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점심시간이나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방문했기 때문에 훈련을 방했다는 미군 측의 주장은 억지"이며 "그들의 주장대로 훈련을 방해했다면 부대를 방문했을 당시에 징계를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서 지부장은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답변서를 미군 측에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서 지부장과 함께 훈련장을 방문한 이태규 노조 사무국장은 해고 위기에 처했다. 미군 측이 지난 10월 31일 이 사무국장 앞으로 보낸 해고 예정 통보서에는 '(훈련) 방해 행동을 선동하고 주도한 행위'와 함께 '무단결근을 하고 거짓으로 임금을 챙겼다' 등의 사유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노사 단체협약에 의해 연간 1428시간을 노무관리에 쓸 수 있도록 합의했고, 그 시간을 활용해 노조활동을 한 것인데 부대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단결근으로 처리한 뒤 거짓으로 임금을 챙긴 것처럼 꾸몄다"고 반발했다. 또한 "미군측이 지각과 무단결근을 했다고 제시한 날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인데, 노무관리 시간이 초과됐다면 그 당시에 통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 노사 단체협약을 살펴보면 "단체협약 절차에 따라 인정된 노동조합 임원 및 간부는 각자의 연가 사용이나 금여의 감액 없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서 지부장과 이태규 노조 사무국장에게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각 연간 1607시간, 1428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6월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KSC지부 소속 7분회 노조원들은 부대의 개인 사물함 검열에 항의하는 서한을 자필서명과 함께 노조 지부에 제출했다.
▲ 주한미군의 사물함 검열에 항의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자필서명 지난 6월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KSC지부 소속 7분회 노조원들은 부대의 개인 사물함 검열에 항의하는 서한을 자필서명과 함께 노조 지부에 제출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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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고충 알렸더니 과거일 트집 잡아 보복성 징계" 

서 지부장이 미군 측의 징계 결정에 대해 '표적 징계'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 6월 사전 통보 없이 한국인 직원들의 사물함을 검사한 일에 문제제기를 한 이후 노동조합 탄압이 거세졌다"고 주장했다.

서 지부장이 언급한 '사물함 검사'는 지난 6월 17일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미8군지원단 제7중대에서 발생했다. 해당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조원들에 따르면, 오전 회의 시간에 중대장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개인 사물함을 조사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모든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낸 상태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해당부대는 지난해에도 KSC관리대대장(미국인 육군 중령)의 부대 방문 일정을 앞두고 한국인 직원들의 사물함을 두 차례 검사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조합원 68명은 지난 6월 30일 자필 서명을 첨부한 탄원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그 후 조합원을 대표해 서정관 지부장이 KSC 관리대대장을 상대로 어떤 규정에 의해 직원들의 사물함을 검사했는지 파악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항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미8군 측은 "검열은 지휘부의 기능 중 하나"이며 "작전지시서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물건을 제거하기 위한 검열이었다"고 답했다. 미군이 성적 수치심을 이유로 금지한 물건은 여성의 나체사진과 같이 성적 표현이 담긴 모든 메모, 편지 등을 뜻한다.

이에 대해 서 지부장은 "보이는 벽이나 문 등을 검사하는 것은 당연하나 개인 사물함 안까지 뒤지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이는 한국인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범죄자로 취급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SC지부가 사물함 검열에 항의한 지 한 달 만에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이 각 중대에 '업무시간에 노조와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달 만에 서 지부장 등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주한미군이 사전 설명 없이 직원들의 사물함을 검열한 일을 인권침해라고 항의한 한국인 노동조합 간부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SC지부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지난 10월 주한미군사령관과 참모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고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지부장 징계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한미군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보복 징계를 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서정관 지부장과 이태규 사무국장에 대한 징계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이에 대한 주한미군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미8군지원단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만 답했다. 앞서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에도 해명을 요구했으나 "담당자가 확인한 뒤 연락을 줄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자가 담당자와 직접 통화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노사관계실 직원은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태그:#주한미군, #한국인노무단, #미8군, #사물함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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