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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소 가는 길, 사라예보 도시풍경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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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언니와 올케, 나는 별일도 아닌 것을 보고 웃음보가 터졌다. 올케 말에 의하면 나하고 올케는 웃음의 코드가 비슷해서 그렇다나.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우리가 상점 앞이 떠내려가듯이 웃고 있을 때 저만치에서 "아니 시누이와 올케 사이에 무엇이 그렇게 즐거워서 웃어요?" 하며 같이 여행을 하는 일행이 우리 쪽으로 온다.

"별일 아니에요~."
"친정어머니 살아 계실 때에는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지요?"
"아니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요."
"아이고, 내가 이간질 좀 시키려고 했더니 안 되네."

"보통으로 시켜서는 안 될 거예요. 우리 올케가 아주 잘해요. 또 내 동생하고 잘 살고 있으니 고맙죠" 하고 내가 말하니 올케도 "형님들이 정말 잘해주세요" 한다. 그는 "아이고 잘 알았습니다. 잘 알았어요" 하며 함께 한바탕 웃는다.

사라예보를 떠나 모스타르로 가는 길에 잠깐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에 들어갔지만 살 것이 없어 일찌감치 나와 밖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우리들이 함께 여행한 것이 이번이 네 번째라니 더욱 놀란다. "아니 어떻게 시누이 올케가 네 번씩이나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요?" 하며 그는 또 놀란다. "앞으로도 힘 닿을 때까지 계속 할 건데요" 하니 "부러워요. 참 좋아 보여요" 한다.

첫 여행은 3박 4일 제주도 여행

몇 년 전이었다. 난 친구들과 여행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언니와 올케 생각이 났다. 그들은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제의를 했다. "한 달에 한 번 회비를 내서 여행 가자. 이젠 아이들도 다 컸고 집안에 잔일도 많지 않으니, 어떻게 생각해?" 하니 그들은 시큰둥하더니 마지못해 "그럼 얼마씩 내지?" 하며 내게 묻는다. "처음이니깐 오만 원씩만 내. 내 계좌로 다음 달부터 입금시켜" 했다.

오만 원이라고 하니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았는지 입금이 잘 되었다. 1년 정도 지나고 여행을 하자고 했다. 하여 첫 번째 여행은 제주도로 떠났다. 3박 4일 일정으로. 그리곤 또 회비를 모았다. 2년 모아 해외로 가자고 했다. 오만 원씩 모으니 많이 보태야 했다.

큰맘 먹고 여행경비를 보태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위스로 8박 9일 서유럽 여행을 갔다. 서유럽을 갔다 와서는 언니와 올케가 "오만 원은 안 되겠다. 십만 원으로 올리자" 해서 십만 원씩 모으고, 떠나기 전에는 조금 더 보태어 호주 여행을 또 할 수 있었다.

셋 중에서 언니가 제일 소극적이었지만 몇 번의 여행을 갔다 오자 제일 많이 변하고 제일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월 20만 원씩 회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번 10월 내 생일에 모두 모였을 때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이 "이번에 어디로 언제들 가시나?" 하고 물어서 "이번에는 10월 말경 발칸반도로 갈 예정입니다" 하고, 말 끝에 "여자들이 한 달에 혼자 십만 원, 이십 만원 쓰려면 표도 안 나게 쓸 수 있지. 옷을 사 입거나 화장품을 사거나 명품 가방을 산다거나 하면 식구들도 모르게 그 돈 그냥 없어지고 말지. 하지만 우린 그런 거 안 하잖아. 남들이 두세 번 사 입을 거면 한 번 쓸까 말까? 할 정도인데" 하고 내가 말했다.

"우린 옷, 화장품, 명품 안 사고 여행경비 모았어요"
 
가족들은 "그 말은 맞아. 누가 뭐라고 했나? 잘했어 아주 잘하고 있어" 한다. 그래서였을까? 아니 가족들도 '한두 번만 하고 말겠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니 가족들도 내심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은 주말이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모두 배웅을 해주어 우리도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시누이 올케 사이라고 하면 여행갈 적마다 가이드부터 일행들까지 적잖이 놀라는 눈치이다. 그런가 하면 오래된 친구들은 벌써부터 알고 있어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으레 그러려니 하는데, 이번에는 수영장 친구들도 무척 놀란다. "아니 올케가 싫어할 텐데, 시누이도 싫지 않아요?" 하며 묻는다. "만약 싫어하거나 불편하면 네 번씩이나 함께 가겠어?" 하고 되물으니 "그건 또 그러네" 한다.

싫거나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노력하는 자세가 우리 사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도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안 해도 되고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좋은 정보가 있으면 서로 공유도 하고 소통을 하고 있다. 우린 벌써부터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케는 "이젠 여행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어요" 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남동생은 "누님들하고 여행 가는 것을 처가에서도 놀라워 해" 한다. 글쎄 그게 그렇게 특별한 일일까? 기분이 나쁘지 않다.


태그:#시누이와 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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