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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음식이 맛없다고 소문났는데 식당 문을 좀 더 활짝 연다고 손님이 늘어나겠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정당 혁신을 외치며 추진 중인 공천제도 개혁 움직임을 바라보는 외부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당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짚어보지 않은 채 엉뚱한 곳만 찌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새정치연합의 이런 움직임을 '인기 없는 식당'에 비유하면서 '제1야당 위기론'을 역설했다. 식당에 손님이 오지 않는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면 가게 문을 닫게 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1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 미래는 있는가' 토론회에서 "현재 이 당의 위기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정체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2005년부터 지속돼온 지지율 20%대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사멸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내용은 없고 구호만 난무... "정체성으로 뭉쳐야 위기 극복 가능"

 텅 빈 새정치민주연합 회의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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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여사회연구소(참여연대 부설)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언급한 위기 원인은 '내용의 부재'다. 당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무슨 정책을 펼치겠다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확고한 가치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이명박근혜'·'보수 대 반보수' 형식으로 여당 비난에만 의존해 반사이익을 챙기려 했다"라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부동층을 끌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새누리당은 2004년 선거 참패를 계기로 '보수주의' 색채를 강화해 지지세력을 넓힌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을 대표하는 정체성을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세우지 못했다"라며 "내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안철수, 박원순 등의 외부 인물을 영입했지만 이들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가치가 없다보니 기반을 넓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한 김 교수는 '새정치'를 외치며 당에 합류한 안 의원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해 사실상 실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이 공식 가치와 목표, 정체성과 정책을 중심으로 뭉쳐야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람중심 경제로의 대전환-부채주도성장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문 의원은 "진보는 성장에 무능하거나 성장을 소홀히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이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보다 월등히 좋았다. 우리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일부가 독점하는 성장전략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일부가 독점하는 성장전략에 반대"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람중심 경제로의 대전환-부채주도성장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문 의원은 "진보는 성장에 무능하거나 성장을 소홀히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이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보다 월등히 좋았다. 우리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일부가 독점하는 성장전략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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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의 발목을 붙잡는 계파 문제 역시 정체성 확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정 교수는 "친노가 이념 지향적 집단보다는 권력을 얻기 위한 '패거리'로 인식되면서 불신의 코드가 돼버린 경향이 있다"라며 "계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 그룹을 중심으로 친노가 재편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수진 교수는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을 거론하며 "'친노 수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정당의 가치와 지향할 노선·정책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당의 정체성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만이 계파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김윤철 교수도 "문재인 의원이 계파를 뛰어넘는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작별한다는 명연설을 해야 한다"라며 "그래야만 당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정치연합, 조직 포기하면서 위기 심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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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에 몸담았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당의 조직을 약화시키는 선택들이 쌓이면서 위기가 심화됐다고 봤다. 2002년 대선 당시 국민경선제 방식을 도입하면서 당원이 사실상 배제됐고,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지구당마저 해체되면서 정당조직이 와해돼 지지기반이 흔들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조직기반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당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결국 대선과 총선에서 두 번씩이나 참패하는 자업자득의 결과를 낳았다"라며 "통합 전략이나 세대 대결로 위기를 타개해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선거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당 조직을 풀뿌리 형식으로 재건해 동력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야만 진보를 지향하는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며 "정당이 정당조직으로 제대로 설 수 있어야 위기를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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