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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 음원 차트에서 1위부터 12위까지 전곡으로 채울 수 있는 가수가 몇이나 될까. 문화 대통령 서태지도 못했고, 국제 가수 싸이도 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5년 만에 컴백한 가수 MC몽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지난 3일 병역 기피 논란 이후 5년 만에 음원을 발매한 MC몽은 인기 차트의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하하, 조현영, 백지영 등을 비롯한 동료 연예인들은 MC몽의 음원 차트 석권을 축하하며 그의 복귀를 지지했다.

하지만 동료 연예인의 지지가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컴백에 반대하는 사람 중 일부는 병역 기피 논란을 불 지피기 위해 군가인 '멸공의 횃불'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려 놓았다. MC몽과 그의 앨범이 화제가 되는 것을 막고, 그를 조롱하고 비판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또한 MC몽의 컴백을 축하하거나 응원한 연예인과 관련된 보이콧과 비판 역시 이어졌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조현영은 곧바로 응원 글을 삭제했다. <무한도전> 게시판에는 하하의 퇴출을 요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대몽항쟁'이라 불릴 정도로 누리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가수 MC몽의 정규 6집 이미지
 가수 MC몽의 정규 6집 이미지
ⓒ 드림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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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의 무죄... 인정하지 않는 대중도 있다

하지만 MC몽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는 만큼 그를 지지하는 여론도 있다. 몇몇 누리꾼들은 MC몽은 이미 병역 면제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입영을 미루기 위해 일부러 공무원 시험에 허위 응시한 혐의에 관해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처벌을 이행했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잘나가는 대중가수가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입영을 연기한 것은 치사하긴 해도, 크게 보면 무죄에 가깝고 5년간의 칩거로 죄를 다 치렀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한편 가수와 노래는 별개라며 MC몽을 싫어하는 것과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면서 안티팬들에게 반발하는 누리꾼도 있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도덕적 비난도 넘어서 안 될 한계가 있다"며 MC몽의 지인 연예인까지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 비판했다.

사실 MC몽의 컴백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을 하나의 잣대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자가 '대몽 항쟁'이라 부를 만큼 MC몽에 대한 조롱과 비판은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좌우를 막론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MC몽을 희화화한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달렸고, 많은 누리꾼들이 열광했다.

MC몽 컴백에 대한 반대 여론은 다소 '감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병역문제는 일종의 '역린'이기에 이를 건드린다면 아무도 쉬이 빠져나갈 수 없다. '아름다운 청년'으로 묘사되던 가수 유승준은 병역기피 혐의가 드러난 후 한국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게 됐다. 15대, 16대 대선 당시 '대세'로 떠올랐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아들의 병역 논란이 줄곧 문제 제기 되어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병역 문제는 참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심지어 31세가 넘어 군 입대가 불가한 상황에서 병역 비리가 드러난 MC몽이 "군 입대를 간절히 원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더 미움을 샀다. 자신보다 심한 범죄를 저지른 타 연예인보다 MC몽이 엄중한 자숙 기간을 요구받는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MC몽 본인의 태도다

가수 MC몽이 지난 2011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기피 혐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가수 MC몽이 지난 2011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기피 혐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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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러한 MC몽에 대한 논란은 그에게 득이 됐다. 팬과 안티 사이의 논란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된 그의 앨범은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 건 그의 태도다. 팬들이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며 앨범을 냈지만, 그의 태도에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실망시킨 팬들과 대중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 대신 도발적인 앨범 제목(MC 몽의 이번 정규 6집 앨범명은 <miss me or diss me(그리워하거나 비난하거나)>다)으로 다가선 그다. 최소한 자신 때문에 강화된 병역 기준으로 몸이 다소 불편함에도 군대에 가게 된 사람들과, 공무원 시험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졸지에 '병역 기피 의심자'로 낙인 찍히게 된 관련 수험생들에게 그는 사과해야만 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이즈 역시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이 좋은 뉴스와 안 좋은 뉴스를 가리지 않고 미디어에 노출되기 원하는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대중과 접촉하는 사람은 결국 이름이 오르내리는 만큼 가치가 매겨지기 마련이고, 이는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연예인의 노이즈 마케팅 역시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그 이해가 곧바로 '노이즈' 본질에 대한 인정은 아니다. 감정적 호소 없이 대중과 정면으로 부딪치기 위한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MC몽의 이번 앨범은 과도한 노이즈이자 대중에 대한 무시일 뿐이다.

연예인은 대중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그 소통이 호혜적일수록 팬들과의 신뢰 관계 또한 높아진다. 하지만 MC몽의 이번 앨범은 일방적인 불통일 뿐이다. 심지어 그 일방통행식의 소통에서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사과는 전무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대중들에 대한 모호한 시선까지 담긴 앨범을 발표한 것은 더욱 불편하기만 하다. '그리워하든지 비난하든지 선택하라'는 식의 양자를 던지는 그에게 난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태그:#MC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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