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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세월 동안 황금작물로 농촌소득에 큰 몫을 차지했던 담배농사가 쇠락하고 있다. 잎담배 수입은 계속 늘고 있고, 이미 고령화된 소수의 담배경작농민은 일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담배수매 광경은 오래지 않아 사진 한 장으로나마 추억해야 하는 날이 올 지 모른다. <무한정보>는 10월 29일 잎담배 수매현장을 찾아 소수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기자말

담배값이 내년부터 대폭 오를 전망이다. 세수입이 크게 늘어나는데 잎담배 수매값을 올려주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농산물의 원산지 표시가 일반화됐지만, 국산담배에는 우리 땅에서 재배한 엽연초의 함량이 표시돼 있지 않다.

담배농사가 농촌소득의 중심에 섰던 시절이 있었다. 1919년 예산엽연초생산조합이 설립되면서 예산군은 충남도 잎담배 생산·유통의 중심이 됐다.

옛 예산세무서(예산군 예산읍 주교리) 옆에 있던 전주지방전매국 예산출장소에는 담배수매철마다 잎담배를 가득 실은 마차와 리어카들이 몇날며칠 장사진을 쳤다고 한다.

담배는 농사 중에서 일이 가장 고된 농사다. 하지만 농민들은 억척스럽게 비탈밭까지 일구었고, 잎담배를 판 돈으로 자식들을 가르쳐 나라의 동량을 키워냈다. 30년 전인 1984년 예산군 잎담배 경작규모를 보면 3260여 농가가 190여만 평에서 약 168만㎏(수납대급 28억8600여만 원)을 생산했다. <예산통계연보>

그러나 잎담배 경작현황은 1993년 이후 예산통계연보에서 조차 사라진다. 1987년 전매청이 폐청됐고, 이후 담배인삼공사가 설립돼 2002년 KT&G로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 국내 잎담배 농사는 끝없이 쇠락했고, 수입산 잎담배가 안방을 차지했다.

잎담배 수매장 안에서 등급을 판정하고 있다.
 잎담배 수매장 안에서 등급을 판정하고 있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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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판정을 위해 농민들이 잎담배를 운반하고 있다.
 등급판정을 위해 농민들이 잎담배를 운반하고 있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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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담배가 쌓여있는 모습.
 잎담배가 쌓여있는 모습.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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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엽연초조합도 1993년 역사의 막을 내리고 2012년 7월 충남엽연초조합으로 합병됐다. 2014년 현재 예산군내 잎담배 경작인 106명이 13만여평에서 약 11만㎏만을 생산하고 있다.

한때 황금작물이었던 잎담배농사는 이제 소수농민들이 명맥정도만 유지하고 있다.

10월 29일 잎담배 수매가 이뤄지고 있는 응봉면사무소 옆 창고에 예산을 비롯해 홍성, 서천, 보령, 아산, 청양 등 지역에서 생산된 잎담배가 등급별로 분류돼 김천원료공장으로 실려간다. 수매값은 ㎏당 평균 9000원선이다.

등급검사대에 오른 황갈색의 잎담배는 햇볕과 바람에 삭은 농민들의 피부를 닮아 있다.

"담배값을 배나 올린다는데 잎담배값 올려준다는 얘기는 귓구멍을 후비고 들어봐고 안들려."
"암체믄 자식에게 물려줄건감! 인제 담배농사는 우리대에서 끝났어."

수매장 한 켠에서 농민들의 깊은 한탄이 터져 나온다. 정부가 담배값 인상을 발표하면서 소비량 감소로 인한 제조사와 판매점의 피해보전대책까지 마련했지만 정작 경작농민의 피해보전은 쏙 빼놓은데 따른 불만이다.

충남엽연초생산조합 김완배 조합장은 신양면에서 잎담배농사를 7000평 짓는데 조수입이 5000여만 원이라고 한다.

김 조합장은 "인건비 제하고 이것저것 빼고나면 2500만원 건질까 말까한다. 그나마 사람 없어서 이젠 더이상 짓기도 힘들게 됐다"고 한숨을 쉰 뒤 "담배값이 오르고 소비가 줄면 잎담배 계약 재배면적을 더 줄이게 돼 있어 결국 농사꾼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피는 담배에 국내산 함유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냐"고 묻고는 "KT&G에서는 대략 26%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우리가 알기로는 (국내산 잎담배가) 하나도 안들어 가는 담배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젠 담배갑에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수매창고 마당에는 등급판정을 마친 잎담배 꾸러미가 차곡차곡 쌓이고 농민 몇몇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태운다. 담배갑에 원산지가 표시되기 전에 잎담배농사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을까, 또 언젠가는 주곡인 쌀농사도 수입산에 떠밀려 소수농민의 농업으로 잎담배농사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한편, 2014년산 잎담배 수매는 11월 4일까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산 잎담배, #담배값 인상,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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