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把 손으로 무릎 꿇어 공손하게 무언가를 '잡다'는 의미이다.
손으로 무릎 꿇어 공손하게 무언가를 '잡다'는 의미이다. ⓒ 漢典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잡을 때 쌀을 조롱박 같은 곳에 넣어 나무에 걸어 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원숭이는 쌀을 먹기 위해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고 한 움큼 쌀을 잡고는 손이 빠지지 않자 소리를 지른다. 그때 가서 원숭이를 잡으면 된다는 얘기다. 움켜쥔 손을 놓기만 하면 되는데, 원래 '욕심'이라는 것이 부여잡은 것을 놓지 않으려는 속성이 강하다.

잡을 파(把, bǎ)는 의미부인 손 수(扌)와 소리부인 파(巴)가 결합된 형성자이다. <설문해자>에서 파(把)는 곧 악(握)으로 해석하고 있다. '잡는다'는 의미이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그려진 손 수(手)의 약자인 수(扌)는 본연의 속성상 무언가를 잡으려는 것이고, 파(巴)는 무릎을 꿇은 사람의 모습이니, 제례에서 공손하게 제문이나 제주(祭酒) 등을 받들어 잡는 것에서 그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에서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 물건을 세는 단위로도 쓰이고, 목적어를 잡아서 동사 앞으로 가져올 때도 사용된다.

풍류를 즐기던 고대의 시인들도 손에 주로 잡았던 것이 '술잔'이었던지, 옛 친구를 만난 맹호연(孟浩然)도 <과고인장(過故人庄)>에서 "술잔을 잡고 뽕나무와 삼나무 얘기를 나눈다(把酒話桑麻)"고 하고, 악양루(岳陽樓)에 오른 범중엄(范仲淹)도 "총애와 욕망을 모두 잊고, 술잔 들고 바람을 마주하니 그 기쁨 다함이 없을 것 같다(寵辱偕忘,把酒臨風,其喜洋洋者矣)"고 하고 있다. 가재 안주에 술을 곁들여 마시는 '파주지오(把酒持螯)'가 인생의 큰 즐거움을 상징하는 말로 전해지기도 한다.

도량형이 통일되기 전에는 '파(把)'가 두 팔을 벌린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이기도 했는데, 사람마다 손과 팔의 크기가 달라서 한 움큼의 크기도, 잡을 수 있는 양도, 두 팔을 벌린 길이도 다 다르다. 그래서 사람마다 자신의 손의 크기, 능력에 맞는 욕망의 자를 마음에 간직해야(人人心里要裝一把尺) 한다. 자신의 삶 앞에 던지는 목표의 크기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중국 속담에 "색(色)자의 머리에는 한 자루의 칼이 있다(色字头上一把刀)"는 말이 있는데, 지나친 욕망이 화(禍)를 부른다는 의미이다.

하나의 열쇠로는 하나의 자물쇠만을 열 수 있다(一把鑰匙開一把鎖). 인생에는 만능열쇠도 없고, 한번 흘린 땀으로 논밭을 모두 윤택하게 할 수는 없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미망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는 원숭이는 아닌지, 손에 쥔 욕망이 손아귀보다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닌지 스스로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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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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