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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녀봉-국수봉-서낭재-치술령으로 이어지는 울산지역 명산의 자락에 위치한 '물시불' 주막.
옥녀봉-국수봉-서낭재-치술령으로 이어지는 울산지역 명산의 자락에 위치한 '물시불' 주막. ⓒ 박석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 7월 중순, 울산 도심과 동떨어진 울주군 범서읍 내사마을에 있는 '물시불' 주막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막걸리 토론이 있었다.

'물시불' 주막은 옥녀봉-국수봉-서낭재-치술령으로 이어지는 울산지역 명산의 자락에 위치한 곳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종렬 시인이 부인과 함께 원두막을 짓고 자신이 직접 채취한 버섯 등을 안주로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을 맞는 곳이다.

익히 알다시피 치술령은 신라 충신 박제상이 눌지왕의 명을 받들어 왕의 동생을 구하려 일본에 간 후 오매불망 남편을 기다리던 박제상의 아내가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옛날에는 울산에서 경주로 가기 위해서는 치술령을 넘어야만 했다고 한다.

박제상은 왕의 동생을 구했지만 막상 자신은 탈출하지 못하고 대마도에서 불에 타 숨졌건만, 이를 모르는 아내는 밤낮으로 남편을 기다리다 결국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때문에 물시불의 운치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파다하게 소문나 있는터다.

이날 토론에서는 평소 달변으로 유명한 박용하 극작가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05년 5월 22일부터 6월 10일까지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3회 전국연극제에서 '귀신고래회유해면'으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던 끝에 박용하 작가는 자신이 '배우 최주봉과 호형호제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최주봉이 누구인가, 과거 일요일 오전이 오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리게 만들었던 인기연속극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아빠가 아닌가.

박 작가는 기자가 도무지 믿지 않자 직접 최주봉과 통화를 한 후 냉큼 전화기를 귀에다 대줬다. 전화기 너머로 '만수야~' 라는 특유의 코믹한 외침이 들렸다. 진짜 최주봉이 맞았다. 박 작가는 여기다 더해 "조만간 주봉이 형님을 모시고 울산에서 연극을 한 편 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위주의 문화환경에서 울산이라는 변두리에 최주봉이 온다니, 이 또한 달변 작가의 오기로만 들렸다.

배우 최주봉에 더해 국회부의장까지 출연

 9월 20일 오후 4시, 7시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진행되는 창작악극 계비고개 리허설 장면
9월 20일 오후 4시, 7시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진행되는 창작악극 계비고개 리허설 장면 ⓒ 울산연극협회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12일. 박용하 작가는 기자에게 최주봉이 변사로 참여하는 창작극 계비고개(원제 타향살이)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냈다. 9월 20일 오후 4시, 7시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극작·연출 박용하, 음악감독 정상수. 안무 홍이경으로 적혀 있었다.

이어 소개된 주요출연진에는 변사역 최주봉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계비고개에는 최주봉을 포함해 지역 연기자, 음악인, 무용인 등 70명이 출연한다. 특이하게도 출연진 중에는 현 국회부의장인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과 이성룡 울산시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각각 애국지사역과 독립군역을 맏는다.

국회부의장이 악극에 왜 나올까? 그 답은 연극의 제목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울산연극협회 특별공연인 창작극 '계비고개'에는 오롯이 담긴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는 병영성이 말하듯 군사로서 일제에 맞선 곳이고, 1919년 '울산중구병영3.1운동'이 일어난 충절의 고장이다. 당시 울산 시내에서 병영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그곳이 바로 현재 학성공원 앞 위치인 계비고개였던 것. 이 고개는 깍이고 다듬어 져 지금은 평평한 4차선 차도로 바뀌었다.

악극제목 '계비고개'에서의 계비는 '계변'이라는 지명의 발음이 변해서 생겨난 이름이다. 신라시대 때 울산을 계변성이라고 했듯, 계변은 울산을 뜻했던 것. 또한 전통 춤으로 유명한 '울산학춤'의 유래도 계변과 연관이 있다.

'계변천신 설화'는 신라52대 효공왕 5년(901년) 계변천신이 금신상을 입에 문 쌍학을 타고 학성(지금의 울산)에 내려와 학성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오래살며 부유하도록 해줬다는 내용이다.

계비고개는 어떤 내용?

2막8장으로 구성된 창작악극 계비고개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태화나루터 뱃사공 용우, 도화골 은이, 계비고개 등에서 알 수 있듯 울산의 지명이 호명된다. 또한 만주 등지에서 활약한 독립군들의 활동상도 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특히 창작악극 계비고개는 울산 병영 출신 가수 고복수의 노래 타향살이를 모티브로 태화강, 병영 3·1만세운동 등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악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박용하 작가는 "전국적으로 서울을 제외하고는 지역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창작악극이 공연되는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창작악극 계비고개 공연은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려는 뜻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작품의 배경인 계비고개와 병영이 지역구인 울산 중구 출신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애국지사로 특별출연하고, 20대에 연극 활동을 한 바 있는 중구 출신 이성용 울산광역시의원도 함께 출연해 의미를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비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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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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