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사진전문 눈빛출판사에서 <그리운 것은 모두 등 뒤에 있다>라는 '눈빛포토에세이'를 펴낸 원덕희씨. 이 에세이는 그가 도시생활을 접고 경북 의성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일상생활을 담은 산골일기다.
원덕희는 이 책에서 언저리 산골생활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로 나눠 엮었다. 그의 사진에는 산골의 한 사진가로, 한 농사꾼으로, 그의 일상을 사진이미지에 잘 투영시키고 있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사계절의 아름다운 빛깔 속에는 자신이 걸어온 시간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
나는 이 책을 펼치자 문득 오래 전에 살았던 내 고향마을과 10년 전 서울을 떠나 한동안 살았던 강원도 횡성 안흥 산골마을을 연상케 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정지용의 '향수'를 흥얼거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사라져가는 고향의 모습이즈음 산골은 늙음과 낙후와 가난과 외로움만 남아 있다. 원덕희는 이 점을 카메라에 담아 우리에게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우리들 마음 속 고향의 모습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원덕희의 사진은 갤러리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사진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그는 유명세나 판매를 목적으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현대 예술사진의 맥락을 짚어 가며 용의주도하게 작업한 결과물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 사진을 자연스럽게 녹였다.
원덕희의 사진에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산골의 네 계절을 살아가는 농사꾼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원덕희는 이제는 고인이 된 부모님과 우리의 유소년 시절과 두고 온 고향을 오롯이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의 특색은 기존 포토에세이와 달리 사진과 글이 서로 보완하여 일관된 주제를 대등하게 이끌어 가고 있는 점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는 읊조렸다.
그리움은 아름답다.그리움은 슬프고, 가슴 저미는 아픔이 있다.
저자 원덕희 |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중반 서울 생활을 접고 포항에 자리를 잡았고, 억세고 억척스러운 바닷가에서 바다를 찍기 시작했다. 그저 바다가 좋아 그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그간 12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고, 사진집 『바다, 나는 누구인가』(푸른솔, 2010), 『바다로부터 숲에게로』(류가헌, 2011), 포토에세이 『시간과 겨루어 슬프지 않은 것이 없다』(굿플러스북, 2013)를 냈다. 현재, 경북 의성의 산골마을에서 사진가인 아내와 농부의 삶을 체득하며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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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눈빛 / 192쪽 / 값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