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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삼감영의 본건물 선화당 (대구시 유형문화재 1호)
 경삼감영의 본건물 선화당 (대구시 유형문화재 1호)
ⓒ 추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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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년, 대구시 중구 포정동 현재의 위치에 경상감영이 설치된다. 경주, 상주, 안동을 거쳐 대구로 옮겨와 있던 경상감영은 이 때부터 지금의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전체를 관할하는 거대 관청이 된다. 이제 대구는 서울, 평양과 더불어 전국 3대 도시로 성장하는 계기를 맞았다.

감영이 설치된 이후 관청 건물인 선화당, 관찰사 집무소인 징청각이 건립된다. 하지만 건물들은 세 차례의 화재를 겪으며 전소되고,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1807년(순조 7)에 중건된 건물이다. 하지만 현존 감영 건물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희소성에 힘입어 선화당과 징청각은 각각 대구시 유형문화재 1호와 2호의 영예를 누리고 있다.

관찰사 집무소인 징청각(대구시 유형문화재 2호). 오른쪽 건물은 선화당.
 관찰사 집무소인 징청각(대구시 유형문화재 2호). 오른쪽 건물은 선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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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당(宣化堂)은 임금의 덕을 널리 베풀어 백성들을 교화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감영 관아 건물다운 이름이다. 즉, 대구만이 아니라 공주, 원주에 남아 있는 감영 건물들도 모두 그 이름이 선화당이다.

선화당 왼쪽 뒤의 징청각(澄淸閣)은 관찰사의 집무소이다. 징과 청은 '맑다'는 뜻이므로, 징청각에는 청렴하고 투명하게 행정을 집행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역대 경상도관찰사와 대구판관들의 선정을 기리는 비석 27기가 징청각 뒤편에 세워져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징청각 뒤편에 세워져 있는 27기의 선정비
 징청각 뒤편에 세워져 있는 27기의 선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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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상감영공원을 답사하게 되면 선화당과 징청각보다 먼저 하마비를 보게 된다. 선화당 오른쪽의 하마비 안내판에는 '이 비는 조선 시대 경상감영의 정문인 관풍루 앞에 서 있던 것으로 병마절도사 이하는 말에서 내려 출입하라는 뜻의 표석이다. 병마절도사는 도의 병권을 맡은 책임자로 대개 종2품관인 관찰사가 겸임했다'고 적혀 있다.

경상감영인 관풍루 앞에 서 있었다는 안내로 보아 하마비는 원래 지금 자리에 건립된 것이 아니다. 경상감영에 들어올 때 관찰사 이하 사람들은 말에서 내리라는 명령의 비석이 관아 본건물 옆구리에 있을 리 없다. 1909년 달성공원 안으로 옮겨진 관풍루가 경상감영의 정문인 남문이므로, 하마비는 지금의 서성네거리와 중앙네거리 사이 가운데에 서 있었다. 

안내판은 또 관찰사가 행정 권한만이 아니라 군사권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비문의 내용 '節度使以下皆下馬(절도사이하개하마)'가 바로 그것이다. 관찰사와 병마절도사가 동일 직책이라는 뜻이다. 부산광역시장, 대구광역시장, 울산광역시장, 경북도지사, 경남도지사, 2군사령관이 가진 행정권과 군사권을 한손에 장악한 인물이라니!

하마비. 뒤에 보이는 건물은 선화당
 하마비. 뒤에 보이는 건물은 선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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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자는 하마비에서 왼쪽으로 돌아 선화당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 서서 문화재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 후 선화당 앞으로 다가서서 건물 앞의 측우대 유적을 본다. 측우대 유적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 이 자리에 있던 측우대(보물 842호)가 지금은 서울기상청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화당 왼쪽에 서면 다시 정면으로 징청각이 보인다.  그 이후 답사자는 징청각 오른쪽으로 돌아 27기의 선정비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직선으로 진열되어 있는 선정비들을 일별한 후 앞을 바라보면 대구근대역사관이 우람하게 몸집을 자랑하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 안으로 들어서며 생각해본다. 경상감영 일원이 공원으로 변한 것은 1970년이다. 1914년부터 1969년까지는 경상북도 도청이 이곳에 있었다. 올해 2014년,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개청 100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있는 까닭을 알겠다. 해방된 지 70년이나 더 지난 지금, 일제가 관청을 연 것을 기념하여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그런 얼빠진 행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대구근대역사관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대구근대역사관
 대구근대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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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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