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늘문바위에 올라 서서...
▲ 문복산... 하늘문바위에 올라 서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하늘문바위 위에 올라서서...!!!
멀고 가까운 산 산 산...
▲ 문복산 하늘문바위 위에 올라서서...!!! 멀고 가까운 산 산 산...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 (고은)

오늘도 걷는다. 걸어서 좋다. '걷는 사람들의 길은 살아 있다'고 했던가. 걸어서 좋은 날. 만나러 간다. 영남 알프스에 속한 가지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운문산, 간월산 등이야 몇 번이고 만나고 또 만났다. 언제 만나도 반갑고 설레고 새롭고 다채로운 산이다.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지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고헌산이나 능동산은 늘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영남알프스에서도 왕따로 보이거나 무관해 보였다. 경북 청도 문복산 역시 처음 만나는 산이다. 영남알프스의 산군 중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듯 보이는 고헌산 못지않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 청도 문복산이다.

등산초입...
▲ 문복산... 등산초입...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 문복산...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문복산(文楅山)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오히려 좋은 숨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고 화랑도들에게 화랑오계를 가르치던 터 가슬갑사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북 경주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명의 경계에 자리한 산으로 높이 1014m의 산이다.

영남알프스의 유명세에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그 높이나 위용 역시 보통은 넘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의 산들이 1000미터 이상의 산들이듯 그 높은 어깨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자면 그 높이도 만만치 않을 터.

초행길인 문복산은 마치 누군가에게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소개받았을 때처럼 생경하다. 첫 만남이란 설렘을 안고 만나러 간다. 양산을 벗어나 언양을 지나고 운문령 고개를 넘어 청도에 진입하는 길엔 갓길에 줄지어 선 차량들과 그 주변일대에 있는 천혜의 비경 삼계리계곡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소리로 여름휴가의 절정임을 알 수 있었다. 청도 삼계리 노인회관 앞에 당도했다.

하늘문바위 위에서...
▲ 문복산... 하늘문바위 위에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삼계리 노인회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300미터 거리쯤에 있는 문복산 등산로 들머리로 들어섰다. 등산로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치고 올라가는 언덕배기다. 언제나 처음 길은 힘들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땀이 비오듯 한다. 갈수록 경사가 높아지고 땀도 흥건해진다. 하지만 약 30분 정도 걷다보니 몸도 가벼워지고 땀도 처음보다 적게 흘린다. 처음 흘리는 땀이 진짜 노폐물이 많이 빠진 땀이라 했던가. 옷이 젖도록 땀을 흘리며 걷는 길을 가끔 쉬어가며 걷는 길. 토종개구리도 버섯들도 눈에 보인다. 산에 우리만 있은 게 아니었다.

한 시간 반 쯤 걸었을까. 첫 번째 헬기장이 나오고 곧 능선 길로 들어선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산 아래에도 길이 있고 산에도 길이 있다. 먼저 왔던 사람들이 내놓은 숲속 오솔길 따라 걷는다.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능선길 따라 10분쯤 걷다보니 두 번째 헬기장이다. 두 번째 헬기장에서 약 10분 거리에서 완만한 능선 길에서 하늘문바위를 만났다. 깊 옆으로 높이 우뚝 선 바위 있어 보니 하늘문바위란 곳이다. 높은 암봉 아래 사각형의 구멍이 뻥 뚫려있다. 이게 바로 하늘 문이라는 것이구나.

하늘문바위...
▲ 문복산 하늘문바위...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하늘문바위 ...
비탈에 선 소나무...
▲ 문복산 하늘문바위 ... 비탈에 선 소나무...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하늘문 저 너머로 맞은편 산의 신록이 아른거렸다. 바위 옆을 돌아 하늘문바위 꼭대기로 올라섰다.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야가 탁 트이면서 산산이 멀리 조망된다. 멀고 가까운 산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듯하다. 가깝고 먼 산 빛들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깊은 산속에 우리가 들어와 있다. 문복산 정상이 가깝고 운문산, 억산, 구만산, 상운산, 쌍두봉, 고헌산 등이 두루 조망된다. 적요감이 감도는 숲은 깨끗하고 싱그럽다.

하늘문 바위 꼭대기에 앉아 아름다운 산산을 조망하고 다시 길 위로 내려선다. 하늘문바위를 지나 20여 분쯤 갔을까. 넓디넓은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편편하게 드넓은 바위가 특이하다. 이곳에서는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도 좋을 만큼 넉넉하게 느껴진다. 비약하자면 작은 산상음악회나 산상강연이라도 해도 될 것 같다. 문복산 정상도 지척인양 시야에서 가깝게 와닿고 조망도 좋다. 마당바위를 지나고 20여 분 쯤 지나 마당바위 삼거리(개살피계곡과 정상으로 갈라지는)와 맞닥뜨렸다.

마당바위...
▲ 문복산... 마당바위...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먼저 문복산 정상을 만나야 한다. 문복산 정상까지는 약 30여 분 거리. 완만하고 호젓한 능선길 걷다가 이제부터는 또 오름길이다. 마치 산 하나를 새로 넘는 것 같다. 다행히도 오름길은 경사가 높지 않고 나긋나긋 은근하게 오름길로 이어진다. 이 숲속은 마치 바다로 치면 청정해역과 같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오히려 보존되고 때 묻지 않아 숲이 싱그럽고 청정하다.

처음 만나는 산이라 정상이 어디쯤 있는지 가늠할 수 없어 어디쯤일까 생각할 때쯤 문복산 정상을 만났다. 먼저 올라간 옆지기가 '정상이다!' 소리쳤다. 문복산 정상과의 첫 대면의 순간이다. 문복산 정상은 주변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탁 트인 느낌은 없어 아쉽다. 정상 근처 나무 그늘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잡담도 나누며 쉬다가 일어섰다.

정상에서...
▲ 문복산 정상에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조망바위를 지나는 길...
▲ 문복산... 조망바위를 지나는 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세 번째 헬기장을 지나 조망바위를 지나고 계곡 쪽으로 하산한다. 계곡 길은 급경사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나리꽃이 반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란 고은의 시가 생각난다.

급경사 길을 얼마동안 내려가다 보니 계곡에 닿았다. 물줄기가 약하디 약하다. 계곡을 끼고 얼마 동안 내려가다 보니 물 수량이 점점 많아지고 계곡 물소리도 제법 힘차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지만 젖을 만큼 많이 오지는 않아 우의 없이 걷는다. 후드득 빗소리에 나뭇잎들이 진저리를 친다.

얼마쯤 내려가다가 작은 폭포 아래 소가 있어 배낭을 내려놓고 땀으로 끈적거리는 몸을 옷을 입은 채로 다들 풍덩 뛰어들었다. 몇 분 동안 물놀이 하다가 다시 내려간다. 조금 더 큰 소가 폭포 사이로 두 개나 있다. 여기서 또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고 물놀이에 신이 났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초행길이라 아직 이 길 끝이 어딘지도 모르건만. 실컷 물놀이를 하고 나서야 젖은 옷 채로 배낭을 메고 계곡 길 따라 내려간다.

개살피계곡에서...
▲ 문복산... 개살피계곡에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계곡 길은 가다가 또 산행깃발 표시를 보고 이쪽에서 저쪽 계곡으로 건너고 또 이쪽으로 건너기를 하면서 가는 길이 제법 애매하다. 그렇게 하며 내려가는데 또 하나의 소를 발견했다. 여기다! 정기산행 때 계곡에서 물놀이 장소로 이곳이 가장 좋겠다. 폭포는 제법 깊고 소는 길고 비좁지도 않고 물은 맑고 충분하겠다. 여기서 20여 분 쯤 지나 하산 끝점을 만났다. 약초농원. 한 여름 피서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농원과 계곡과 민박 펜션들 안팎으로.

오늘도 걸었다. 걸으며 좋았다. 걸어서 좋고 걸어서 행복한 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지난해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그랬듯이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의 5대질병인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뇌졸중, 암 등의 예방과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

<걷기예찬>(다비드 르 브르통)에서는 "비록 간단한 산책이라 하더라도 걷기는 오늘날 우리네 사회의 성급하고 초조한 생활을 헝클어 놓는 온갖 근심 걱정들을 잠시 멈추게 해준다. 두 발로 걷다보면 자신에 대한 감각, 사물의 떨림들이 되살아나고 쳇바퀴 도는 듯한 사회생활에 가리고 지워져 있던 가치의 척도가 회복된다"고 했다. 걸어서 생생하고 걸어서 행복한 하루, 꽉 찬 하루였다. 집으로 가는 길엔 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산행수첩>

1. 일시 : 2014년 8월 1일(금) 맑은 뒤 흐림. 오후 늦게 비
2. 산행 :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8월 답사산행: 4명
3. 진행 : 삼계리노인회관(10:40)-삼거리(능선길.개살피계곡)(10:50)-헬기장(12:20)-헬기장(12:35)-하늘문바위(12:45)-마당바위(1:05)-마당바위 삼거리(개살피계곡. 정상)(1:15)-문복산 정상(1,014m)(1:50)-점심식사 후 하산(2:55)-헬기장(3:00)-조망바위(3:02)-계곡시작.계곡건넘(3:45)-계곡건넘(3:46)-계곡건넘(3:48)-계곡건넘(3:55)-소(4:08, 여기서 약 20분 물놀이)-개살피골삼거리(마당바위.삼계리)(4:30)-계곡건넘(4:40)-가슬갑사비(4:45)-소(4:50)(40분 물놀이)-너덜지대(5:35)-소(5:45)-계곡건넘(6:05)-약초농원(6:10)-삼거리노인회관(:20)


태그:#문복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